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승원에게 ‘코미디’란 장르는 특별하다. ‘신라의 달밤’ ‘라이터를 켜라’ 등으로 충무로 대표 코미디 장인으로 거듭났고 ‘이장과 군수’를 통해 유해진이라는 ‘절친’을 얻었다. 그가 12년 만에 ‘럭키’로 대박을 친 이계벽 감독과 손을 잡고 ‘힘을 내요, 미스터 리’로 돌아왔다. ‘원조 코미디 맛집’답게 차승원은 말 그대로 ‘원맨쇼’를 펼친다.

‘힘을 내요, 미스터 리’는 하루아침에 ‘딸’벼락을 맞은 철수(차승원)가 딸 샛별(엄채영)과 함께 자신의 미스터리한 정체를 찾아가면서 벌어지는 반전 코미디 영화다. 차승원이 코미디로 돌아온 건 이계벽 감독 공이 컸다. 그는 사람을 믿고 살길 원하는 동시에 사람들의 희생과 믿음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힘을 내요, 미스터 리’에 끌렸다.

“‘힘을 내요, 미스터 리’는 종합선물세트 같은 영화죠. 솔직히 이런 류의 영화를 즐겨보진 않아요.(웃음) 이 영화를 하게 된 이유는 이계벽 감독 때문이었죠. 이 사람을 오래 두고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참 좋아요. 제가 2014년에 영화 ‘럭키’ 원작을 바탕으로 한 연극을 한 적이 있어요.. 그래서 이계벽 감독의 ‘럭키’를 잘 알고 있었죠.”

“‘럭키’ 다음으로 이계벽 감독이 만든 이 영화는 따뜻함이 가득해요. 영화가 여러 스타일이 있는데 ‘힘을 내요, 미스터 리’는 ‘착한 영화’라고 할 수 있죠. 요즘 ‘착한 영화’라고 불리는 작품들이 심심하게 느껴지고 안 좋게 비춰지는 경향이 있어요. 하지만 이런 영화는 추석 극장가에서 가족끼리 부담없이 볼 수 있잖아요. 세상이 흉흉하니 ‘힘을 내요, 미스터 리’가 관객들에게 힘을 주지 않을까 싶어요.”

차승원이 맡은 철수 캐릭터는 과거 사고로 인해 정신지체를 앓게 된 인물이다. 그는 그런 철수의 모습이 관객들에게 거부감 들 수 있다는 걱정을 하면서도 ‘힘을 내요, 미스터 리’가 주는 따뜻함에 출연을 결정했다. 그는 확신이 있었다. 정신지체 역할이든 대구 지하철 참사 사건이든 영화가 주는 메시지는 강력할 거라고.

“뭔가 결핍이 있는 아빠와 딸이 같이 살아가는 게 둘한테 도움 되지 않는 줄 알았어요. 하지만 시나리오를 읽고 서로 보듬고 의지하며 살아갈 수 있는 이야기에 마음이 흔들렸죠. 나이가 들어면서 ‘누구한테 의지하며 살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가족이라는 것에 대한 소중함을 깨닫게 됐죠. 이 영화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많이 변했어요.”

“제가 연기한 철수라는 캐릭터는 정신지체가 있죠. 이 모습을 관객에게 잘 보여드리기 위해 정말 고심했어요. 솔직히 연기하기 어려웠죠. 잘못하면 정신지체에 대한 희화화로 보일 수 있잖아요. 블라인드 시사 두세번 했는데 이에 대한 호불호가 있으시더라고요. 하지만 관객분들이 대부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셨죠. 이계벽 감독을 믿기 때문에 영화가 바라보는 시각이 왜곡되지 않을 거라는 걸 확신해요. 특히 대구 지하철 참사 사건도 말이죠.”

“2003년에 일어난 대구 지하철 참사 사건은 저뿐만 아니라 전국민에게 충격을 안겼죠. 이 사건 이외에도 우리가 살아오면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사건들을 많이 맞이했죠. 그런 사고가 있을 때마다 주변에 고마운 사람들이 존재해요. 소방수 철수 같은 사람들. 저도 결혼하고 자식들이 있어서 선뜻 남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나서기 어렵더라고요. 사람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희생하시는 분들에게 정말 감사하다는 말을 이 영화로 전하고 싶어요.”

‘힘을 내요, 미스터 리’는 작년 여름, 정말 무더웠던 날에 촬영됐다. 차승원은 더위 따위 신경쓰지 않았다. 그는 영화가 어떻게 하면 잘 나올지, 동료 배우들의 연기가 관객들에게 잘 전달될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의 바람대로 ‘힘을 내요, 미스터 리’가 관객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

“딸 샛별로 나온 엄채영 배우는 되게 순해요. 촬영 현장에서도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했죠. 채영이 어머님도 그러시더라고요. 두 사람이 같이 있는 걸 보면 동네에 다니는 보편적인 엄마와 딸이 생각나요. 그런 엄마와 딸, 분위기가 정말 좋았어요. 제가 아역배우와 호흡하면서 문제될 게 하나 없었죠. 채영이는 스스로도 잘했고 현장에서도 순하게 있어서 말이죠. 정말 현장이 치열하지 않아서 좋았어요. 그만큼 화기애애했죠.”

“작년 여름이 정말 더웠잖아요. 모두가 온몸에 얼음팩도 할 정도였죠. 엄채영 배우는 삭발을 해서 머리에 화상 입을까봐 위험하기 했어요.(웃음) 저는 항상 똑같은 옷을 입어서 더위 때문에 고생한 게 없어요. 솔직히 땀 많이 흘리고 그래야 여름에 찍은 것 같아 보이잖아요. ‘일로 만나 사이’ 보셨죠? 저는 힘든 거에 내성이 생겨서 괜찮아요.”

②에서 이어집니다.

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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