홋카이도 항구도시 하코다테 by Gary

 

몇해 전 추석 연휴 때 홋카이도를 혼여(혼자 여행)했을 때 놓쳤던 곳,

하코다테를 찾았다.

당시엔 자유여행 상품을 부킹해 같은 상품으로 혼자 여행 온 직장인과

우연찮게 삿포로 시내 및 온천 도시 노보리베쓰 일정을 동행했다

 

 

이번엔 나 홀로!

동행의 부재는 일정·시간·비용을 둘러싼 N분의1에 대한 강박,

상대를 위한 배려를 딜리트한다

아이폰에 저장된 음악을 플레이하며 나 혼자 길을 걷고

낯선 여행지에 취한다

적당한 긴장과 쓸쓸함 이어지는 이완

 

삿포로 중앙역에서 홋카이도 최남단 항구도시 하코다테까지

기차로 3시간40분 남짓

열차 슈퍼 호쿠토는 으리으리한 현대식 역사에 날 내려놓는다

 

 

역 바로 맞은편의 예약 호텔에 캐리어를 놔두고 노면전차를 탄다

샌프란시스코와 달리 하코다테의 스트리트 카는 조용 그리고 느릿느릿

도시생활자의 번잡한 일상은 고즈넉한 하코다테에 발을 디디는 순간

마법처럼 사라진다.

 

 

일본 최초의 국제 무역항인 이곳은 외국인들의 집단 거주지였기에

이국적인 정서가 넘쳐난다

하코다테산 기슭 언덕에 자리한 모토마치 거리엔

파스텔톤 교회·성당·영사관 등 옛 건물들이

하코다테항 주변 붉은 벽돌 가나모리 아카렌가 창고단지엔

쇼핑몰·갤러리·레스토랑·우체국·은행이 빼곡

 

 

아카렌가의 한적한 바에서

북해도 한정 삿포로 클래식 캔맥주를 마신다

짭조름한 바다내음을 안주 삼아

고단함은 일순 스르르

 

 

베이 에이리어의 아카렌가 단지를 벗어나

20여 개의 비탈길이 겨울파도가 일렁이는 항구로 이어지는

모토마치 지구를 순례하다보면

맞닥뜨리게 되는 언덕길 하치만 자카

 

 

영화 ‘러브레터’의 여주인공이 자전거를 타고 올라가던

가로수와 보도블록이 예쁘게 깔린 그 길이다

훗날 시간이 허락한다면 항구가 내다보이는

방 한 칸을 빌어 한 두달 만이라도 머물고 싶단 생각이

차오른다

 

 

로프웨이를 타고 334m 높이의 하코다테산 정상에 올라 야경을 기다린다

수은등에 주황색 불이 밝혀질 즈음, 도시는 보석을 뿌린 듯 빛을 밝힌다.

거리의 가로등과 항구를 수놓은 일루미네이션, 모토마치 주변 교회 조명이

홍콩, 나폴리(이탈리아)와 함께 세계 3대 야경으로 꼽히는 하코다테를 만들어낸다

 

 

다시 로프웨이를 타고 모토마치에 도착

가로수에 입혀진 빛의 물결 속에

비탈길을 싸목싸목 내려간다

 

 

눈과 바다가 어우러진 낭만의 도시

하코다테의 밤이 깊어간다

하루 종일 나눈 나와의 대화가 거리에 쌓인 눈처럼 수북하다

일상에 파묻혀 있던 창백한 생각, 욕망에 혈색이 돈다

그리곤 날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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