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의 ‘조커’는 잊어라! 잭 니콜슨, 히스 레저, 자레드 레토, 마크 해밀 등 조커를 거처간 수많은 스타들이 있다. 토드 필립스 감독의 ‘조커’엔 호아킨 피닉스가 있다. 역사상 최고의 악당으로 꼽히는 조커라는 캐릭터를 잘 연기해도 본전. 하지만 호아킨 피닉스는 DC의 스토리라인에서 벗어난 영화 ‘조커’에서 날개 돋은 듯 하늘 위로 비상했다. 이 영화는 호아킨 피닉스로 시작해 호아킨 피닉스로 끝난다. 

# 1PICK: 호아킨 피닉스, 광기 어린 新 조커의 탄생

10여년 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다크 나이트’가 개봉했고 조커 역을 맡은 히스 레저는 완벽히 캐릭터로 분해 오스카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이것이 조커라는 캐릭터의 정점인 줄 알았다. 하지만 토드 필립스 감독의 ‘조커’에서 호아킨 피닉스는 히스 레저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연기력으로 보는 이들을 소름돋게 만는다.

불안한 아서 플렉의 감정, 행동, 목소리, 걸음걸이까지 호아킨 피닉스는 디테일한 연기로 조커라는 캐릭터를 재해석했다. 그저 미치광이 광대가 아니라 사회적, 개인적 아픔을 가진 인물이 어떻게 세상을 향해 소리치는지, 쌓아왔던 울분을 폭발하는지 제대로 보여준다. 호아킨이 연기한 아서 플렉은 어렵게 현실을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평범한 사람 아서 플렉. 호아킨은 조커라는 캐릭터에서 악당을 지우고 평범한 한 인간의 모습을 집어넣었다.

# 2PICK: 코믹스 영화의 신기원! 현실 반영 스토리 가득

‘조커’의 매력은 기존 코믹스 기반의 영화와 차별화를 둔 것이다. 오락 액션영화에서 벗어나 ‘조커’는 현실 반영 스토리로 보는 이들을 사로잡는다. 아서 플렉이 조커가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과거사, 가정사, 사회 문제 등과 연관지으며 한 인간을 악당이 아닌 ‘영웅’으로 만든다. 조커가 영웅이 될 거라고 생각한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조커’는 이를 완벽하게 해내며 코믹스 영화 역사의 한 획을 그었다.

영화는 1970년대 말에서 1980년대 초를 다룬다. 베트남 전쟁 후유증이 심했고 미국과 중국의 냉전이 정점에 달한 시기였다. 토드 필립스 감독은 셰익스피어의 말에 따라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란 걸 영화에 투영했다. ‘조커’에서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즈’가 나온 것도 우연이 아니다. ‘조커’는 그 자체로 코미디다. 단순히 웃긴 코미디가 아니라 허무한 인생, 자신과 동떨어진 사회가 주는 핍박 등에서 코미디를 찾았다.

# 3PICK: 숨어있는 명작 오마주, 볼거리도 풍성!

‘조커’가 세상에 나온 후 여러 영화들이 거론됐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택시 드라이버’ ‘코미디의 왕’이 대표적이다. 아서는 ‘택시 드라이버’의 로버트 드 니로를 떠올리게 한다. ‘택시 드라이버’에서 로버트 드 니로가 자신의 머리에 손가락으로 총을 쏘는 흉내를 내는 모습을 ‘조커’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로버트 드 니로가 ‘조커’에 출연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사람들을 비웃는 도구로 사용하는 미디어에 대한 내용은 시드니 루멧 감독의 ‘네트워크’를, 아서 플렉이 거울을 보면서 분장을 하고 이야기하는 장면은 ‘분노의 주먹’을 생각나게 한다. 이 영화들은 사회비판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동시에 한 인간의 자아 성찰과 나락에 빠지고 하늘로 비상하는 걸 반복하는 이야기를 풀어낸다. ‘조커’ 역시 아서 플렉의 흥망성쇠를 통해 악당이 아닌 영웅으로 발전해가는 모습을 일련의 사건과 맞물려 보여준다.

‘조커’는 다른 코믹스 기반의 영화와 비교하면 오락성이 부족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호아킨 피닉스의 열연, 사회비판적인 이야기, 영화 속에 숨겨진 명작 오마주 등 볼거리가 많다. 코믹스 영화의 공식을 깨버리고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탄생시킨 토드 필립스 감독의 연출도 칭찬할 만하다. 올해 오스카가 ‘조커’를 눈여겨보지 않을 이유는 단 하나도 없다. 러닝타임 2시간 3분, 15세 관람가, 10월 2일 개봉.

사진=‘조커’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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