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은 또다른 의심을 낳는다. 올해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이자 여우주연상(에밀리 비샴) 수상작 ‘리틀 조’는 사람에 대한 의심과 자신의 감정을 숨기는 사람들의 연기를 예시카 하우스너 감독의 독특한 연출법으로 이야기한다. 감정이 폭발하는 장면 없이도 ‘리틀 조’는 보는 이들을 숨막히게, 가슴을 졸이게 만드는 힘을 가졌다.

‘리틀 조’는 연구소에서 식물 신품종을 개발하는 생명공학자 앨리스(에밀리 비샴)가 ‘리틀 조’라는 꽃을 만들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았다. ‘리틀 조’는 번식을 할 수 없는 꽃이지만 본능적으로 꽃가루를 분출해 사람들의 뇌를 감염시킨다. 감염된 사람들은 삶의 큰 변화 없이 ‘리틀 조’를 지키려는 행동을 취한다.

오프닝부터 몰입감을 높이는 화면 구도와 촬영 기법이 ‘리틀 조’가 복잡한 구조를 가진 영화라는 걸 암시한다. ‘리틀 조’는 심리 게임이다. 등장인물들 내면의 불안함과 긴장감을 통해 심리 스릴러의 맛을 살린다. 무엇보다 음악이 주는 효과가 어마어마하다. 평범한 장면에도 귀를 자극하고 짜증나게 만드는 음악이 보는 이들의 내면까지 불안하게 만든다.

영화는 ‘리틀 조’에 감염된 사람들과 앨리스의 관계에서 긴장감을 유발한다. 실제로 사람들이 ‘리틀 조’라는 식물에 감염됐는지는 알 수 없다. 앨리스만의 착각일 수도 있다. 무엇이 진실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보는 이들은 다수가 아닌 소수인 앨리스의 의견을 믿게 될지 모른다. 영화 후반부까지 진실이 나오지 않아 영화 보는 내내 궁금증을 자아내며 끝까지 집중하게 한다.

예시카 하우스너 감독은 ‘리틀 조’를 통해 배우들의 대사, 행동뿐만 아니라 가만있는 식물에게도 생명을 불어넣었다. 사람이 아니어도 심리가 드러나는 식물이 때로는 무섭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리틀 조 감염 여부는 아무도 모른다. 스크린을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일들이 엄청난 사건을 일으킬 수 있는 힘을 가졌다는 걸 ‘리틀 조’는 말한다.

에밀리 비샴은 리틀 조에 대한 믿음에서 점점 의심으로 변해가는 앨리스의 감정 변화를 드라마틱하게 표현한다. 앨리스는 사람들이 감염됐는지 안 됐는지 확신할 수 없어 한다. 감정을 폭발하진 않지만 에밀리 비샴의 불안한 눈빛과 행동이 그런 앨리스의 심리 상태를 드러낸다. 여기에 벤 휘쇼는 앨리스 동료 크리스 역을 맡아 관객마저도 그의 속을 모르게 만드는 디테일한 연기를 펼친다.

공간이 주는 압박감, 조명과 촬영기법을 통해 만들어내는 불안함, 그리고 배우들의 숨막히는 연기까지 ‘리틀 조’는 영화 끝까지 관객들이 손가락을 물어뜯게 만든다. 러닝타임 1시간 45분, 12세 관람가, 개봉 미정.

# ‘리틀 조’를 부산에서 보고 싶다면?

10월 10일 오후 4시 소향씨어터 센텀시티

10월 11일 오후 7시 30분 CGV센텀시티 1관

사진=부산국제영화제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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