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전세계의 주목 속에 치러진 이세돌(33) 9단과 구글의 인공지능(AI) 알파고와의 경기에서 알파고가 승리했다. 충격적인 패배에 대한 많은 보도가 이어지고 있지만 앞으로 4번의 경기가 더 남아 있기에 화제는 지속할 전망이다. 그러나 바둑도, 인공지능에도 문외한인 이들에게는 여전히 의문점 몇 가지가 있다.

 

1. 왜 바둑인가?

 

인공지능의 발전을 증명하기 위한 수단은 여러 가지가 있을 텐데 왜 하필 바둑일까.

인공지능의 발전을 증명하고 화제성을 모아 홍보하기에 ‘인간과 인공지능의 대결’만한 타이틀은 없다. 이전에 주로 활용되었던 대결은 ‘체스’였다. 그러나 체스는 지난 1997년 IBM이 개발한 슈퍼컴퓨터 ‘딥블루(Deep Blue)’가 체스 세계 챔피언 가리 카스파로프를 꺾었을 때 이미 ‘정복’당했다. 또한 오셀로, 장기, 퀴즈대회 등의 다른 대결에서도 승리해 마케팅 겸 증명을 위한 스포츠는 바둑만 남아 있다.

 

다른 대결들이 모두 인공지능에게 정복당했음에도 바둑만 인간의 영역으로 남았던 이유는 바둑의 복잡성 때문이다. 바둑은 바둑판 위에 흰 돌과 검은 돌을 번갈아 두며 상대의 돌을 들어내거나 둘러싸 ‘집’을 만드는 게임이다. 단순한 규칙이지만 플레이어가 자신이 원하는 위치에 자유롭게 돌을 놓을 수 있기 때문에 말을 움직이는 방법이 정해져 있어 한 턴에 고려해야할 수가 정해진 체스보다 복잡하다, 또, 게임 판도 크기 때문에 바둑 경기의 경우의 수는 10의 170 제곱에 이른다. 

 

2. 왜 이세돌인가?

 

사실 알파고의 첫 대국 상대는 이세돌이 아니다. 알파고는 ‘크레이지 스톤’ ‘젠’등 현재 가장 강력하다고 평가받는 상업용 바둑소프트웨어들과 500여회 대전을 치웠고 99.8%의 압도적인 승률을 냈다. 소프트웨어뿐 아니라 사람과의 전적도 있다. 알파고는 2015년 10월 유럽의 바둑 챔피언 판 후이(Fan Hui) 2단을 상대로 공식 대국에서 승리했다. 그렇다면 알파고의 이번 대전 상대로 이세돌이 지목된 이유는 무엇일까.

 

‘알파고'를 개발한 데미스 허사비스(40) 구글 딥 마인드 최고경영자는 “이세돌 보다 젊고, 이세돌 만큼 뛰어난 선수가 있을 수 있지만, 세계 최정상에서 10년 이상 자리를 지킨 이세돌과 붙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세돌의 출중한 실력도 실력이지만, 이세돌이 가지고 있는 파급력을 감안할 때 인공지능 시장에서 마케팅 선점효과를 낼 수 잇다는 점과 향후 대국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잇는 이세돌의 대국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이세돌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3. 왜 중요한가?

 

이번 대국은 인공지능이 최후의 보루였던 바둑에서 인간을 넘어섰다는 사실 외에도 많은 시사점을 갖는다. 알파고는 단순히 바둑을 두는 인공지능이 아니라 '범용 인공지능'을 만들기 위한 초석이라고 할 수 있다. "범용 인공지능은 정치, 경제, 사회, 금융, IT 등 전 분야에 사용될 수 있는 미래 기술로 시리, S보이스, 코타나 등의 음성비서 프로그램 등 현재 각광 받고 있는 첨단기술을 한 단계 높여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뿐만 아니라 인공지능이 하나의 플랫폼으로서 기능하게 된다면 다양한 아이디어가 현실로 구현돼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바둑의 방대한 경우의 수를 모두 고려해 대국하고 인간에게 승리한다면 향후 대량의 데이터를 이해하고 결정하는 등 인간이 해결하지 못하는 여러가지 문제를 해결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사진 출처: 뉴스엔

인턴에디터 송문선 azurebeas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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