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초청작 ‘아이 엠 우먼’은 BIFF의 방향과 잘 어울리는 영화다. 올해 BIFF에 초청된 여성 감독 작품이 많아진 만큼 문은주 감독의 ‘아이 엠 우먼’은 여성의, 여성을 위한, 여성에 의한 영화로서 제 몫을 다한다.

사진='아이 엠 우먼' 스틸컷

‘아이 엠 우먼’은 1970년대 호주 출신 가수 헬렌 레디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았다. 헬렌 레디는 브로드웨이의 전설적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의 ‘I Don’t Know How to Love Him’을 비롯해 1977년 디즈니 영화 ‘피터의 용’에 삽입된 ‘Candle On The Water’로 오스카 후보로 지명되기도 했다.

이번 영화의 타이틀이자 헬렌 레디의 대표곡인 ‘I Am Woman’은 빌보드 싱글 차트에서 1위를 기록한 전설적인 곡이다. 강인한 여성의 메시지를 담은 곡은 여성운동가 사이에서 상징적인 곡이 됐으며 전세계 여성들의 사랑을 받은 영화 ‘섹스 앤 더 시티2’의 주인공들이 함께 부르는 장면으로 삽입되기도 했다. 영화 속에서 헬렌 헤디(틸다 코브햄-허비)가 이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파워풀하면서도 헬렌 헤디의 실제 공연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문은주 감독은 오스카 수상 촬영감독 디온 비브의 아내인만큼 이번 영화에서 비주얼에 신경을 많이 썼다. 특히 헬렌 헤디가 남편 제프 월드(에반 피터스)와 녹음실 거울을 사이에 두고 바라보며 교감하는 장면은 카메라가 이들의 미묘한 표정까지 잡아내며 깊은 감정을 고스란히 보는 이들에게 선사한다.

영화는 마냥 음악 이야기로 풀어내지 않는다. 여성 인권 운동의 대표적인 곡인 ‘I Am Woman’ 이외에 헬렌 헤디의 주옥같은 명곡들이 영화 내내 흘러나온다. 최근 ‘보헤미안 랩소디’ ‘스타 이즈 본’ 등의 영화 속 공연을 떠올리게 할 정도다. 문은주 감독은 공연 장면뿐만 아니라 녹음을 하는 신에서도 사운드, 촬영에 신경을 쓰며 보고 듣는 재미까지 살렸다.

또한 헬렌 헤디의 무명에서 여성 인권의 상징이 되고 스타가 되는 과정을 드라마틱하게 표현해 몰입감을 높인다. 헬렌 헤디 역을 맡은 틸다 코브햄-허비의 연기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터. 여기에 ‘엑스맨’ 프리퀄 시리즈에서 퀵 실버 역을 맡았던 에반 피터스가 헬렌 헤디의 남편 제프 월드를 연기해 틸다 코브햄-허비의 감정 연기를 더욱 증폭시켜주며 주인공이 더욱 돋보이게 해준다.

재즈계 전설 토니 베넷의 다큐멘터리 ‘토니 베넷의 더 젠 오브 베넷’을 시작으로 첫 장편영화 ‘아이 엠 우먼’까지 탁월한 연출력으로 앞으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토론토국제영화제를 거쳐 부산에 온 문은주 감독은 ‘아이 엠 우먼’을 통해 제목 그대로 여성 인권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 과거는 물론 현재에도 여성 인권은 살아있다는 목소리를 헬렌 헤디 캐릭터를 통해 가감없이 전한다. 러닝타임 1시간 57분, 15세 관람가. 올해 말 개봉 예정.

# ‘아이 엠 우먼’을 부산에서 보고 싶다면?

10월 6일 오후 7시 30분 메가박스 해운대(장산) 6관

10월 9일 오후 4시 메가박스 해운대(장산) 4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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