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핵심 중 한 사람으로 지목돼 온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오늘(21일) 오전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를 받는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우 전 수석을 소환 조사한 지 하루만인 지난 19일 특별감찰관법 위반, 직무유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4가지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의 판단을 돕기 위해 아들의 의경 배치·보임을 둘러싼 특혜 의혹, 가족회사 ‘정강’의 회삿돈 유용 의혹 등에 대해서는 일단 제외했다.

우 전 수석은 특검이 제기한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오늘 오전 10시30분 시작하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최순실 사태에 대한 우 전 수석의 관여 정도를 밝히는 일은 사건 전체의 그림을 완성하는 의미를 가질 수 있어 법원이 판단이 주목된다.

 

◆ 직무유기·직권남용·감찰관법 위반 등 혐의

박근혜 정부의 핵심 실세로 불리던 우 전 수석은 2년 반가량 사정업무를 총괄했다. 재직 시기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정점에 달한 때와 일치한다. 최소한 최순실의 비리를 묵인했거나, 범죄를 덮는 것을 돕거나 방임했다는 의혹을 받기에 충분하다. 때문에 특검도 영장실질심사에서 특별감찰관법 위반 혐의를 포함했다. 최순실 비리에 대한 이석수 전 대통령 직속 특별감찰관의 내사를 방해하고 특별감찰관 조직을 와해시키는 데 역할을 했다는 내용이다.

실제로 최순실 비리를 내사하던 특별감찰관은 감찰기밀 누설 혐의로 고발됐고, 이후 감찰관실은 공중 분해됐다. 우 전 수석은 관여한 바 없다는 주장이지만, 이는 이해할 수 없는 주장이다.

최순실 비리를 예방하지 못한 직무유기 혐의도 있다. 검사 출신인 우 전 수석은 국회청문회에서 결과적으로 최순실의 국정농단을 제대로 막지 못한 점을 인정하기는 했지만,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 의도적인 봐주기가 있었다고 수긍하지는 않았다.

세월호 침몰 당시 해양경찰의 구조책임을 수사하는 검찰에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국가 기관 간 이해충돌 상황을 정리하기 위한 조정역할을 한 정도로 볼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또 좌파성향의 영화를 제작해 미운털이 박힌 CJ에 대한 조사 지시를 거부한 공정위 국장급 간부를 강제퇴직시키고, 문체부 국·과장급 간부 5명을 좌천시켰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특검은 구속영장 발부 여부와 상관없이 우 전 수석을 수사 기간 만료일 전에 재판에 넘길 방침이다. 앞으로 진행될 재판에서 특검이 공소를 직접 유지하겠다는 뜻이다.

 

국회 청문회에 출석한 우병우의 다양한 표정. /국회방송 캡처

◆ 심문·기록 검토 등 필요 내일 새벽 결론날 듯

우 전 수석의 구속 여부는 서울중앙지법 오민석(48·사법연수원 26기) 영장전담 부장판사 손에 달렸다. 서울 출신으로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오 부장판사는 연수원을 마치고 곧바로 서울지법 판사로 임관했다.

일선 재판 업무 뿐 아니라 법원행정처 민사심의관,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두루 거치며 엘리트 코스를 밟아 왔다. 실전 경험과 이론을 겸비한 스타일이다. 수원지법에서 행정 소송을 심리하다 이번달 법원 정기 인사 때 서울중앙지법으로 전보됐다.

꼼꼼하고 차분한 성격이라 단시간 내에 기록을 검토해 판단을 내려야 하는 영장 업무에 적격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늘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시작하더라도 심문 자체 시간 뿐 아니라 기록을 검토해 구속 여부를 결정하는 데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여 결정은 오늘 밤 늦게나 내일 새벽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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