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에 이어서…

“기본적으로 대사량이 많고, 그것도 좀 빨리 가져가야 하는 호흡이라서 처음에는 실제로 어려웠어요. 그래서 초반에 감독님한테 가서 고민을 털어놓은 적 있어요. ‘이 호흡이 어려운 거 같아요’ 말씀을 드렸더니 ‘처음에 이 정도 하는 거면 굉장히 잘하고 잇는 거고, 굉장히 정상적인 현상이야’ 하시더라고요. 그렇게 용기아닌 용기를 주셨어요. 그 말을 믿고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하다보니 어느 순간 적응이 되고 받아들여지더라고요”

젊은 감독, 젊은 배우들이 만나 초반 높은 시청률을 기대했던 ‘멜로가 체질’. 하지만 아쉽게도 1%대 시청률로 막을 내렸다. 그러나 이런 시청률 추이에도 불구, 높은 화제성으로 2030 여성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호평이 이어졌다.

“시청률 수치에 비해서 우리를 사랑해주시는 분들이 깊이 정도가 깊다는 생각이 드는 거에요. 단순히 재미있다가 아니라 ‘인생작이다, 띵작이다’ 이렇게 좋아해주시니까요. 그런 반응에 뜨거움을 많이 느껴서 (시청률에) 연연하지 않았던 거 같아요. 연연하기에는 우리 현장 분위기도 너무 좋았고 모두가 만족하는 작품이었던 거 같아요. 인물이 진짜 많잖아요. 각각의 스토리라서 현장에서 만날 수 있는 배우들은 몇명 안되거든요. 저도 몇몇 커플은 시청자처럼 보게 되는 거에요. 회식 자리에서 만나면 서로의 팬이 돼서 ‘잘 봤다’하면서 인사를 했어요. 우리는 만족하고 있어서 연연하지 않았던 거 같아요”

결국 의문의 클럽남과 커플로 맺어진 한주. 워낙 많은 커플이 존재했고, 다양한 결의 캐릭터들이 있다보니 때로 시청자의 눈으로 드라마를 봤다는 한지은에게 기회가 된다면 어떤 커플을 연기하고 싶은지 물었다.

“진주랑 환동이 커플이 되게 현실적이어서 좋았던 거 같아요. 만나는 과정부터 이별 후에 사회에 다시 만나서 엮이는 것 까지가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거 같더라고요. 현실에서 많은 커플들이 가져가는 루트 같아서 그 감정들을 한번씩 (연기로)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개인적으로 혜정 작가님이랑 국장님도 너무 좋았어요. 선배님들이 너무 사랑스러우셨잖아요. 저 연배에 저렇게 순수하고 알콩달콩한 공기가 풍길 수 있을까 싶었어요”

다양한 명장면이 존재했지만 한지은에게 절대 잊을 수 없는 건 바로 화제의 ‘오빠신’ 아니였을까. 제작사의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는 한주는 PPL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 현장 스태프와 배우를 설득하기 위해 두 눈 질끈감고 “오빠”를 연발해 웃음을 자아냈다. 많은 시청자들을 웃게 만든 장면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부조리하고 싫은 것도 감내해야하는 직장생활에 대한 ‘뼈때리는’ 고찰이기도 했다.

“처음 촬영할 때는 집에 가고 싶었어요. 한주도 이런 기분이었을까 싶더라고요. 그 상황을 벗어나고 싶은데 해내야 하니까요. 하다보니 어느 순간 그걸 즐기고 있고, 나중에 욕심이 나서 이것저것 하고 있더라고요. 사실 그 장면이 웃고 넘어갈 수 있는 대목이잖아요. 시청자분들 반응에 감동 받았던 게 ‘뭉클했다, 울컥했다’ 하시더라고요. 한주는 수치스러움을 이겨내고 대응했던 거잖아요. 그걸 온전히 한주의 감정으로 느껴주는 분들이 많아서 좋았어요. 집중해서 봐주시고 있구나 싶었어요”

사실 한지은에게는 ‘멜로가 체질' 방영 초반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남자친구 한해와의 열애가 보도된 것. 남녀간에 헤어지고 만나는 일이 문제가 될 건 아니였지만, 혹여나 함께 작품을 하는 동료들에게 피해가 갈까 알게모르게 마음 고생을 해야 했다.

“저는 이런 경험이 처음이긴 하지만 걱정되는 부분이 있었어요. 공개 열애에 거부감은 없었어요. 그래도 드라마 방영 중에 이런 일이 있어서 몰입에 방해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부분이 있더라고요. (캐릭터와 한지은을) 분리해서 봐주셔서 감사하기도 했어요. 동료 배우들이 오히려 제가 걱정할까봐 많이 위로해줬어요.”

2010년 영화 ‘귀’로 데뷔해 조금씩 스스로를 발전시켜 온 한지은. 주연 자리를 내어준 ‘멜로가 체질’이 그간의 노력에 보상같이 느껴지겠다는 말에 “잘 걸어왔구나 싶어요”라고 털어놨다.

“이런 기분은 들었어요. 그래도 내가 꾸준히, 잘 걸어왔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제가 항상 힘들 때마다 버틸 수 있었던 게 지난해를 되돌아보고 비교했을때 반계단 올라와있고, 꾸준히 조금씩 성장해간다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그런 모습들이 힘이 되고 동기부여가 됐었어요. 그러다가도 하나의 문턱이나 벽이 느껴지는 시기들이 있었는데 ‘멜로가 체질’을 통해서 벽에 막혀있는 것만 같았던 저를 희망적으로 만들어준 계기가 된 거 같아요”

휴가를 다녀왔으니 체력관리에 들어갈 예정이라는 한지은. 긴 호흡의 작품을 하며 체력의 한계를 느꼈다고. 다음 작품이 들어가기 전에는 운동도 열심히하고 더 건강해지고 싶다는 마음을 밝혔다. 배우로서의 다음 스탭을 준비하는 한지은에게 끝으로 장기적인 플랜을 물었다.

“다채로운 색깔을 가진 배우가 되고 싶어요. 제가 좀 지향하고 싶은 방향인데 지금까지 제가 작은 역할을 할 때부터 저를 봐와주시고 응원해주시는 분들한테 공통적으로 많이 듣는 말이 ‘매 작품마다 느낌이 다르다’ 였거든요. 작은 캐릭터지만 다 다른 역할을 했는데 그래서 저를 매치 못 시키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백낭’이랑 다르고, ‘창궐’이랑 또 다른 느낌이었어요. ‘배우로서 큰 장점으로 가져갈 수 있겠다’ 싶어서 어떤 역할이든 작품안에 잘 녹여서 소화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은 게 제 소원이에요. 원래 갖고 있는 모습들을 잘 다듬어가면서, 채워지지 않은 모습들이 있잖아요. 이런 건 실생활에서 많이 채워야 할 거 같아요”

 

사진=HB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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