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드라마와 홍종현. 사뭇 익숙하지 않은 조합이었다. 모델 출신으로 현대극과 사극을 오가며 연기해왔지만 주로 도회적이고 시크한 이미지의 캐릭터를 맡았다.

그런 그가 최근 종영한 KBS 주말드라마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극본 조정선 / 연출 김종창 / 이하 ’세젤예‘)’에서 금수저인 듯 금수저 아닌 재벌 2세 겸 다정한 직진남으로 분해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 주로 청년층에 인기 있던 그는 ’세젤예‘로 하여금 전 연령 시청자에게 단단히 눈도장을 찍는 데 성공하며 한 번 더 도약했다.

홍종현은 ‘세젤예’를 선택하게 된 이유를 그가 연기한 캐릭터 한태주로 꼽았다. 한태주는 극 중 재벌 2세지만 자력으로 대기업 신입사원으로 입사하며 책임감 높은 상사 강미리(김소연)와 투닥거리다 사랑에 빠지는 인물이다. 흔히 묘사되는 금수저 출신 캐릭터의 콧대 높은 이미지는 온데간데없고 싹싹한 성격과 연인을 대하는 ‘직진 연하남’ 면모로 시청자들을 매료시켰다.

“작품을 선택할 때 제가 연기할 캐릭터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밝고 건강한 캐릭터를 해보고 싶어서 태주를 선택하게 됐어요. 제 실제 나이 또래의 청년 역할을 맡고 싶었고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는 작품을 하고 싶었어요.

또, 장르물이나 사극도 해봤는데 현대를 사는 보통 가족의 이야기는 해본 적이 없어요. 그래서 대본을 받았을 때 끌렸죠. 감독님 역시 ‘단편적인 이야기를 보여준다고 생각하지 말고 한 시점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씀해주셨고 편하게 임하게 됐어요.”

그렇지만 주말드라마 특성상 오랜 호흡으로 극을 이끌어가야 한다는 부담도 있었다. ‘세젤예’는 지난 22일 8개월의 촬영 기간을 거쳐 장장 108회의 극을 마무리했다. 홍종현 역시 “긴 호흡의 작품을 해본 적 없어서 초반엔 어리바리했다”고 전했다.

“주말드라마는 세트에서 빠르게 촬영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처음 경험해보기 때문에 초반엔 어리바리했을 거예요. 특히, 어머니로 나오는 최명길 선배님이 잘해주셨어요. 함께하는 분들이 다 선배님이었는데 한 작품에서 그렇게 많은 선배님과 같이 한 적이 없어서 긴장했어요. 그런데 다 같은 동료 배우로 존중해주셨어요. 처음엔 그것마저 부담됐지만 감사한 마음으로 촬영했죠.”

김소연을 비롯해 김해숙, 최명길, 동방우, 강성연 등 선배 배우들과 오랜 시간 호흡하고 일상의 면면을 접하며 막연히 겁먹었던 선입견을 깨버릴 수 있었다.

아버지로 나오는 배우 동방우 역시 장난기가 많았다며 후일담을 전했다.

“동방우 선배님은 드라마에선 되게 무섭게 나오시는데 되게 장난기가 많으세요. 처음엔 그 장난조차도 진심인 줄 알고 긴장했어요. 예를 들어, 제가 뭘 먹고 있으면 ”아빠 꺼는?“이러셔서 제가 뛰어가서 사오곤 했는데 그게 장난이었던 거죠. 나중에야 알았어요.(웃음) 제 또래 남자애들이 장난치는 느낌이었어요. 한창 어린 분들한테 누나라고 하기도 하고 말장난이 많으시고 애교도 많으세요.(웃음)”

극 중 티격태격 사내커플에서 꿀 떨어지는 부부로 발전한 김소연과는 실제 10살 차이로 연상연하 커플 연기로 큰 사랑을 받았다. 홍종현은 김소연과의 나이 차에 대해 “소연 누나가 워낙 어려 보이시고 제가 좀 들어 보이니까 밸런스가 맞았지 않을까 싶어요”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김소연과의 커플연기가 즐거워 사내 커플을 해보고 싶단 생각도 했단다.

“초반부 소연 선배와 연기할 땐 즐거웠던 기억밖에 없어요. 술 먹고 술주정 부리는 신도 있고 한강 데이트 신도 있는데 드라마가 후반부로 가면서 점점 가족과 출생의 비밀이 드러나고 힘든 감정이 생기면서 ‘그때가 좋았구나’ 많이 생각났어요. 직장 상사와 사내연애를 하게 되면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싶었는데, 같이 출퇴근하고 밥도 같이 먹고 너무 좋을 거 같은데 주변에선 절대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적어도 같은 사무실을 쓰면 안 된다고요.(웃음)”

하지만 다정한 연하남 이미지와 실제 성격의 싱크로율에 대해선 “연하남은 상상도 못 했다”고 선을 그었다.

“연하남은 귀엽고 보호해주고 싶고 동생 같고 이런 느낌일 텐데 저는 그쪽에 가깝지 않아요. 그런데 주로 차갑고 시니컬한 캐릭터를 해와서 이미지가 있었는데 당연히 시니컬한 면도 있지만 한태주의 밝고 건강한 부분도 있어서 갈증이 있었어요. 그래서 감사한 작품이에요. 제일 기분이 좋은 반응은 전작들과 이번 드라마를 보고 ‘같은 사람인 줄 몰랐다’는 거였어요.“

 

②에서 이어집니다.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저작권자 © 싱글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