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피살된 김정은 북한 노동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46)의 독살 배경에 대한 다양한 분석들이 많다. 김정남은 북한 후계자에서 밀린 뒤 오랫동안 해외를 떠돌았다. 특히 이복동생인 김정은을 공개적으로 비판해 평양의 분노를 사기도 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북한 정권이 김정남을 독살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김정은과 ‘김정일 비자금’을 놓고 갈등을 빚었다거나 최근 페이스북 활동을 하며 암살에 대한 긴장감을 놓은 탓에 표적이 됐다는 다양한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사진/ flickr.com

◆ 김정은 혹은 북한 권력층 암살 시도

김정남은 스위스 유학을 하면서 자본주의에 눈을 뜬 뒤 북한도 변해야 한다고 아버지 김정일에게 조언하면서 마찰이 잦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2001년 도미니카공화국 가짜 여권을 소지한 채 2명의 여성과 아들을 데리고 일본 디즈니랜드 관람을 위해 입국하려다 체포돼 강제추방된 사건이 결정적이었다.

이후 평양 권력층에서 멀어져 중국과 마카오에서 생활했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하기 전까지 금전적 지원을 받아왔다. 그러다 김정은이 권력을 승계하자 3대 세습과 독재체제를 비판해 왔다.

김정남을 누가 살해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북한 정권이 독살했을 가능성이 99%라고 지적한다. 자신의 권력에 도전할 수 있는 잠재적인 싹을 아예 잘라 버리려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시, 혹은 수뇌부의 충성경쟁에서 김정남이 희생양이 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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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은과 ‘김정일 비자금’ 갈등설

하지만 김정남의 독살 배경과 관련해 김정남이 관리하던 김정일 유산과 장성택 비자금을 둘러싼 갈등이 원인이 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한 대북 소식통은 “얼마 전부터 중국에 있는 북한의 무역일꾼들은 김정남을 ‘마카오의 큰손’으로 불렀다”며 “장성택이 처형된 이후 해외에 있던 장성택 자금의 대부분이 김정남의 수중에 들어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김정남이 아버지인 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으로부터 적지 않은 유산을 물려받았다며 “김정일이 생전에 정치에서 배제돼 해외로 떠돌아다니는 맏아들 김정남을 불쌍히 여겨 적지 않은 재산을 하사했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인한 통치자금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김정은 위원장이 김정남에게 마카오 은행에 있는 자금 전부를 노동당에 반납하고 북한으로 들어오라고 여러 번 지시했지만 듣지 않았고, 이 때문에 김 위원장이 화가 많이 났다고 설명했다.

 

CCTV에 찍힌 LOL 여성

◆ “장난인줄” 여성 주장 신빙성 없어

김정남 암살에 가담한 것으로 알려진 남자 4명, 여성 2명 중 여자 2명은 모두 말레이시아 경찰에 체포된 상태다.

가장 먼저 체포된 여성은 베트남 남딘 출신의 29세 ‘도안 티 흐엉’이라고 기재된 베트남 여권을 갖고 있었다. 두 번째 여성은 인도네시아 세랑 출신의 25세 ‘시티 아이샤’로 적힌 인도네시아 여권을 소지했다.

지금까지 잡힌 용의자 가운데 북한 국적자는 없지만 여성들이 소지한 여권이 위조됐을 가능성이 있다. 사실 동남아 국가들에선 위조여권들이 흔하다. 여권 위조도 어렵지 않지만, 공항 입출국 검색 과정에서도 그다지 철저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본 교도통신은 붙잡힌 베트남 여성이 김정남 피살 사건이 있었던 후 투숙 호텔에서 머리카락을 짧게 깎는 등 변장을 시도했다고 보도했다. 여성은 경찰에서 자신은 여성 친구 1명과 말레이시아 여행의 동행 남성 4명으로부터 승객들을 상대로 장난을 치자는 제안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상대가 김정남인지도 알지 못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장난인 줄 알고 가담했다는 주장을 했지만 범행 후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려는 듯 변장을 시도한 정황이 나오면서 여성이 조직적으로 가담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김철로 활동하던 김정남 페이스북

◆ 김정남 페이스북하며 경계 늦춘게 원인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와 인디펜던트 등은 김정남의 페이스북 활동이 암살자들의 추적을 쉽게 했고 그가 암살을 당할 수도 있다는 긴장감을 늦춘 게 원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김정남은 ‘김철’이라는 이름의 위조여권을 소지하고 있었는데 김철이라는 가명으로 운영된 페이스북 계정에는 김정남이 중국, 마카오, 유럽 등에서 주로 자신을 찍은 사진 13장이 올려져 있다.

친구가 아닌 접속자가 볼 수 있는 마지막 게시물은 2015년 11월 16일에 작성된 프랑스테러 추모 프로필 사진이다. 당시 프랑스테러 이후 온라인에서 유행했던 프랑스 국기를 배경으로 활용한 프로필 사진이다.

텔레그래프는 페이스북에서 보이는 김정남의 활동은 그가 피살 걱정 없이 또는 숨어서 지내지는 않았음을 시사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김정은으로부터 살해 명령을 받은 북한 요원들로부터 추적당하는 것을 알면서도 소셜 미디어를 이용했을 수 있다고 봤다.

이어 북한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김정남이 목숨에 위협을 느낀 사람의 활동으로 보이지 않는다. 김정남의 방심이 예상치 못한 죽음으로 이어졌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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