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이 대중음악 시장에서 대세 장르로 자리매김하면서 매력적인 가사와 실력 있는 랩을 구사하는 래퍼들의 입지가 부쩍 넓어졌다. 하지만 최근에는 단지 랩 뿐 아니라 뛰어난 보컬 역량까지 갖추고 있는 뮤지션들에 대한 주목도가 더 커지는 추세다.

‘싱퍼’는 ‘싱어’와 ‘래퍼’를 합성한 신조어로, 노래와 랩을 동시에 겸할 수 있는 아티스트를 뜻한다. 최근에는 신예 남성 솔로 힙합 뮤지션 ‘오반’의 인기에 힘입어 ‘싱퍼’라는 표현 역시 누리꾼들의 입에 수없이 오르내리고 있다. 국내 대표 ‘싱퍼’ 라인업 5인의 면면을 살펴봤다.

 

#윤미래

▲ 앨범 'Because of You'

 

윤미래는 대표적인 ‘싱퍼’의 예시다. 그녀가 주로 활동하던 2000년대에는 ‘싱퍼’라는 표현을 사용하진 않았지만, 윤미래의 랩과 노래 실력을 두고 이 수식어를 부정하긴 쉽지 않다. 윤미래는 1997년 힙합 그룹 업타운으로 데뷔해 그룹 가수 타샤니로 활동했다. 이후에는 솔로로 전향해 수많은 명곡들을 쏟아냈으며 과거부터 지금까지 남편 타이거JK와 음악적 교류를 활발히 이어가는 중이다.

보컬리스트로서의 역량을 가장 잘 확인할 수 있는 곡은 2001년 윤미래의 솔로 1집 앨범에 수록된 ‘하루하루’가 대표적이다. 또 3집 수록곡 ‘검은 행복’에서는 파워풀한 랩과 함께 감성적인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 이 외 드렁큰 타이거의 ‘트루 로맨스(True Romance)’ ‘내가 싫다’ ‘편의점’ 등의 트랙에서도 ‘싱퍼’ 윤미래의 역량을 한껏 마주할 수 있다.

 

#박재범

▲ 앨범 'EVOLUTION'

 

박재범은 현재 힙합 레이블 AOMG를 이끌고 있는 수장이지만, 보컬리스트의 커리어를 바탕으로 성장했다. 그가 처음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낸 건 JYP엔터테인먼트 소속 보이그룹 2PM이었다. 그룹의 리더 박재범은 탄탄한 비보잉 실력을 기반으로 한 화려한 댄스실력과 세련된 외모, R&B풍 음색을 뽐내며 가요팬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한국 비하 논란으로 그는 국내를 떠났지만, 몇 년 뒤 서울로 돌아와 언더그라운드 래퍼 도끼, 더콰이엇과 음악적으로 밀접히 교류하기 시작했다. 이후 2013년 앨범 ‘좋아(JOAH)’, 2014년 ‘에볼루션(EVOLUTION)’ 등에서 매력적인 보컬을 뽐내 가요계 입지를 다졌으며, AOMG 설립 이후 2015년 공개한 트렌디한 힙합 트랙 ‘몸매(MOMAE)’가 대박을 치며 박재범은 명실상부 대세 아티스트로 자리매김했다. 또 그는 같은 해 말 18곡으로 빼곡히 채워진 랩 앨범 ‘월드와이드(WORLDWIDE)’을 발매해 대중과 힙합팬의 극찬을 받아냈고, 지난해 말에는 19곡이 수록된 R&B 앨범 ‘에브리씽 유 원티드(EVERYTHING YOU WANTED)’를 선보이며 올라운드 뮤지션의 면모를 과시했다.

 

#제시

▲ 앨범 '울리지마'

 

최근 Mnet 고교 랩 대항 프로그램 ‘고등래퍼’에서 멘토로 활약 중인 제시도 ‘싱퍼’다. 방송에서 그녀는 “나는 노래까지 할 수 있다”고 당당히 드러낼 정도로 보컬리스트로서의 자신감이 출중하다. 제시는 2000년대 후반 ‘제시카 H.O’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며 ‘인생은 즐거워’라는 대표곡을 남긴 바 있는데, 이 음악은 무엇보다 그녀의 그루브한 보컬이 돋보이는 트랙이다.

2015년 Mnet 여성 래퍼 서바이벌 프로그램 ‘언프리티 랩스타’에서 다시 얼굴을 비춘 그녀는 수준급 랩 실력을 바탕으로 다시 대중의 이목을 끌기 시작했다. 이후 싱글 ‘쎈언니’에서는 파워풀한 랩과 보컬은 물론 화려한 퍼포먼스까지 겸했고, ‘울리지마’에서는 애절한 보이스를 강조한 바 있다.

 

#헤이즈

▲ 앨범 'And July'

래퍼 헤이즈는 ‘언프리티 랩스타’ 시즌2에 출연해 유명세를 얻었다. 방송 이후에는 그녀의 잠재된 스타성이 빛을 발했는데, 시크한 외모와 달리 털털한 성격이 팬들의 사랑을 받으며 각종 미디어에서 러브콜을 받았다.

음원 활동 성적 역시 화려했다. 방송 출연 이전에 공개됐던 트랙 ‘내 남자친구가 고맙대’ ‘클럽이라도 좀 가’ 등 헤이즈만의 감성이 돋보이는 힙합 곡들은 대중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고, 솔로 앨범 ‘돌아오지마’ ‘저 별’ ‘앤 줄라이(And July)’ 등에서는 랩 뿐 아니라 매력적인 음색을 강조한 보컬이 리스너의 귀를 사로잡았다.

 

#오반

▲ 앨범 '과일'

힙합 아티스트 오반(OVAN)은 ‘싱퍼’라는 신조어를 유행시킨 장본인이다. 오반은 고등학생 때 힙합 서바이벌 공연 ‘슈퍼루키 챌린지’를 휩쓸며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고, 현재 만 19세의 나이로 활동 중이다.

최근에는 공식적인 첫 싱글앨범인 ‘과일’을 발표했다. 전혀 다른 색깔의 두 곡이 수록된 앨범에는 젊은 뮤지션이 갖춘 음악적 스펙트럼을 제시하고 있다. 타이틀곡인 ‘과일(VIRGIN LOVE)’는 스무살이 표현하는 풋풋하고 응큼한 사랑을 노래한다. 또 다른 수록곡인 ‘잡종흡연(Girl You Deserved It)’은 세상에 찌들며 살아가는 여자들을 위한 가사를 읊조린다. 무엇보다 그의 음악에서는 통통 튀는 표현이 주를 이루는 센스 가득한 랩 메이킹과 달콤한 보이스가 가장 큰 무기다. 힙합·R&B 마니아층은 이미 오반의 밝은 미래를 점치는 중이며, 그가 현재 차세대 대표 ‘싱퍼’로서 확고히 영역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고 평한다.

 

사진=각 뮤지션 앨범 커버

저작권자 © 싱글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