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만에 코미디로 돌아온 차승원, ‘럭키’로 코미디 흥행 대박을 일으킨 이계벽 감독이 만나 반전 코미디 영화의 새로운 맛을 관객들에게 선사했다. ‘힘을 내요, 미스터 리’는 웃음은 물론 가슴 먹먹하게 하는 감동으로 보는 이들의 감정을 폭넓게 움직인다.

‘힘을 내요, 미스터 리’는 하루아침에 ‘딸’벼락을 맞은 철수(차승원)가 딸 샛별(엄채영)과 함께 자신의 미스터리한 정체를 찾아가면서 벌어지는 반전 코미디다. 차승원은 ‘라이터를 켜라’ ‘신라의 달밤’ ‘이장과 군수’ 등을 통해 코미디 맛집임을 입증했다. 그동안 액션, 스릴러, 드라마, 로맨스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자신의 색깔을 드러낸 그가 ‘힘을 내요, 미스터 리’에서도 존재감을 뿜어낸다.

영화는 차승원의 ‘원맨쇼’로 진행된다. 차승원은 과거 소방관이었지만 불의의 사고로 후유증을 겪는 철수 역을 맡았다. 철수는 약간 모자라 보이지만 마음과 행동만큼은 정직한 남자로 등장한다. 차승원은 철수를 장애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기 위해 그 적정선을 유지한다. 안면근육을 사용해 철수의 불안한 감정을 드러내고 말을 더듬으며 캐릭터의 성격을 보여준다. 여기에 능청스러운 표정과 행동은 관객들을 웃음 짓게 만든다.

‘힘을 내요, 미스터 리’를 이계백 감독의 전작 ‘럭키’와 비교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럭키’보다 웃음 포인트가 많지 않다. 그럼에도 ‘럭키’와 비슷한 구성을 취한다. 과거가 있고 과거와 다른 직업으로 살아가는 주인공, 그리고 그 주인공이 식당에서 일한다는 것 등이 있다. 카메라가 갑자기 줌이 되고 줌 아웃되는 것도 ‘럭키’를 생각나게 한다. 이게백 감독은 자신의 연출 스타일은 유지하면서 전혀 다른 스토리와 이야기 진행으로 관객들에게 반전은 선사한다.

어떻게 보면 이계백 감독이 ‘럭키’에 집착하지 않고 한단계 발전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웃음만을 집중 공략했던 ‘럭키’와 달리 ‘힘을 내요, 미스터 리’엔 따뜻한 감동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2003년 일어난 대구 지하철 참사 사고를 꺼내 영화 중반부부터 반전을 일으킨다. 초반부가 웃음으로 가득했다면 막판엔 눈물, 감동 등 다양한 감정이 혼합돼있다. 추석 극장가를 겨냥하는 영화로서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을 것이다.

영화의 웃음은 과하지 않다. 박장대소할 정도로 과장된 코믹 연기를 펼치지 않고 소소하게 웃음을 유발한다. 그래서 초반부와 후반부의 감정 폭이 크지 않다. ‘힘을 내요, 미스터 리’는 관객들의 감정을 유연하게 변화시키는 매력을 가졌다. 차승원의 힘은 물론 샛별 역의 엄채영의 영향력도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엄채영은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미소를 유발하다가도 차승원과 호흡을 맞출 땐 폭발적인 감정을 터뜨려 놀라움을 자아낸다. 영화의 힘은 차승원과 엄채영의 케미에서 나오지 않았나 싶다.

물론 영화가 실제로 있었던 사건을 언급해 신파 요소가 조금이나마 존재한다. 다만 슬픔보단 희망을 이야기한다. 희망이 없는 이들에게 빛이 될 수 있는 존재, 세상이 무너져도 나를 지켜줄 존재가 있다는 걸 말이다. ‘힘을 내요, 미스터 리’는 웃음 끝에 잔잔한 감동으로 추석에 극장을 찾는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다. 특급 카메오와 차승원, 엄채영에 힘을 실어주는 배우들의 연기도 놓치지 말길. 러닝타임 1시간 51분, 12세 관람가, 9월 11일 개봉.

사진=‘힘을 내요, 미스터 리’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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