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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슈퍼밴드’ 채보훈, 진짜 록 보컬리스트의 ‘진실 혹은 착각’

올 상반기 JTBC 음악예능 ‘슈퍼밴드’는 아이돌 음악 열기에 마이너리그로 밀려버린 록 음악에 대한 관심을 다시금 환기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다. 최종 결선에서 3위를 차지한 퍼플레인은 말랑말랑하게 변주된 요즘 록 음악이 아닌 1970~90년대 헤비메탈, 아트 록, 프로그레시브 록 넘버들을 소개하며 중장년 세대에겐 향수를, 밀레니얼 세대에겐 신선함을 선사했다.

퍼플레인의 중심에 서서 극강의 고음과 샤우팅 창법으로 무대를 찢어버린 채보훈(27)을 성수동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지난 7월 ‘슈퍼밴드’는 종영했지만 열기는 현재진행형이다. 8월3일 서울을 시작으로 매 주말 ‘슈퍼밴드’ 전국 5대도시 투어가 이뤄지고 있다. 또한 퍼플레인 팀에서 잠시(?) 벗어나 1인밴드 더베인으로 원대복귀한 채보훈은 지난달 15일 마포 KT&G 상상마당에서 단독 콘서트를 성황리에 개최했다. 오는 9일엔 미디엄 템포의 감성 짙은 록 넘버 ‘나이트 플라이트’를 타이틀곡으로 한 미니앨범을 발매한다. 총 5곡이 담긴다.

“‘슈퍼밴드’라는 한 팀을 만든다는 게 크게 와닿았어요. 밴드만을 생각하는 열정으로 모인 친구들과 함께하고 싶어서 참가 신청서를 작성했죠. 한편으론 일렉트로니카나 디제잉, 클래식 악기를 연주하는 친구들과 색다른 음악을 시도해보고도 싶었고요. 다 이룬 거 같아요. 디폴과도 작업했고, 퍼플레인에서 피아니스트 이나우와 협연하며 록과 클래식의 어우러짐을 신나게 경험해봤으니까.”

채보훈의 퍼스트 룩은 예선 때 홀로 기타를 치며 부른 자작곡 ‘윈드서퍼’였나. 속도감 넘치는 진행에 대중적인 멜로디 라인,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연주와 힘 있는 보컬 실력이 예사롭지 않았다. 프로듀서들도 ‘완성형’ 무대에 냉큼 합격 버튼을 눌렀다.

알고 보니 대구 계명대 재학시절인 2012년 대학가요제에서 파사라는 팀으로 은상을 수상했고, 이후 상경해 록밴드 펄스, 더베인으로 활동을 이어온 인물이다. 무대에서의 안정감과 여유, 탄탄한 실력을 뿜어낸 이유다.

이후 자작곡인 록 발라드 ‘우산’, 본선 2라운드에서 소화한 오아시스 명곡 ‘스톱 크라잉 유어 하트 아웃’, 3라운드에서 더욱 펑키하고 강렬하게 재해석한 ‘리듬 속의 그 춤을’ 등을 열창하며 실력을 입증했으나 매번 탈락 위기에 몰렸다. 부활의 신호탄은 퍼플레인이 쐈다.

결선 1라운드에서 부른 에어로스미스의 정통 하드록 ‘드림 온’(1973)이었다. 천장을 뚫어버릴 기세의 폭발적인 고음과 성대를 긁어내는 듯한 크롤링 창법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무대를 압도했다. 이어 뮤지컬 넘버 ‘네버 이너프’에선 중간에 뮤지컬 창법을 구사해 리스너들의 이목을 끌었다. 파이널 무대에선 프로그레시브 록의 전설로 불리는 알란 파슨스 프로젝트의 ‘올드 앤 와이즈’를 서정과 격정이 공존하는 편곡으로 ‘드림온’을 뛰어넘는 보컬파워를 드러냈다.

“제 보컬에 어울리는 곡을 선택해야 해서 멤버들 서로가 리스트를 뽑아서 논의 끝에 결정했어요. 한 경연을 준비할 때 보통 10곡씩 거론됐는데 결선과 파이널에서 부른 3곡은 모두 제가 골랐던 곡이라 기뻤죠. 감명 깊게 봤던 ‘네버 이너프’ 외엔 처음 들어본 곡들이었어요. ‘드림 온’은 강렬하고 멜로디가 아름다운 데다 훅이 귀에 감겨서 매료됐어요. 대미를 장식한 ‘올드 앤 와이즈’는 음악감독님이 추천해줬어요. 마무리에 어울리는 가사 내용에 끌려 받아들였죠.”

