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 드라마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차지하며 우월한 저력을 보여주고 있는 KBS 2TV ‘김과장’(극본 박재범 연출 이재훈, 최윤석/제작 로고스필름)은 답답한 이들의 속을 뻥 뚫어주는 ‘사이다 대사’와 풍자와 해학이 어우러진 통쾌한 스토리, 연기파 배우들의 시너지 효과로 안방극장을 열광시키고 있다.

'김과장'은 오로지 ‘삥땅’ 능력 만으로 TQ그룹 경리과장으로 입사한 김성룡(남궁민)과 직원들의 각양각색 에피소드로 부조리, 불합리, 불평등이 난무하는 현 사회에 대한 화두를 던지며 주목받고 있다. 덕분에 시청자들은 방송을 통해 깊은 공감과 성찰을 이룬다. ‘김과장’이 던지는 묵직한 화두 3가지를 체크했다.

 

01. 부조리

‘김과장’은 기업 안에서 자행되는 분식 회계와 회계 부정 등의 행태를 통해 부조리한 현실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의 의미를 담는다.

‘김과장’에서 TQ그룹 회장 박현도(박영규)는 창업주인 장인의 사후 경영일선에서 아내 장유선(이일화)을 물러나게 하고 본격적으로 회계 조작에 들어간다. 심지어 그는 최고의 회계범죄 수사 검사였던 서율(이준호)을 스카우트해 지능적으로 회사 자본을 빼돌리려고 한다. 이후 서율은 뒤탈 없는 회계 부정을 이뤄내기 위해 군산에서 조폭들의 자금을 관리하면서도 검찰과 국세청에 단 한 번도 걸리지 않았던 김성룡을 경리과장으로 뽑는다.

이어 엄청난 규모의 분식 회계가 진행되고 있음을 암시하는 김성룡의 대사가 나타나 일반인들에게 낯선 ‘검은 돈’의 실체를 내비쳤고, 기업만이 살아남고자 하는 이기적이고 씁쓸한 현실을 그려내 대중의 공감을 얻어냈다.

 

02. 불합리

‘김과장’은 기업들이 자신들의 배를 불리기 위해 자행하는 부정부패와 더불어 TQ택배 노조 시위를 통해 불합리하고 팍팍한 노동현실에서 고통 받는 안타까운 직원들의 사례를 전하기도 했다.

택배회사 직원들은 하루에 14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일을 해도 경제적인 생활이 빠듯하다. 그런데 회사 측에서 “수익 감소는 경영상 잘못이 없다“며 택배직원들의 수수료 때문에 적자가 난다는 발언을 일삼았고, 이에 노조는 강력한 시위에 들어간다. 이는 고통 받는 직원들의 아픔을 외면하고 열악한 사태에 대한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는 불합리한 기업문화를 낱낱이 드러내 보는 이들을 격분케 했다.

심지어 회사는 시위 현장에 완전무장한 용역을 투입하는가 하면, 노조위원장에게 3억원을 몰래 지급해 조직을 와해시키려는 치졸한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급기야 구조 조정요구에 택배 직원을 부당해고 시키려는 시도까지 그려내 보는 이들을 울컥하게 만들었다.

 

03. 불평등

‘김과장’은 뉴스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재벌 회장 아들의 갑질과 직원들을 일개 일꾼 정도로 여기는 불평등한 현실도 그린다.

TQ그룹 회장 아들 박명석(동하)은 개인적으로 쓴 비용까지 처리해 달라며 경리부에 찾아와 고성을 지르는 안하무인 작태를 보이는가 하면 그룹의 전속 모델을 자신과 관계를 맺고 있는 연예인을 꽂아 넣는 등 가진 자들의 갑질 만행을 보여줬다.

뿐만 아니라 ‘김과장’은 실제 회사에서 행해졌던 일면 ‘제 2 대기실’ 사건을 고스란히 담았다. 이는 화장실 앞 1인용 책상을 둬 직원들이 수치심과 치욕감에 의해 스스로 회사를 그만두게 만드는 악랄한 방법이다. 드라마에서는 22년 차 부장을 자살시도하게 만들었고, 직원을 부속품처럼 갈아 끼우면 된다고 여기는 잘못된 관행을 현실감 있게 그려내 암담한 현 시대에 비판을 가한다.

 

사진= 로고스필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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