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봄 극장가를 산뜻하게 물들일 일본영화들이 대거 몰려온다. 일본영화는 독창적 비주얼은 물론, 유다른 감성과 짙은 메시지를 간직하며 오랜 시간 영화 팬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다. 다가오는 봄에도 역시 영화 마니아들의 눈길을 꼭 사로잡을 작품이 출격, 얼어붙은 극장가에 활력을 불어넣을 전망이다.

  

◆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

제 2차 세계대전 후 남북으로 분단된 가상의 일본. 미군이 점령한 남쪽에 살던 한 소녀 사유리와 소년 히로키, 타쿠야 세 사람은 언젠가 유니온이 점령하고 있던 북쪽 홋카이도 수수께끼의 거대한 탑까지 날아가 보자는 약속을 한다. 그러나 소녀는 어느 날 갑자기 원인불명의 병에 걸려 계속 잠을 자게 되고, 잠자는 소녀를 깨우기 위해 소년들은 힘을 모은다.

지난달 ‘너의 이름은.’으로 빅히트를 기록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영화가 또 한 편 개봉한다. 이번엔 신작이 아니라 2004년 첫 장편 애니메이션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를 들고 국내 극장가를 찾는다. 데뷔 초부터 이어진 신카이 감독 특유의 서정성과 정교한 영상미가 잔뜩 묻어나 또 한 번 흥행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몰리고 있다. 러닝타임 1시간30분. 12세 관람가. 28일 개봉.

 

◆ 신 고질라

갑자기 도쿄만에 출현한 거대한 생명체가 바다를 넘어 도시까지 들어와 무차별적 파괴를 시작한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이 괴물은 나타날 때마다 진화를 거듭, 점점 덩치가 커진 채로 도쿄 시내 한가운데를 향한다. 괴물을 막기 위해 비상사태를 선언한 정부는 머리를 싸매지만, 도무지 이 파국을 막을 방법을 찾지 못하고 시민들은 광란에 휩싸이고 마는데...

일본의 대표 괴수 고질라가 오랜만에 한국 극장을 침공한다. ‘신 고릴라’는 일본 애니의 거장이자 ‘에반게리온’의 아버지 안노 히데아키와 ‘진격의 거인’ 실사판 연출가 히구치 신지가 메가폰을 들었다. 섬세한 연출과 스토리를 자랑하는 두 감독의 만남에 ‘신 고질라’는 특수 촬영과 비주얼에만 기대는 오락영화가 아니라, 정치사회적 함의와 일본사회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 적절히 반영되며 관객과 교감을 시도한다. 러닝타임 2시간. 12세 관람가. 3월9일 개봉.

  

◆ 절벽 위의 트럼펫

심장 수술 후 회복을 위해 오키나와에 머무는 소녀 아오이(사쿠라바 나나미)는 절벽 위 트럼펫을 부는 소년 지오(엘조)를 만난다. 꿈과 사랑, 모든 것을 포기하고 떠나온 아오이와 돌아가신 부모님이 남긴 트럼펫만을 가족이라 여기는 지오. 두 사람은 강렬한 끌림을 느끼게 되고, 서로를 통해 설렘과 삶의 의미를 되찾는다. 하지만 돌고래를 보러 가기로 약속한 둘 앞에 갑자기 예상치 못한 사건이 불쑥 튀어나오는데...

일본의 라이징 스타 사쿠라바 나나미와 한국 보이그룹 틴탑의 멤버 엘조가 한일합작영화 ‘절벽 위의 트럼펫’(감독 한상희)에서 만났다.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청춘스타로 탄탄히 자리매김해 나가는 두 배우의 호연과 오키나와를 배경으로 한 아름다운 비주얼이 엮인 판타지 로맨스로 팬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러닝타임 1시간44분. 전체 관람가. 3월9일 개봉.

  

◆ 오버 더 펜스

도외시했던 아내로부터 버림받은 시라이와(오다기리 죠)는 일본 북쪽의 고향 마을 하코다테로 돌아간다. 그곳에 머물면서 직업학교를 다니며 혼자만의 평범한 일상으로 안착하는 시라이와. 부모를 모른 체하며 외롭게 살아가던 그의 일상에 어느 날 호스티스 바의 별난 댄서 사토시(아오이 유우)가 끼어들기 시작하는데...

‘오버 더 펜스’는 각자 말할 수 없는 사연을 가진 고독한 어른 두 사람의 삐걱거리는 만남을 조명한다. 성격부터 나이까지 모든 게 다른 시라이와와 사토시의 삐걱이는 만남을 통해 나이만 어른이 된, 세상에 홀로 버티는 게 버거운 현대인을 바라본다. ‘린다 린다 린다’ ‘마을에 부는 산들바람’ 등을 통해 청춘의 초상을 조명했던 야마시타 노부히로 감독의 따스한 시선도 느낄 수 있다. 러닝타임 1시간52분. 15세 관람가. 3월16일 개봉.

  

◆ 행복 목욕탕

이 세상에 다신 없을 강‘철’멘탈 대인배 엄마 후타바(미야자와 리에)는 어느 날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죽기 전에 해야 할 일을 실천에 옮긴다. 남편을 찾아 목욕탕 가업을 잇게 하고, 딸 아즈미의 홀로 서기를 위해 고군분투한다. 과연 ‘철’없는 아빠 가즈히로(오다기리 죠), ‘철’들어가는 딸 아즈미(스기사키 하나), ‘철’부지 이복동생 아유코(이토 아오이)는 엄마의 바람대로 변화할 수 있을까.

‘행복 목욕탕’(감독 나카노 료타)은 웃음과 눈물이 넘치는 가족드라마인 동시에 굳건한 여성 캐릭터가 빛나는 ‘걸크러시’ 영화다. 후타바의 삶에 대한 무한 긍정 사고, 가족에 대한 책임과 사랑은 욕탕의 온수처럼 계속 따스함을 유지한다. 의지를 품은 여성의 멋과 강인함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작품으로 봄날 짙은 감동을 얻고 싶은 팬들의 흥미를 톡톡히 자극한다. 러닝타임 2시간5분. 12세 관람가. 3월23일 개봉.

  

◆ 64 파트 1

1989년 전대미문의 아동 유괴사건이 발생하지만, 제대로 수사되지 못한 채 14년이 흐르고 만다. 그리고 공소시효를 1년 남긴 어느 날, 새로 취임한 경찰청장은 자신의 업적을 남기고자 ‘64 사건’의 재수사를 명하고, 경찰 공보관 미카미는 재수사를 위해 다시 한 번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그런데 당시 사건을 수사했던 경찰들을 만나면서 그들이 무언가 숨기고 있음을 직감하는데...

‘일본 핑크무비의 대가’ 제제 타카히사 감독이 의외의 미스터리극 ‘64’를 들고 컴백한다. 지난해 부천 판타스틱 영화제에 소개돼 깊은 인상을 남겼던 작품이다. 1989년 발생한 아마미야 쇼코 유괴살인사건을 모티프로, 다양한 갈등 국면과 인간관계의 복잡한 심리를 파헤친 수작이라는 평이다. 방대한 이야기를 빈틈없이 구성한 각본과 치밀한 연출이 호평을 받았다. 러닝타임 2시간1분. 3월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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