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거장 반열에 올라선 일본 고레에다 히로카즈(57) 감독이 신작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을 들고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다.

BIFF '올해의 아시아 영화인상' 수상자로 선정된 그는 5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부산영화제는 제가 감독 데뷔 이후 숱한 고난을 극복하면서 같은 세월을 함께 걸어온 영화제"라며 "그런 영화제가 주는 상이라 더욱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의 신작은 오랜 세월 갈등을 겪던 모녀가 어머니의 회고록 출간을 계기로 재회해 일주일간 함께 보내면서 서로 갈등하고 이해하는 과정을 그린다. 지난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어느 가족'을 비롯해 전작들에서 가족의 의미를 탐구해온 고레에다 감독은 이 작품에서도 가족 간의 미묘한 감정과 갈등을 세밀하고 현실적으로 그려냈다.

그는 “다양한 딸과 어머니의 모습이 등장한다. 그들의 관계가 역전되기도 하는데 어머니이자 딸, 손녀이기도 한 그들의 모습을 다층적으로 그리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프랑스 대배우 카트린 드뇌브가 까칠한 왕년의 스타 파비안느, 줄리엣 비노슈가 회고록을 출간한 엄마를 축하해주기 위해 뉴욕에서 파리로 온 뒤 갈등을 겪는 딸 뤼미에르로 출연했다.

그는 "가족 드라마를 의도했다기보다 '연기란 과연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면서 "어머니와 딸의 관계를 다층적으로 묘사하고 싶었고, 카트린 드뇌브의 매력을 다양하게 보여줄 수 있게 여배우이자 할머니, 어머니, 딸의 모습 등으로 다층적으로 그리려 했다"고 말했다.

평소 아베 정권에 비판적이었고, 영화를 통해 국가주의가 아닌 해체주의에 가까운 메시지를 전해온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에게 최근 한일갈등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이 나왔다. 그는 "5년 전쯤 부산영화제가 정치적 압력으로 개최가 어려웠을 때 저를 비롯한 세계 영화인들이 지지의 목소리를 냈다"면서 "정치적 문제 등 여러 고난을 겪을 때 영화인들의 연대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오늘 이 자리에도 그런 영화의 힘을 믿는 사람들이 와 있다고 생각한다"며 에둘러 답했다.

이어 "저는 대만 허우샤오셴이나 이창동 감독, 지아장커 감독 등 동시대 아시아 동지들이 만든 작품들에서 자극을 받고 영감을 얻는다. 저 또한 그분들에게 보여줘도 부끄럽지 않은 영화를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25년간 영화를 해왔다”며 “영화제나 영화 현장 등에서 영화인들과 교류하다 보면 국가나 어떤 공동체보다 훨씬 더 크고 풍요로운 영화라는 큰 공동체 안에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국적과 상관없이 서로 같은 가치관을 공유하고 영화를 통해 연대할 수 있는 그런 감정을 느꼈을 때 정말 행복하다. 그런 시간을 거쳐오면서 저 역시 영화인으로서, 한 인간으로서 성장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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