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여왕' 김민희가 화려한 연기 경력의 정점을 찍은 동시에 국내외 영화계에 만연한 '여성 혐오'를 부정하는 눈치 없는 발언으로 네티즌들의 뭇매를 맞고 있다. 제67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에 빛나는 김민희는 현지에서 진행한 단 30초짜리 인터뷰가 공개된 직후 또 다른 논란이 불거져 이목을 모았다.
 

김민희는 베를린 여우주연상 수상 직후 매체들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영화계의 여성 차별에 대한 질문을 받고 두서없는 답변을 내놓아 네티즌들의 비난을 받고 있다. 김민희는 "활동하면서 여성으로서 뭔가 다른 차별은 느끼지 못했다. 굉장히 좋은 여성, 여배우들이 많지만 남성 영화가 많기 때문에 남자 배우들이 더 두드러지게 보이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냥 그건 주어진 사회나 상황에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별로 그렇게 크게 불만을 갖고 있지는 않다"며 대답했다.
 
대답을 하는 동안 자신이 지금 무슨 말을 어떻게 하는지, 스스로도 잘 모르는 듯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중간 중간 말을 잠시 멈추고 한 번 생각한 후 다시 속내를 전달한 김민희는 "불만을 갖고 있지는 않는다"고 대답한 직후엔 해맑게 웃어 더욱이 네티즌들의 심기를 건드렸다. 이 같은 인터뷰 내용이 국내외 영화계에서 여전히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여성차별을 묵인하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앞서 김혜수, 전도연, 손예진, 공효진 등 많은 여배우들이 “여성 배우의 장르에 대한 고정관념이 사라졌으면 좋겠다” “남성 위주 영화가 어쩔 수 없이 많으니까 선택의 폭도 되게 좁다. 어떤 부분에선 억압이라고 느낄 수도 있다” “여배우가 주인공인 영화는 세 개 중 하나도 안된다. 투자하는 과정에서도 꽤 어렵고, 너무 오래전부터 만들어진 분위기”라며 꾸준없이 목소리를 내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민희의 인터뷰 내용은 영화계 내 여성 차별과 치열하게 싸워 온 김민희 또래의 동료 배우들에게 참으로 힘 빠지는 발언이 아닐 수 없다.

더군다나 김민희는 박찬욱 감독의 영화 '아가씨'의 주인공으로 출연해 세계적인 영화제에서 수상을 하고, 성소수자들과 페미니스트들에게 뜨거운 지지를 받아왔던 배우로서 의식없는 행동이라는 비난 역시 면치 못하고 있다. 

 

 

사진 : 베를린영화제 공식 홈페이지, 베를린영화제 기자회견 라이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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