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졸업한다'는 의미의 졸혼은 혼인관계는 유지하지만 부부가 서로의 삶에 간섭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것을 말한다. 일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새로운 풍속도가 국내에도 넓은 그림자를 드리우는 중이다. 특히 시대상을 반영하는 TV에서 졸혼이 속속 그려지고 있어 눈길을 붙든다.

 

 

KBS2 TV 예능 '살림하는 남자들2'에서는 중견 탤런트 백일섭의 졸혼 이후 일상이 그려지고 있다. 아파트에서 반려견 제니와 함께 거주하는 74세 꽃할배 백일섭은 “아내와 안 만난지 1년이 넘었다. 집을 나온지는 16개월 됐다"라며 졸혼 사실을 밝혔다.

졸혼을 택한 결정적 이유에 대해 그는 "서로 예의 지켜가면서 정답게 살면 같이 사는 게 좋다. 그런데 어쩔 수 없이 처음부터 그렇게 맺어졌기 때문에...결혼이란 게 다시 돌이킬 수 없지 않냐"라고 털어놨다. 졸혼 후 부부관계에 대해서는 “같이 살 때는 미움이란 게 많아서 얼굴 펼 날이 없었다. 그 생활이 오래되다 보니까 그대로 굳어진 거다. 그런데 미움이 없어지니까 서로에 대해 이해도 많이 되고 정리가 많이 됐다”고 밝혔다.

최근 방송에서는 아버지와 여행을 떠나고, 아내가 장만한 밑반찬을 가지고 방문해 집안일을 도와주는 장성한 아들의 모습이 보여졌다.

4일 첫 방송되는 KBS 2TV 새 주말극 ‘아버지가 이상해’는 졸혼을 정면으로 다룬다. 제작진은 평생 가족밖에 모르고 산 아버지 변한수(김영철)와 아내 나영실(김해숙), 개성만점 4남매로 이뤄진 대가족 이야기를 통해 부모 세대에겐 졸혼, 젊은이들에겐 결혼, 청춘에겐 취업이란 화두를 제시하겠다는 복안이다. 이를 풀어가는 과정을 통해 세대간 이해를 돕고 따뜻한 위로를 건넬 전망이다.

 

 

지난해 결혼정보회사 가연이 모바일 결혼정보서비스 ‘천만모여’ 회원 548명을 대상으로 “졸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미혼 남녀의 57%가 졸혼에 찬성했다. 특히 남성(54%)보다 여성(63%)이 결혼 후 자녀가 독립했을 때 배우자에게 졸혼 의사를 전달할 의향이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졸혼을 결심할 것 같은 이유로는 ‘결혼 생활 동안 하지 못했던 것들을 노후에 하기 위해’(57%)가 가장 높았다. 또 ‘배우자의 간섭을 피하기 위해’(22%), ‘사랑이 식은 상태로 결혼 생활을 유지할 것 같아’(18%)가 뒤를 이었다.

앞서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던 ‘황혼이혼’의 가족간 갈등 및 단절을 최소화하는 대안으로 부상한 졸혼은 여생을 자신을 위해 즐기며 살아가겠다는 ‘100세 시대’ ‘1인가구’ 시대의 새로운 풍속도로 읽힌다.

사진출처= KBS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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