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멜레온 같은 변화무쌍함과 한치의 흐트러짐 없는 정석적인 연주를 구현하는 ‘건반의 지배자’ 알렉세이 루비모프(75)가 마지막 내한공연에 나선다.

사진=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제공

오는 26일 금호아트홀 연세 무대에 오르는 거장은 원전음악과 현대음악의 경계를 뛰어넘으며 독보적이고 경이로운 음악세계를 들려주는 인물이다. 내년부터 무대 연주를 하지 않겠다고 은퇴를 선언했기에 이번 공연은 그의 마지막 한국공연이라 화제를 모으고 있다.

루비모프는 러시안 피아니즘의 최고봉이자 러시안 스쿨 창시자인 하인리히 네이가우스를 사사한 러시안 피아니즘의 살아있는 계보다. 1963년 모스크바 음악원에 입학해 전설적인 피아니스트 네이가우스와 레프 나우모프를 사사했다. 모스크바 음악원에서 처음으로 현대음악과 원전연주(르네상스, 바로크 등 옛 음악을 당시 악기와 연주법으로 연주)를 접하게 됐고, 이를 평생 그의 연구분야로 이끌어갔다.

냉전 시대 철의 장막 뒤에서도 꾸준히 동시대의 음악을 발표하겠다는 의지로 미국 작곡가 존 케이지 음악을 소련에서 처음 선보이고, 에스토니아 작곡가 아르보 페르트, 알프레드 슈니트케등의 현대작품 초연을 이어갔다.

그를 지탱해온 또 하나의 축은 ‘포르테 피아노 스폐셜리스트’라는 것이다. 루비모프는 꾸준히 고음악 연구에 매진해오며 러시아 시대악기를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린 진정한 러시아 시대악기의 리더다. 오로지 건반악기에 관한 순수한 열정으로 하프시코드, 탄젠트 피아노, 포르테 피아노, 모던 피아노까지 시대를 넘나드는 모든 건반악기들을 자유롭게 구사하며 바흐부터 모차르트, 브람스에 이르는 고전 레퍼토리를 앨범으로 발표한 진정한 의미의 ‘건반의 지배자’다.

최정상 거장들을 만날 수 있는 ‘금호 익스클루시브’ 시리즈 무대는 올 모차르트 프로그램으로 꾸며진다. “루비모프의 연주는 유려하고 균일하나 결코 기계적이지 않은 탁월함을 지녔다”는 그라모폰 매거진 예찬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 1부에서 ‘환상곡’ d단조로 시작해 소나타 9번과 8번을 연달아 연주하며 2부에서는 C장조 소나타 16번, ‘환상곡’ c단조에 이어 같은 조성의 14번 소나타로 연주를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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