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교환이 돌아왔다. 전작 ‘꿈의 제인’에서 파란만장한 인생사의 한가운데서도 결코 웃음을 잃지 않는 트랜스젠더 제인이 됐던 그가 신작 ‘메기’(감독 이옥섭)에서 다정하고 의뭉스러운 남자친구가 되어 관객을 찾는다.

“마음과 신념은 자주 바뀌기 때문에” 자신을 규정짓지 않으려는, 그러나 인생과 유머가 함께해야 한다는 시선은 변하지 않는 배우 구교환을 만났다.

영화적 동반자 이옥섭 감독과 함께해서 더 특별한 이번 영화 ‘메기’는 믿음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다. 간호사 윤영(이주영)을 중심으로 성원(구교환), 경진(문소리)의 믿음과 의심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인간적인 면모를 그리는 동시에 도심에 생겨난 싱크홀과 이를 감지하는 메기까지 무어라 설명할 수 없는 톡톡 튀는 전개와 상상력이 돋보인다.

이미 작년 부산국제영화제 4관왕 등 여러 영화제에서 수상하며 하반기 화제작으로 떠올랐지만 구교환은 26일 정식 개봉으로 관객과 만나는 설렘을 전했다.

“영화는 관객과 만나야 한다는 생각은 변하지 않아요. 쌓아두려고 만드는 게 아니잖아요. 떨리고 즐거워요. 걱정 한 스푼이 있기는 한데, 즐거운 걱정이에요. 관객분들이 어떻게 봐주실까 궁금하네요. 제가 극장에서 영화를 볼 때 온전히 스크린에 집중하면서 드는 마음이 있는데요. 이제 관객분들이 저희 영화를 온전히 집중해서 보시는 것에 대한 희열이 있어요. 저희가 재밌어하는 걸 만들었지만 관객분들도 재밌어하길 바라요.”

‘메기’에서 그가 연기하는 성원은 윤영의 다정한 남자친구인 동시에 뭔가 의뭉스러운 구석을 지닌 캐릭터다. 청년 백수 성원은 돌연 도심에 싱크홀이 생기자 구멍을 처치하는 용역에 투입돼 직업을 갖게 되고 함께 일하는 동료와의 관계에서 불신과 의심의 상황에 놓인다. 평탄한 듯하던 윤영과의 관계 또한 그가 윤영의 심판대에 오르며 균열이 일어난다. 구교환은 “알 수 없는 캐릭터”라고 성원을 설명했다.

“성원을 캐릭터라기보다 윤영을 둘러싼 ‘현상’으로 생각하고 다가갔어요. 실체가 명확하지 않은 인물이고, 때문에 윤영이가 변하는 영향을 주는 형상이라고 여겼어요. 이 인물은 신과 신 사이에서 개연성을 유지하지 않는 것이 개연성이라고 생각했어요. 신마다 텍스트상에 충실해지려는 게 큰 목적이었어요. 진실하게, 텍스트대로 연기하려고 했어요.”

성원이란 캐릭터에 대해 이야기하며 구교환은 단언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 싱크홀 사태로 임시직을 얻게 된 청년 백수, 윤영의 집에 얹혀사는 하우스푸어, 다정한 남자친구인 동시에 의뭉스러운 구석이 있는 이 캐릭터의 극 중 행동에 대해 단언하지 않았다.

“신에 충실하려고만 했고요. 제가 확신을 갖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이건 이거야’라고 이야기하는 게 어려워요. 항상 뭔가 바뀔 수 있다는 생각으로 살아요. 문소리 배우가 연기한 이경진 부원장의 대사 중에 ‘신념은 바뀌어요’라는 부분이 있는데, 그 말을 좋아해요.”

동시에 구교환이 유일하게 강조한 건 웃음이었다. 단편과 장편을 통틀어 캐릭터 본인에게 묻는다면 절대 인정하지 않겠지만 남들은 포복절도시키는 유머러스한 캐릭터를 자주 맡아온 그다. 대표적으로 ‘꿈의 제인’의 트랜스젠더 제인이 그랬고, 단편영화 ‘세마리’와 ‘플라이 투 더 스카이’ 등 꼽자면 한도 끝도 없다. ‘메기’에서 역시 심각한 상황에서 싱크홀 옆에 누워서 잔다든지 자잘한 유머로 웃음을 선사한다.

“저는 진지한데 사람들은 웃기다고 해요. 이번에도 희극적인 부분을 알지만 부각시킬 생각은 없었어요. 희극적인 상황을 진실되게 표현하면 사람들이 웃는 거 같아요. 뭔가를 더하려고 하면 아무것도 안 되는 거 같고 정량만큼만 해야 할 거 같아요.

실은 제가 대학생 때 무안 양파담기대회에서 우승했어요.(웃음) 양파를 정해진 양만큼 담는 대회였는데 우승해서 양파즙 한 상자를 받았어요. 정량 담는 데 소질이 있나 봐요. 저는 ‘메기’ 정도의, 과하지 않은 적당한 유머가 좋아요. 관객분들에겐 웃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되면 웃으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인생에서 유머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생활할 때 위기를 벗어나게 해주는 건 유머에요. 상황이 좋지 않을 때 눈치 좋은 유머가 가장 큰 위로가 돼요.”

 

②에서 이어집니다.

 

사진=엣나인필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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