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언니가 돌아왔다. 한국 공연 15년째, 매 시즌 신드롬을 몰고 오는 스타일리시 록 뮤지컬 ‘헤드윅’이 다시 한번 한껏 부풀린 금발의 가발과 함께 찾아와 대학로를 후끈 달구고 있다.

사진=헤드윅을 연기하는 배우 정문성.

뮤지컬 '헤드윅'은 동독 출신의 트랜스젠더 혹은 젠더퀴어 가수 헤드윅과 그의 록밴드 앵그리 인치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1998년 미국 뉴욕에서 공연된 이래로 수많은 나라, 수백 개 프로덕션 작품으로 선보여져왔다. 인기를 얻으면서 2001년 영화화되기도 했다.

‘헤드윅’의 매력은 캐릭터에 있다. 뮤지컬은 공연장 무대에 선 헤드윅이 관객과 대화에게 말을 거는 방식으로 동독에서 미국으로 오게 된 기구한 과거사와 운명의 반쪽이라 여겼던 록스타 토미 노시스와의 스캔들, 앵그리 인치를 꾸리게 된 배경 등을 들려준다.

헤드윅의 본명은 한셀. 동독 군인이던 아빠는 어릴 때 가족을 떠났고 엄마는 정을 주지 않는 사람이었다. 한셀은 미국에 오기 위해 성전환 수술까지 받으며 동독에 주둔하던 군인 루터와 결혼한다. 하지만 수술이 실패해 그에겐 1인치의 페니스가 남게 되고 남자와 여자도 아닌 소수자로서의 인생을 시작한다.

사진=헤드윅을 연기하는 배우 윤소호.

한셀은 미국에 온 지 1년 만에 루터에게 버려지고 가정부로 일하던 집의 아들 토미에게도 배신당하며 깊이 상처 받는다. 이후 밴드 투어 중 만난 드랙퀸 이츠학을 미국으로 데려와 남편으로 삼고 밴드 활동을 이어간다.

뮤지컬 사상 유례없는 캐릭터인 헤드윅은 부풀린 금발 머리에 쪼그려 앉기도 힘든 무릎까지 오는 킬힐 부츠를 신고 나타나 제멋대로 무대와 관객석을 휘젓는다. 관객석에 난입해 교태를 부리고 가끔은 무례하게 행동해도 마성의 헤드윅에 흠뻑 빠진 관객들은 연신 “예뻐요”를 외치며 이 언니의 매력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그가 소화하는 넘버들은 강렬하고 감동적이다.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면 장난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때로는 폭발적으로 때로는 심금을 울리며 관객의 감정을 형형색색 물들인다.

남자와 여자 2개의 성(性)이 아니라 3개의 성이 있던 사랑의 기원에 대한 'Origin of Love', 금발 웨이브, 숏컷, 연핑크, 핫핑크 수많은 가발과 메이크업으로 꾸미는 자신의 신세를 노래하는 'Wig In A Box', 동독과 서독을 가른 베를린 장벽과 남녀 두 가지 성으로 구분하는 젠더 고정관념을 병치해 분노를 폭발시키는 ‘Tear me Down' 등 라이브 밴드와의 공연으로 모든 넘버가 주옥같이 귓가에 맴돈다.

사진=이츠학을 연기하는 배우 홍서영.

특히 이번 시즌은 LED 패널 속 영상과 라이브 카메라 중계를 적극 활용한다. 영상을 통해 헤드윅의 이야기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며 라이브 카메라 중계로 무대를 콘서트장처럼 연출해 열광적인 반응을 불러 일으킨다.

헤드윅 역은 오만석, 전동석, 윤소호, 이규형이 연기하며 마이클 리의 원어 공연도 예고됐다. 이츠학은 제이민, 유리아, 홍서영이 트리플 캐스팅됐다. 드랙퀸 출신이나 현재는 헤드윅에 속박돼 뒤에 가려진 인물의 수심, 그리고 종종 드러나는 숨겨진 노래 실력을 열정적으로 표현한다.

뮤지컬 '헤드윅'은 11월 3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되며 인터파크 티켓과 예스24 공연에서 예매할 수 있다. 

사진=쇼노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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