최종 결선 생방송 중 고음으로 치닫는 후렴구를 무려 2차례나 반복하면서 음이 살짝 흔들리는 실수가 발생했다. 이에 대해 “리허설 때 ‘한 번만 지르면 아쉽다’는 제작진의 코멘트가 있었어요. 전 층층이 쌓아서 지르는 애드리브를 준비했는데 경연이다 보니 자극적인 부분이 있어야 한다고 해서 생방송 당일 시도했다가...제가 너무 말을 잘 들은 게 아닌가 싶어요”라고 특유의 낙천 미소를 내비친다.

밴드 활동 때부터 이런 스타일의 창법을 구사해왔을 거란 예상은 빗나갔다.

“하드록 보컬은 이번에 처음 구사해봤어요. 평소엔 ‘윈드서퍼’ 톤으로 불렀거든요. 그래서 유튜브로 창법을 찾고 연구하면서 배웠죠. 어떤 감정으로, 어떤 스타일로 불러야 하는지 들으면서 따라 하는 재미가 쏠쏠했어요. 안 어색해질 때까지 계속 연습한 거죠. ‘드림 온’에서의 샤우팅도 해본 적이 없어서 저한테 맞게끔 바꿔서 습득했어요. 클래식한 보컬톤은 과거 보컬 트레이닝을 받을 때 성악가에게 배웠던 발성법을 차용해서 시도했고요. 두려워하지 않고 모험을 좋아해서 이런 도전을 즐겼던 것 같아요.”

‘슈퍼밴드’는 그에게 대중적인 인지도를 안겨줬지만 더 값진 선물은 이 리그 안에서 만난 사람들이다.

“(이)찬솔이 형의 노래를 들을 땐 팝송이라도 절절한 내용과 감정이 스르르 이해됐어요. 케빈오 형은 옆에서 솔직하게 자신의 속내를 말하는 느낌이고요. 두 보컬에게서 많은 영감을 얻었죠. ‘가장 밴드에 있어야 할 보컬다운 보컬이다’ ‘밴드 사운드를 뚫고 나올 수 있는 보컬’ ‘다른 장르에 대한 도전이 필요하다’는 프로듀서 님들의 코멘트도 기억에 남고요. 때론 용기를 주고, 때론 좁아질 수도 있는 길을 넓히게 해준 채찍질이었으니까요.“

대구에서 태어나고 자란 그는 너다섯 살 때부터 서태지의 음악을 따라 부르며 가수를 꿈꿨다. 중학교 때 밴드음악을 접한 뒤 록 보컬리스트의 청사진을 그렸다. 자작곡을 만들기 시작했으나 가사를 만들지 못해 고민하던 중 고교 국어선생님이 “시를 가지고 노래로 만들 수도 있다”는 말에 영감을 얻어 가사 쓰는 방식을 연마했다.

“제게는 언제나 ‘젊은 형’인 YB, 예전이나 지금이나 넥스트의 음악을 좋아해요. 가장 멋있다고 여기는 분은 이승환 선배님이고요. 공연을 보러 간 적이 있는데 락킹한 곡부터 서정적인 발라드까지 완급을 조정하면서 장시간 소화하는 체력과 다양한 레퍼토리가 대단했어요. 재미나게 무대를 꾸미는 센스와 능력을 지닌 뮤지션이에요.”

채보훈은 자신의 노래에 응원의 메시지 담고 싶어한다. 뒤에서 묵묵하게 해주는 응원, 힘든 친구에게 기죽지 말라고 치어럽 해주는 응원, 자신을 다독이면서 나아가려는 응원 등 다양한 종류와 감성을 이야기하고 싶단다.

“힘들 때마다 생각을 다잡고 할 수 있었던 게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상경해 지금도 노래하고 있는 이유는 음악이 좋아서예요. 내 노래를 들어주고, 응원해주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다면 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이겨냈던 듯해요. 때로는 버티는 시간이 다음을 위한 준비가 되기도 하잖아요. 게임으로 치자면 이걸 해내야 다음의 재미난 과정으로 넘어갈 수 있는 거겠죠.”

소통하는 음악을 오랫동안 꿈꿔왔다. 음악이 자신과 함께 나이를 먹는 거 같다고 말하는 그는 “함께 숨 쉴 수 있는 음악을 하는 게 목표”라고 다부지게 말했다. 마냥 순둥순둥할 것만 같았던 20대 뮤지션에게서 밝으면서 한편으론 서늘한 결기가 느껴진다.

사진=한제훈(라운드테이블)

에디터 용원중  goolis@slist.kr

<저작권자 © 싱글리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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