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에쿠우스’와 돌아온 오승훈. 일곱 마리 말의 눈을 찔러 법정에 선 17세 소년과 그를 치료하려는 정신과 의사의 이야기를 다룬 ‘에쿠우스‘는 1974년 영국 런던 초연과 1975년 한국 초연을 거쳐 40년의 장정을 이어왔다.
반세기 가까운 세월이 지났음에도 이 연극이 여전히 주목 받고 사랑 받는 이유는 말을 사랑한 소년 알런 스트랑이 표출하는 에너지와 순수함에 대한 우리의 갈망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작년에 이어 알런의 본질에 더 가까워지기 위한 고민을 멈추지 않고 있는 배우 오승훈을 만났다.
알런 스트랑은 웬만한 연기력으론 소화하기 어려운 캐릭터다. 극의 중심이 되는 알런과 의사 다이사트의 대화는 쉼표를 찾기 힘들 만큼 빼곡하고 밀도 높으며, 알런이 말들을 만지며 교감을 시도하는 장면은 티셔츠가 땀에 흠뻑 젖을 만큼 격렬하다. 오승훈 역시 두 번째 맡는 역할임에도 어렵다고 했다.
“쓰는 말조차 지금과 언어가 달라요. 말도 어렵고 대사도 많고 템포도 빠르죠. 연습이 많이 필요했어요. 연습이 없는 날에도 대사를 외웠어요. 잘 모르겠는 단어는 사전을 찾아보면서 의미를 파고들었어요. 한두 개가 아니에요.
에너지 소모가 많아서 죽겠어요. 정말 힘든데, 동시에 배우로서 어디서도 느낄 수 없는 희열을 느껴요. 많은 작품들이 있지만 이토록 인간의 본성과 광기를 표현하는 캐릭터가 얼마나 많을까 싶어요. 저도 덕환이 형도, 영주도, 우리가 좋아서 이 힘든 작품을 또 하는 게 아닐까 싶어요.”
일반적인 사회의 기준에서 알런은 비정상의 범주에 속한다. 어릴 때 처음 해변에서 말을 마주했을 때의 강렬한 동경이 사랑과 집착, 폭력으로 발전한 건 종교와 성에 강박적인 가치관을 주입해온 가정의 탓이 컸다. 오승훈은 “억압된 알런의 환경이 안타까웠다”며 연기로써 “순수하고 예쁜 알런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했다.
“가정환경이 아니었다면 정말 예쁘고 평범하게 살 수 있었던 소년이 아니었을까, 싶었어요. 환경이 지배하기 전의 어린 알런의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극 중에서도 ‘정신병’이라 명명되지 않아요. 문제가 있는 아이라고 나올 뿐이거든요. 다이사트와의 대화로 점점 회복이 되고요. 전 알런의 다소 이상한 부분을 과장하고 싶지 않았고 그만의 순수함, 예쁨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문제가 발생한 이유에 더 초점을 맞추고 싶었어요.”
벽을 세우고 다이사트의 질문에 제대로 된 답을 하지 않던 알런은 조금씩 천천히 마음을 연다. 알런과 대화하는 다이사트는 곧 관객의 재현이기도 하다. 당혹스런 마음으로 사랑과 동경과 원초적인 에너지를 뿜어내는 알런을 보는 다이사트는 이내 부러운 마음을 고백하기도 한다. 알런을 연기하며 “다이사트의 부러움이 느껴진다”고 한 오승훈의 해석을 들어봤다.
“우리는 감정 표현을 절제하면서 살아요. 인내를 하고 살죠. 그런데 알런이 설렘, 긴장, 공포, 분노 등 모든 감정을 느끼고 표현할 때, 그 표현의 크기가 달라요. 알런을 연기할 때, 저는 평소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을 뱉어내는 기분이 들어요. 표현하지 못하는 많은 감정들을 쏟아내면서 위로를 느끼고요. 알런은 그렇게 순수할 수 없는 캐릭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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