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에 가장 두려운 질병이 뭘까. 육체가 병들어 가는 것보다 정신이 병들어 가는 것이 더 고통스럽지 않을까.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 거울 속 자신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슬픔. 알츠하이머형 치매는 현대인이 가장 두려워하면서 가장 흔한 퇴행성 질환이다.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 남미 문학의 대문호 가브리엘 마르케스, 영화 ‘벤허’의 주인공 찰톤 헤스톤,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과학자 찰스 가오 등이 이 병으로 고통을 받았다.

전 세계적으로 인구 고령화가 가속화되면서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알츠하이머병 치매에 대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문을 통해 알아본다.

 

◆ 발병 원인

아직까지 그 발병 원인과 치료법이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치매의 주요 원인병인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연구는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최근에는 피 속 당분 농도가 알츠하이머와 관계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당분을 과도하게 섭취하면 우리 몸에서 인슐린 저항성이 생길 수 있고, 이로 인해 뇌세포에 아밀로이드나 타우 등 유해 단백질이 쌓여 굳어지고 결국 알츠하이머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포도당과 그 분해된 산물이 소위 당화반응을 일으켜 세포 속 단백질을 손상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나와 있다.

학계에서는 독성 단백질인 베타-아밀로이드가 뇌에 쌓이거나 뇌세포의 골격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타우 단백질에 이상이 생겨 치매가 발병한다고 보고 있다. 이 밖에도 나이, 가족력 등도 발병 요인으로 꼽힌다.

 

◆ 알츠하이머병 증상

알츠하이머병의 가장 흔한 증상은 기억장애다. 이어 언어나 시공간파악능력(지남력)과 판단력 등이 무너지면서 일상생활을 할 수 없게 된다. 행동이나 심리적인 부분도 변하기 때문에 공격적인 행동을 하게 되거나 수면장애, 우울증, 불안, 초조, 환각, 망상 등의 증상을 보이게 된다. 끝에는 거동마저 힘들어진다.

 

◆ 알로이스 알츠하이머가 첫 발견

알츠하이머병은 20세기 독일인 의사 알로이스 알츠하이머(1864~1915)의 이름에서 따왔다. 알츠하이머는 15년 가까이 뇌 조직 슬라이드를 꾸준히 정리하며 정신질환의 원인을 찾았다. 그러던 중 아우구스테 데터(1850~1906)라는 여인을 진료하게 된다. 아우구스테 데터는 40세 무렵부터 불면증과 환각, 의부증 증세를 보였다고 한다. 시간이 갈수록 병세가 악화돼 사람과 사물, 시간과 장소를 알아보지 못하고, 마지막에는 대소변 실금 증세를 보이다가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알츠하이머는 그녀의 뇌 조직에서 알츠하이머병의 특징들을 발견하고 이를 병의 경과와 함께 발표했다.

 

◆ 로널드 레이건 발병으로 널리 알려져

세상에 알츠하이머병을 널리 알리는 데는 로널드 레이건(1911~2004) 전 미국 대통령의 역할이 컸다. 그는 1994년 담화문을 통해 자신이 알츠하이머병에 걸렸음을 고백한다. 학자들은 레이건이 대통령 재임 당시(1981~1989) 이미 알츠하이머병을 앓는 중이었다고 보고 있다. 특정 단어를 기억하지 못하고, 구사하는 어휘 수 역시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언어장애는 알츠하이머병의 큰 특징이다. 부커 문학상을 받은 베스트셀러 작가 아이리스 머독(1919~1999)은 영국인이 사랑하는 당대 대표적인 지성이자 철학자였다. 최고 수준의 언어를 구사하던 머독이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뒤 유아 프로그램인 ‘텔레토비’를 넋을 놓고 봤다는 사건은 유명한 일화다.

 

◆ 치매 예방법

대부분의 병이 그렇듯 알츠하이머형 치매도 조기에 발견해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병의 속도를 늦춰 정상적인 생활 능력을 잃지 않는다면 환자와 가족의 고통 역시 상당히 줄어들 수 있다. 보건소에서 무료로 치매 검사를 받을 수 있어 본인이 의심스럽거나 주위 가족이나 지인 중 알츠하이머가 의심스럽다면 주저하지 말고 보건소를 방문하기를 권한다. 또 알츠하이머병은 건강한 생활을 통해서도 상당 부분 예방할 수 있다. 꾸준한 운동과 뇌를 자극하는 취미, 바른 식단으로 생활한다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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