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천경자 화백의 작품이 최고가 기록을 세웠다. 지난 9일 K옥션 봄 경매에서 추정가 13억원에 나온 ‘정원’은 17억원에 낙찰됐다. 이로써 천 화백 작품의 최고 기록가가 7년 만에 다시 쓰였다. 이전 최고가는 2009년 K옥션에서 12억원에 팔린 ‘초원Ⅱ’였다. 화제작 ‘정원’ 그리고 천경자에 대해 알아야 할 4가지.

 

 

 

 

첫째. 1962년 작인 '정원(園)'은 2007년 K옥션 가을경매에서 ‘동산(園)’이라는 제목으로 11억5000만원에 팔렸다가 이번 경매에 추정가 13억~20억원으로 나와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기존 경매시장에서 주류를 이루는 유화가 아닌 데다 작가의 대표작도 아닌 ‘정원’이 고액 낙찰을 기록한 이유는 무얼까.
 
먼저 지난해 8월 뇌출혈 투병 끝에 작고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것과 아울러 ‘미인도’(1977) 위작 논란이 재점화했기 때문이다. 한국 미술사에 한 획을 그은 독보적인 여성 거장이면서 작품 수가 1000여 점으로 비교적 적은 편인 것도 꼽힌다. 마지막으로 소장가들이 그림 값 상승을 예상하고 시장에 내놓지 않아 희소가치가 형성돼서다.

    

 

 

 

     

둘째. 전면을 푸른 점과 회색점으로 꾸민 ‘정원’(가로 130cm, 세로 120cm·종이 채색)은 2012년 국립현대미술관의 첫 단색화(화면에서 형태와 색을 최대한 배제하고 단일한 색이 주를 이루며, 반복적인 작업을 통해 질감을 살려낸 그림) 기획전에 출품된 넉 점 중 한 점이다.
 
그림 속 두 여인은 꽃에 둘러싸인 정원을 배경으로 식탁에 앉아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중간색의 은은한 색감을 통해 모호함과 판타지 분위기를 연출한 ‘정원’은 한 화면 안에 현실 공간과 환상 공간이 공존해 이채롭다. 현실 속 체험, 삶과 죽음 등 내면의 고민에 천착했던 천경자 그림 전반기(1940~60년대)에 탄생한 작품은 소소한 일상을 품는다. 특히 62년은 작가가 서울 종로구 옥인동에 정착, 안정된 생활을 누리던 시기였기에 그림에는 행복감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셋째. 그림 가격은 드로잉·판화·페인팅, 크기, 작품성에 따라 달리 매겨진다. 천 화백의 ‘테레사 수녀’는 지난해 8억8000만원에 낙찰된 데 이어 ‘막은 내리고’(8억6000만원), ‘모자를 쓴 여인’(6억3000만원), ‘미모사 향기’(6억1000만원), 꽃과 나비(6억원) 등이 억대 작품 대열에 합류했다. 78년작 ‘초원’은 추정가만 30억원에 이른다. 서울시립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생태’ ‘나의 슬픈 전설의 22페이지’ ‘여인의 시’ 등 20여 점은 점당 20억원이 넘을 것이란 추정이다.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에 따르면 작년 경매시장서 거래된 천 화백 작품의 평균 호당 가격은 2268만원으로 박수근(1억7500만원), 장욱진(3363만원)에 이어 세 번째로 높았다.
 

 

 

넷째1924년 전남 고흥에서 태어나 동경여자미술전문학교에서 동양화를 전공한 그녀는 ‘왜색풍’이라고 경시받아 한동안 명맥이 끊겼던 한국 채색화를 개척한 1세대 작가다. 풍경과 정물 일색이던 51년 당시 35마리의 뱀을 그린 ‘생태’로 충격을 던지며 등장한 천재화가는 그 후로도 관습의 틀에 맞서 자신만의 색채로 한국화의 지평을 열어갔다. 특히 70년대 중후반, 여인상을 통해 절정에 이른 천경자 화풍은 동양화 물감을 유화처럼 켜켜이 쌓아올린 두터운 채색과 강렬하고도 깊은 이미지를 특징으로 한다.
 
천경자는 전통 동양화 채색 재료를 사용하면서도 이국적 소재와 현대적 표현방식으로 동시대와 호흡했다. 그림의 성채 안에만 머무르지 않고 수필·여행서를 왕성하게 펴내며 대중과 소통했다. 한과 고독, 원초적 생명력으로 불꽃같은 삶을 살아간 그녀는 젊은 여성들의 워너비였으며, ‘뱀. 꽃. 여인의 화가’ 천경자를 향한 대중의 사랑은 특별했다.

 

에디터 용원중 goolis@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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