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마니아인 직장인 한경선(31)씨는 요즘들어 평일 낮에 반차를 내고 낮에 시작하는 마티네 공연을 즐겨 본다. 평일 퇴근 후 저녁이나 주말 저녁에 공연을 관람할 경우 늦은 시간에 끝나 친구와 차나 술 한잔을 마시고 심야에 쫓기듯 귀가해야 하는 불편함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낮에 시작하는 공연이 끝나면 여유롭게 지인과 저녁약속을 잡을 수 있거나 서점에 들르는 등 하루를 풍성하게 보낼 수 있어서다.

근로기준법 개정에 따라 300명 이상의 사업장과 공공기관에서 주 최대 52시간 근무제가 2018년 7월 1일부터 시행된지 만 1년을 넘겼다. 이에 국내 최대 공연 티켓 예매사이트 인터파크가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이 공연업계에는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최근 2년간의 예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살펴봤다.

먼저 경제력이 있는 직장인들이 저녁이 있는 삶이 생기면서 평일에 공연(뮤지컬·연극)을 보는 관객이 얼마나 늘었을지 시행 전후 1년간을 비교했다. 평일 낮 공연이 기존에도 활발한 아동·가족극은 제외하고 2018년 7월1일 기준으로 전후 1년씩을 비교했다.

먼저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전인 2017년 7월1일~2018년 6월30일 평일 관람객은 약 217만명이었고 시행 후인 2018년 7월1일~2019년 6월30일 평일 관람객은 약 241만명으로 11% 증가했다.

평일 공연 중에서도 특히 ‘마티네’라고도 불리는 낮 공연의 관객 변화는 어떤지 체크했다. 낮 공연의 기준은 평일 중 공연 시작 시간이 오후 4시인 공연까지로 한정했다. 직장인이라면 오후 반차를 내면 충분히 공연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이다. 그 결과 시행 전 1년 동안은 평일 낮공연 관객이 43만여 명이었으나 시행 후에는 52만5000여 명으로 10만명 가까이 증가하며 22%의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한편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이후 평일 낮 공연을 보기 위해 가장 많은 관객들이 찾은 작품은 어떤 것이 있을까. 2018년 7월1일~2019년 6월30일 뮤지컬 부문에서는 ‘웃는 남자’가 1위였고, ‘엘리자벳’, 태양의 서커스 ‘쿠자’, ‘김종욱 찾기’ ‘팬텀’ 순으로 평일 낮에 여유롭게 공연을 즐기려는 관객들이 몰렸다.

연극 부문에서는 ‘옥탑방고양이’ ‘작업의 정석’ ‘라이어 1탄’이 평일 낮에도 대학로에서 가장 많은 객석을 채웠다.

이런 변화된 흐름에 많은 뮤지컬 제작사들은 매주 수요일을 마티네 데이로 정하고 정가보다 20~30% 정도의 할인을 제공하며 평일 낮이 여유로운 관객들이 문화생활을 할 수 있도록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는 수요일에 한정됐던 마티네가 제작사에 따라 목요일이나 금요일에도 진행되거나 저녁 공연 시간을 당기는 등 평일 공연을 다변화하는 시도도 눈에 띈다.

인터파크 공연사업부 백새미 부장은 “주 52시간 근무제가 본격 시행되면서 구매력있는 직장인들이 저녁이 있는 삶을 누리게 된 것은 공연 업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이라며 “앞으로 300인 미만 사업장까지 순차적으로 확대 적용되면 공연계에도 이런 트렌드를 반영해 공연시장을 확대할 다양한 마케팅을 시도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진=인터파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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