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런 마녀 말레피센트가 돌아왔다. ‘말레피센트’는 동화 ‘잠자는 숲 속의 공주’를 재해석한 디즈니의 실사 프로젝트로 전편에서 오로라(엘르 패닝)에게 걸었던 저주를 모성애로 풀어낸 말레피센트(안젤리나 졸리)는 5년 만에 개봉하는 속편 ‘말레피센트2’에선 소중한 수양 딸을 시집보내게 생겼다. 

‘말레피센트2’는 요정과 인간의 운명을 건 거대한 전쟁부터 감춰져 있던 어둠의 세력의 등장, 말레피센트와 오로라의 돈독한 관계에 찾아온 위기까지 그리며 한 시도 지루하지 않은 판타지 블록버스터를 완성한다.  

사진='말레피센트2' 스틸.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영화는 청혼하는 필립 왕자(해리스 딕킨슨)와 기꺼이 승낙하는 오로라 두 사람의 알콩달콩 행복한 모습으로 시작하지만 이내 요정과 인간 사이의 살벌한 전쟁으로 치달으며 롤러코스터를 탄다. 말레피센트는 필립이 영 마음에 들지도, 오로라를 보내고 싶지도 않지만 딸의 행복을 위해 결단한다.

상견례를 위해 송곳니가 보이지 않게 웃는 연습까지 하고 인간 왕국을 찾아간 말레피센트는 자꾸 심기를 거스르는 필립의 엄마 잉그리스 왕비(미셸 파이퍼)와 사사건건 대립한다. 상견례장에서부터 요정과 인간의 연합이 와장창 깨져버리고 말았고 이로써 전쟁의 서막이 오른다. 

사진='말레피센트2' 스틸.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영화 속 예비 사돈관계인 안젤리나 졸리와 미셸 파이퍼의 대립은 흥미롭다. 뿔과 검은색 착장으로 뒤덮인 말레피센트와 순백의 드레스가 트레이드마크인 잉그리스 왕비의 외양은 전형적으로 사악한 마녀와 결백한 인간의 구도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알고 보면 대단한 야망가인 잉그리스 왕비가 천천히 음모를 꾸미며 말레피센트를 향해 촉수를 뻗치고, 누구도 대항할 수 없을 것 같던 무적의 말레피센트가 허를 찔리며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만들어나간다. 미셸 파이퍼는 자애로운 왕비와 속내 검은 야망가를 오가며 극을 쥐락펴락한다. 

전편에서도 웃을 줄 모르는 시크한 빌런 마녀를 연기하며 캐릭터와 찰떡 궁합을 자랑했던 안젤리나 졸리는 이번에도 차가운 무어스의 마녀인 동시에 딸 오로라 앞에선 사르르 녹아내리는 반전매력으로 관객을 매혹한다. 세상 두려울 것 없지만 사랑스러운 엘르 패닝 앞에선 간도 쓸개도 내어줄 것 같은 말레피센트의 ‘츤데레’ 매력에 반하지 않을 수 없다. 

사진='말레피센트2' 스틸.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훌쩍 자라 결혼을 앞둔 설렘 가득한 예비 신부가 된 엘르 패닝은 여전히 사랑스럽다. 이번 영화에서 안젤리나 졸리와 엘르 패닝은 때론 티격태격 귀엽고 때론 뭉클한 모녀의 관계를 그리며 완벽한 케미를 자랑한다. 

영화의 백미라 할 수 있는 그래픽은 면면이 화려하다. 무어스 숲의 요정들과 새롭게 등장하는 말레피센트와 같은 종족, 뿔과 날개를 지닌 다크페이의 비주얼도 시선을 사로잡는다. 가장 행복해야 할 결혼식 날 인간과 요정 두 세력이 마주하며 시작되는 전쟁 신 역시 기발한 상상력으로 감탄을 자아낸다. 

‘말레피센트2’의 서사는 다소 예측 가능한 전개를 보이고 선악의 구도가 분명해 평면적이긴 하다. 그렇지만 말레피센트와 잉그리스 왕비의 불꽃 튀는 대립, 그리고 말레피센트와 오로라의 눈물 나는 케미가 매력적이기 때문에 보는 즐거움이 크다. 러닝타임 119분. 12세 이상 관람가. 10월 17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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