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had never heard of so much flash memory in such a small device.’ 이 영문을 한글로 번역하면 어떻게 될까.

인공지능(AI)은 ‘나는 그렇게 많은 플래시 메모리의 그러한 작은 장치에 들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반면 인간 번역사는 ‘나는 그렇게 작은 휴대폰에 그렇게 큰 용량의 플래시 메모리가 가능하다는 말을 들어본 적도 없었지.’라고 했다. 

 

◆ 인공지능, 문학 등 번역 못해

국내에서 이뤄진 인공지능과 인간 간 첫 번역 대결은 인간의 싱거운 승리로 끝났다. 국제통번역협회와 세종대·세종사이버대가 어제(21일) 세종대 광개토관에서 주최한 AI 번역기와 인간 번역사들 간 번역 대결 결과, 아직까지는 AI의 번역 기술이 기대에 못미친다는 점이 확인됐다.

AI 대표로는 구글 번역기, 네이버 파파고와 세계 1위의 기계번역 기술 업체인 시스트란(Systran)의 서비스가 나섰다.

인간 측에서는 5년 이상 경력의 전문 번역사 4명이 참여했다. 수백 단어 분량의 비문학(기사·수필)과 문학(소설) 구절을 영어·한국어 2개 언어로 옮겼다.

대규모 전산 자료(빅데이터)를 써서 즉석 번역을 할 수 있는 AI 서비스의 우위를 고려해 인간 대표에게는 제한시간 50분이 주어졌고 번역과 관련해 인터넷 검색을 할 수 있게 했다.

이 결과 인간 번역사는 한·영 번역에서 30점 만점에 24점, 영·한 번역에서 30점 만점에 25점 등 총 49점을 받았다.

반면 3개 AI 중 가장 좋은 점수는 한·영 13점, 영·한 15점으로 총점이 28점에 그쳤다. 다른 두 AI의 총점은 각각 15점과 17점으로 저조했다. 결국 3개 AI의 평균 점수는 20점이었다.

 

바둑기사 이세돌과 알파고 대결모습.

◆ 언어 이해하는 인공지능 시간 걸려

이로써 인공지능은 오래전 체스·퀴즈에서 인간 챔피언을 꺾은 데 이어 바둑과 포커에서도 인간을 눌렀지만 아직 인간의 언어와 감성을 이해할 수준은 아니라는 결론이 났다.

이번 대회에서 번역 결과 평가를 맡은 곽중철 심사위원장(한국외대 교수)은 “출제 문제는 인터넷에서 전혀 번역문이 없는 텍스트를 골랐다. 내용 이해가 중요한 문학 부문에서 특히나 AI의 열세가 뚜렷했다”고 설명했다.

인공지능 번역은 최근 가장 주목받는 기술이다. 지난해 구글과 네이버가 선보인 인공신경망 방식 번역기가 과거보다 월등히 개선된 결과물을 내놓고 있다. 과거에는 사람이 일일이 규칙을 입력하고 단어와 문장을 일대일로 맞췄지만, 인공신경망 번역은 간단한 규칙만 주면 스스로 문장과 단어를 만들어낸다. 이 때문에 미래학자들은 인공지능에 밀려 사라질 직업 1순위로 통번역사를 꼽아왔다.

그러나 이번 대결을 통해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는 인공지능이 등장하려면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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