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한 로맨스 영화 ‘커피 메이트’(감독: 이현하)는 우연히 카페에서 만나게 된 두 남녀가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했던 비밀을 공유하며 걷잡을 수 없는 감정의 폭풍에 휘말리게 되는 이야기다. 영화 속에서는 육체적인 접촉이나 스킨십 없이 오직 대화와 분위기로만 애틋한 감정을 폭발시키며, 그로 인한 두 사람의 일탈을 그려낸다.

집 주변 한적한 카페에서 사람들을 구경하는 걸 즐기는 인영(윤진서)은 그곳에서 종종 희수(오지호)를 발견하곤 한다. 그러던 어느 날 희수는 인영에게 먼저 다가와 “잠시 앉아도 될까요?”라며 말을 건다. 이후 서로의 비밀을 카페에서만 만나 털어놓기로 한 두 사람은 점점 가까워지기 시작한다.

 

자신을 가구 디자이너라 소개한 희수는 신비로운 매력의 소유자다. 세상에서 가장 에로틱한 의자를 만드는 것이 꿈이며 대학시절 만난 과거의 첫 사랑 때문에 받은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았다. 그는 인영에게 자신만의 비밀스러운 언어를 알려주는 동시에 누구에게도 밝힌 적 없는 자신의 은밀한 과거를 드러낸다.

반면 인영은 외로움에 익숙해진 평범한 전업주부다. 남들 하는 만큼의 연애를 했고, 세상이 보는 눈을 의식해 돈 많고 직업 괜찮은 조건의 남자를 만나 결혼했다. 좋은 집에 살고, 좋은 차를 타고 다니며, 좋은 음식을 먹는 등 그녀는 상류 사회에 몸을 담고 있는 여인이지만 무료한 일상 속 적적한 외로움을 직격탄으로 맞는 인물이다. 그녀는 희수에게 마음을 터놓기 시작하면서 이전보다 더 밝게 웃고, 속 시원한 돌발 행동을 하는 등 누구도 예상치 못 한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한다.

 

 

절대 밖에서 만나는 일 없이 카페에서만 마주하기로 했던 희수와 인영은 어느 순간부터 점점 서로가 기다려지기 시작한다. 그들에게 두 사람이 카페에서 마주앉아 나누는 대화와 놀이는 답답하고 무료한 일상 속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소소한 일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로에게 끌리고 집착할수록 조용하고 차분했던 여인 인영은 알 수 없는 감정에 휘말리며 자신의 몸에 스스로 상처를 내고 남편에게 반항하는 등 복잡한 심경에 사로잡힌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던 희수는 자신과의 만남이 인영을 흐트러지게 만든다는 사실을 깨닫고, 둘 만의 비밀 언어로 쓴 편지 한 장을 카페에 남겨둔 채 관계의 종말을 선언한다.

 

 

영화 ‘커피메이트’는 오직 ‘대화’를 통해 희수와 인영의 생각과 감정 속을 깊게 파고든다. 단 한 번의 육체적 관계를 나누는 장면 없이도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이 된 것은 그들의 대화가 진한 스킨십보다 더 뜨거운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카페’라는 한정된 공간은 두 배우가 말하는 긴 호흡의 대사에 초점을 맞추게 하는 든든한 배경이 되고, 영화의 전체적인 색감을 로맨틱하게 물들인다.

희수 역을 맡은 배우 오지호는 그간 로맨틱코미디 드라마와 영화로 대중을 만났지만 ‘커피메이트’에서는 보다 내면 연기에 집중, 관객에게 몰입과 웃음을 차분하게 전달한다. 인영 역 윤진서는 캐릭터 자체가 고유하게 갖는 신비하고 순수한 이미지를 고스란히 담았고 몰아치는 감정적 변화를 표현해 짙은 매력을 남긴다.

 

 

이현하 감독은 2007년 이창동 감독의 ‘초록물고기’ 조감독으로 이름을 올린 뒤 2010년 단편영화 ‘오리진’을 연출했고, ‘커피 메이트’를 통해 장편영화 연출 데뷔했다. 그는 대화만으로 이뤄진 독특한 각본으로 기존 멜로영화의 틀을 깬 시도를 이뤘으며, 카페라는 공간을 영화의 중심 배경이자 남녀의 묘한 관계를 이루는 결정적 요소로 차용하는 남다른 발상을 드러낸다.

영화가 절정으로 치달려갈수록 느껴지는 인물들의 감정적 변화는 씁쓸하지만 아름다운 사랑의 여운을 전한다. 또 엘리트 중심 사회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는 주인공을 통해 통쾌한 메시지를 살포시 곁에 얹는다. 러닝타임 1시간51분. 청소년 관람불가. 3월1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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