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달연대기’는 워낙 준비할 게 많았어요. 몸을 만들고, 승마 배우고, 액션 배우고 하느라 되게 더울때 시작을 했어요. 총 10개월 정도 ‘아스달연대기’ 촬영을 했던 거 같아요. 2018년 9월에 시작해서 5월에 마쳤으니까요. 또 마지막 한달은 ‘의사요한’이랑 촬영시기가 겹쳤어요. 제주도에서 전사로 연기를 하다가, 비행기타고 서울에 오면 병원에 가서 가운을 입어요. 제 나름 최선을 다해서 상황에 맞게 힘을 빼고, 이유준이라는 인물로 연습한 걸 차분히 해나갔어요. 그래도 ‘의사요한’ 1~2화 보면 무광이의 눈빛이 묻어 나오더라고요. 무광 때문에 브라운태닝을 12번 이상을 해서 분장팀이 좋아하더라고요. 근데 ‘의사요한’을 들어가면서 한톤은 밝아져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화이트태닝을 또 급하게, 부지런히 한 20회 정도를 했어요”
‘아스달연대기’는 워낙 많은 배우가 등장하는 데다, 큰 줄기의 사건에 휩쓸려 죽음을 맞이하는 캐릭터도 많았다. 황희가 맡은 무광은 파트3까지 생존에 성공했다. 여기에 무광의 죽음은 탄야(김지원)가 예지하며 유독 무게가 실린 대목이기도 했다.
“처음에 대본을 8회까지 받았고, 기획안 인물소개에 나중에 죽는다고 써 있었어요. ‘언젠가는 죽겠구나’ 알고는 있었어요. 근데 10부가 넘어가고, 11부가 넘어가고 했는데 아직도 안 죽는거에요. 탄야가 초승달이 뜨면 죽는다고 해했거든요. 나쁜 짓을 하러가는데 초승달이 떠 있고, 그때 직감이 오더라고요. ‘오늘은 죽겠구나’”
무광은 대칸부대의 일원으로 누구보다 씨족을 탄압하는 인물. 여기에 타곤(장동건)에게 맹목적인 충성을 다하며, 사람들을 죽이는 데 있어서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하는 냉혈한처럼 그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광은 시청자들로부터 다양한 애칭을 얻으며 큰 사랑을 받았다고.
“그 당시에 살기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었을 거 같아요. 그래서 (다른 사람들을) 죽이고, 빼앗았던 거 같아요. 무광이 유일하게 충성심이 굉장히 강하잖아요. 다른 전사들과는 다르게 맹목적으로 한 방향을 향해가는 단순함이 매력적으로 느껴졌어요. 그러다 인간적인 면이 녹아있으면 좋을 거 같다고 생각해서 형인 무백(박해준)에게 철부지같은 못브으로 대들어야겠다 싶었죠”
검은 분장 덕분에 붙은 많은 별명 중에는 ‘어벤져스’ 시리즈의 ‘팔콘’을 닮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미 이전부터 황희의 친구들 사이에서는 이런 지적을 한 사람들이 있었다고 했다.
“제 주변 친구들은 ‘어벤져스’를 보면 너랑 똑같이 생긴 애가 나온다고 하더라고요. 본격적으로 시커멓게 칠하고 수염을 기르면서 사람들도 무광이한테 팔콘이라고 한 거 같아요. SNS에서 순식간에 퍼져 나가더라고요. 저는 재미있었어요. 알아봐주시는 분들요? 아직은 길 다닐 때 편해요(웃음). 가끔씩 알아봐주시는 분들 있으면 제가 더 깍듯이 인사를 드려요. 제가 오히려 더 감사하죠”
오디션을 통해 ‘아스달연대기’에 합류한 황희는 뜻밖의 행운도 얻게 됐다. ‘의사요한’ 오디션의 기회가 박상연 작가 덕분이었다고. 비록 ‘아스달연대기’에서 주연만큼 큰 역할은 아니었지만 황희가 제몫을 다 했기에 이런 기회도 가능했을 터.
“아스달연대기’, ‘의사요한’ 제작사가 같아요. 박상연 작가님이 ‘무광이라는 애가 하나 있는데 의사역할 한번 오디션 보는게 어때’하고 추천을 해주셨더라고요. 그래서 ‘의사요한’ 조수원 감독님한테 오디션을 보게 됐어요. 대본이 네 장이 나왔는데 다 외워갔어요. 조수원 감독님이 대본을 다 외워온 게 제가 유일하다고 하셨어요. ‘꼭 이번이 아니더라도 같이 하자’고 해주셨는데 다음날인가 전화가 와서 ‘같이 가보자’라고 하셨어요. 사실 촬영 현장에 작가님들이 직접 나오시지는 않잖아요. 편집실에서 보셨거나, 입에서 입을 통해 전해 들으셨거나 하시지 않았을까요. 자세한 건 알 수 없지만 박상연 작가님이 ‘아스달연대기’ 방영 전 스페셜 방송에서도 언급해주신 걸로 알고 있어요. 제가 작가님이랑 직접적으로 친한 배우도 아니고, 드라마로 처음 인연을 맺은 작가님이 그렇게 말씀해주셨으니까 너무 감사드리죠”
연달아 두 작품을 촬영하고 이제 잠시 휴지기를 가질 시간. 하지만 황희는 휴식보다는 다음을 위한 재충전에 집중하는 모습이엇다.
“충전의 시간은 오래가지지 않고 다른 작품으로 인사드릴 예정이에요. 절실함, 절박함 쉬는 시간이 길어지다보니 작품을 할 수 있을 때 행복하다는 걸 느끼게 된 거 같아요. 지금보다 어렸을 때는 작품을 하다 힘들면 ‘힘들다’고 느꼈지만 지금은 그 힘듦이 좀 다르게 느껴지는 거 같아요. 이렇게 몰아가는 나를 발견할 때 재밌기도 하고, 내가 길게 쉴 이유가 아직 없구나 싶더라고요. (휴지기가 길어질 때) 내가 연기하는 사람이야라고 말하는게 말하는 것 자체가 위축이 되더라고요. 배우는 자기 일에서 몸담고 있을때 멋있고 살아있다는 생각이 드는거 같아요”
사진=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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