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서양음악의 첫 발자취를 새긴 대한제국 양악대가 1900년 12월 19일 고종칙령 제59호로 창설된 지 118주년 만에 돌아온다. 이번 펼쳐지는 공연은 당시 야외음악회가 정기적으로 열리던 탑골공원에서 열린다.

서울시와 대한황실문화원이 후원하고 뉴코리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주최하는 이번 공연에서는 대한제국 애국가를 시작으로 당시 대한제국과 공식 수교한 미국, 영국, 독일, 이탈리아, 러시아, 프랑스, 오스트리아 헝가리, 청나라 등의 국가들이 연주된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애국가, 만주지역서 불려온 애국가, 신흥무관학교 애국가 등 미처 알지 못했던 애국가 역시 들려줄 예정이다. 지난 1908년 11월 11일 탑골공원에서 국내 초연됐던 라데츠키 행진곡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송재용 지휘의 뉴코리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소프라노 이다미와 베이스 신명준, 뮤지컬 박슬기, 태평소 김세경이 협연하며 김난희가 사회를 맡는다. 지휘자 송재용은 독일 베를린 음대 관악기 부분 한국인 최초 졸업자로 그동안 대한제국 양악대 연구를 이어왔다.

대한제국 양악대는 서양음악의 산실인 탑골공원 팔각정에서 우리 근대문화유산 무형의 가치보존 차원에서 매주 저녁 음악회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알지 못했던 탑골공원의 비하인드도 흥미롭다. 탑골공원 팔각정은 연주용 무대 목적으로 음향공학에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건축가 심의석(1854-1924)에 의해 야외공연장에 어울리는 건축양식으로 설계됐다. 

소리의 울림 크기나 질을 살려낼 팔(八) 방향으로 퍼져나가는 음파로 착안해 8면의 한 면마다 6개의 단단한 소나무 기둥을 배열하고 사이에 양질의 울림이 나는 단풍나무를 배치해 음을 반사하는 음향판으로 삼았다.

러시아 니콜라이 2세 대관식을 참석하고 돌아온 민영환이 서양식 군악대 설치를 건의했고 고종은 당시 악대를 이끌 인물로 일본에서 일하다가 돌아가 프로이센 왕립악단 단장으로 있던 독일음악가 프란츠 에케르트를 초빙했다.

에케르트는 악기를 가져오고 단원을 모집해 탑골공원 서북쪽 부지에 별도로 음악학교 건물을 지어 불과 4개월 만에 최초의 서양음악 오케스트라를 만들었다. 1902년 편성된 군악대는 1등 군악장(대장) 1명, 2등 군악장(부장·하사급) 1명, 1등 군악수(악사·부하사관) 3명, 2등 군악수(상등병) 6명, 악사 27명, 악공(연주자) 12명, 서기 1명 등 총 51명으로 구성됐다.

대한제국 양악대는 매주 목요일 탑골공원 팔각정에서 정기공연을 진행했다. 1902년 9월 9일 고종탄신일에 대한제국 애국가가 만들어져 초연됐고 1906년 10월 6일에는 탑골공원 팔각정에 애국가가 울려 퍼졌다.

양악대는 덕수궁, 창덕궁, 탑골공원, 명동성당, 손탁호텔, 각국 영사관에서 공연을 펼쳤으나 1907년 8월 1일 군대가 해산하면서 해체됐다. 같은 해 9월 1일 101명의 황실음악대로 편입됐으나 고종이 붕어한 1919년 9월 완전히 해산되고 말았다.

사진=대한제국 양악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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