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회부터 숨 돌릴 틈 없이 몰아치듯 보여주는 것이 최근 드라마들의 공통점이다. 하지만 자칫 ‘용두사미 드라마’로 전락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초반만 재미있고 뒤로 갈수록 늘어져 결국 최고 시청률에서 최저 시청률로 마감한다. 아쉬운 종영을 맞지 않기 위해 탄탄한 구성과 호흡조절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시청자의 뇌리에 오래 남는 포인트 가운데 하나가 마지막 장면이다. 해피 엔딩이든 새드 엔딩이든 혹은 열린 결말이든 '웰메이드 라스트 신'으로 아직까지 회자되고 있는 드라마 6편을 골랐다.

 

1. '경성 스캔들' 살아남은 자의 슬픔 안고 해피엔딩

“먼저 가신 분들이 우리에게 남겨준 소중한 이 땅에서 마음껏 연애하고 마음껏 행복하십시오”(엔딩 자막)

1930년 조선 총독부 시절 조국의 혼을 되찾으려는 지식인들의 독립운동과 사랑, 음모를 그린 퓨전시대극 ‘경성 스캔들’은 일제시대라는 무거운 역사의 틀을 재치 있는 대사를 통해 유쾌하게 풀어냈다. 그리고 혁명 전사가 된 경성의 젊은이들은 시대의 아픔을 이야기하고, 각자에게 남겨진 일을 위해 독립운동가의 길로 돌아간다. 가슴이 절로 뜨거워지는 느낌이 밀려든다.

 

2. '질투의 화신' 그 어떤 로코보다 유쾌한 결말

“화신이는 표나리가 키운다” “나랑 자자”. 여주인공 표나리(공효진)가 이화신(조정석)에게 한 대사들이다. '질투의 화신'은 고착화된 남녀 성역할의 기존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 판도를 바꾸며 여성이 리드하는 로맨스를 그렸다.

극의 유쾌한 분위기는 엔딩까지 이어졌다. 결혼식 장면에서 사회는 고정원(고경표)이 보고, 주례는 금석호(배해선)가 맡았다. 최동기(정상훈)는 싸이의 ‘연예인’을 부르며 결혼식을 풍성하게 만들었다. 여기에 오간호사(박진주)가 합류한 뒤 화신이 함께 노래했다. 표나리는 나이가 들어서도 기상 캐스터로 일했고, 그녀를 위해 화신은 열심히 아기를 돌보는 내용이 이어졌다. 또한 뉴스석에 앉아 시청자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하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언제 봐도 기분 좋아지는 마지막 장면을 선물해줬다.

 

3. '연애시대' 자연스러움의 극치

<언젠가는 변하고 언젠가는 끝날지라도 그리하여 돌아보면 허무하다고 생각할지라도 우리는 이 시간을 진심으로 살아갈 수 밖에 없다. 고통으로 채워진 시간도 지나고 죄책감 없이는 돌아볼 수 없는 시간도 지나고 희귀한 행복의 시간도 지나고, 기억되지 않는 수많은 시간을 지나 우리는 여기까지 왔다. 우리는 가끔 싸우기도 하고, 가끔은 격렬한 미움을 느끼기도 하고 또 가끔은 지루해하기도 하고, 자주 상대를 불쌍히 여기며 살아간다. 시간이 또 지나 돌아보면, 이때의 나는 나른한 졸음에 겨운 듯 염치없이 행복했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여기가 내 시간의 끝이 아니기에, 지금의 우리를 해피엔딩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엔딩 내레이션)

악역이 한 명도 없었으며 모든 갈등은 우리가 수긍할 만큼 현실에서 있을 법한 일들로만 다뤄졌다. 자칫 심심해 보일 수 있지만, 현실감과 따뜻한 연출 덕분에 아직도 다시 꺼내보는 사람이 많다.

은호(손예진)와 동진(감우성)이 다시 이어지는 순간, 시청자들은 이 드라마가 해피엔딩으로 끝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은호의 내레이션은 말한다. 아직 우리 앞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이건 해피엔딩이 아닐 수도 있다고. 해피엔딩이면서 해피엔딩이 아닌, 진정한 인생의 의미를 ‘결혼이 끝나고 시작된 연애’를 통해 자연스레 전달했다.

 

4. '내 이름은 김삼순' 노처녀 삼순의 당당한 발걸음

<그날 밤 삼신 할매는 다녀가지 않았고, 어머님은 여전히 우리 결혼을 반대하신다. 그래도 우리는 사랑을 하고 있다. 투닥투닥 싸우고 화해하고 울고 웃고 연애질을 한다. 가끔은 그런 생각을 한다. 어쩌면 우리도 헤어질 수도 있겠구나. 연애라는 게 그런 거니까. 하지만 미리 두려워하지 않겠다. 지금 내가 할 일은 명백하다. 열심히 케익을 굽고, 열심히 사랑하는 것.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나, 김 삼순을 더 사랑하는 것> (엔딩 내레이션)

집안의 결혼 반대로 인해 아이부터 만들자는 진헌(현빈)과 삼순(김선아)의 작전은 무산됐지만 항상 당당하고 성실했던 삼순의 성격이 마지막까지도 고스란히 표현된 엔딩이다. 시청자들은 아직도 생각한다. 과연 삼순이와 진헌은 결국 결혼했을까?

 

5. '미안하다 사랑한다' 애틋한 결말

<지독하게 외로웠던 그를 혼자 둘 수 없었습니다. 내 인생에 이번 한 번만, 나만 생각하고 나만을 위해 살겠습니다. 벌, 받겠습니다> (엔딩 내레이션)

보통 해피 엔딩으로 끝나는 한국드라마에서 손에 꼽히는 새드 엔딩 드라마다. 마지막 장면은 해외에서 촬영됐기에 이미 바꿀 수 없는 상태였다. 해피 엔딩을 원하는 시청자들의 간절한 바람에도 제작진이 소신을 지킨 덕분에 더욱 좋은 결실을 얻을 수 있었다.

자신을 버린 어머니를 원망했던 시한부 인생의 무역(소지섭)이 어머니의 양아들 윤(정경호)에게 생명을 넘기고, 무혁을 사랑했던 은채(임수정)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진한 멜로의 절절한 슬픔을 안겨줬다.

 

6. '시그널' 궁금증 자아낸 열린 결말

<확실한 건 단 하나. 한 사람의 의지로 시작되 무전. 그 무선기 너머의 목소리가 내게 가르쳐준 한 마디. 포기하지 않으면 된다. 포기하지 않는다면 절대 처벌할 수 없을 것 같았던 권력을 무너트릴 일도, 15년 동안 그토록 찾아 헤맸던 사람을 만나는 일도 할 수 있다. 포기하지 않는다면, 희망은 있다> (엔딩 내레이션)

‘시그널’의 마지막 회는 의미심장했다. 죽은 줄로만 알았던 이재한(조진웅)이 병실에 있었고, 박해영(이제훈)과 차수현(김혜수)이 그를 찾아가는 것으로 마무리됐기 때문이다. 15년 전 장영철(손현주)의 비리가 담긴 디스크와 ‘미래에 있을 당신이 마지막 희망이다’고 적힌 이재한의 편지를 받은 박해영의 모습으로 열린 결말을 맺었다. 시청자들은 ‘시그널’ 시즌2를 간절히 염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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