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력으론 둘째가라면 서러운 충무로 대표 연기파 배우 천우희의 필모그래피에 ‘버티고’가 추가됐다.
지난 2014년 영화 ‘한공주’(감독 이수진)로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천우희는 이후 ‘곡성’, 이수진 감독과 재회한 ‘우상’으로 강렬한 캐릭터 연기를 선보인 데 이어 드라마 ‘멜로가 체질’을 통해선 일상 연기에도 도전하며 호평받았다. 성공적인 필모그래피 확장을 꾀하고 있는 천우희는 이번 영화 ‘버티고’(감독 전계수)에서 30대 초반 IT업체 계약직 디자이너 서영으로 돌아왔다.
“작품을 선택하는 마음은 그때그때 달라요. 명확한 메시지가 담겼거나 새로운 이야기에 끌리는 거 같아요. 항상 강렬한 캐릭터를 하고 싶은 건 아니지만 돌이켜보면 제가 안에서 원하고 끌렸으니까 선택했을 거예요. 제 이미지와 반대되는 모습을 이끌어내고 싶을 때도 있고, 닮은 부분을 표현하고 싶을 때도 있는데 ‘버티고’는 새로운 이야기라는 점에서 끌렸어요.
이제까지 맡아온 캐릭터가 현실과 동떨어져 있긴 해요. 주변 선배들도 ‘네 나이 때 할 수 있는 걸 해보라’고 조언해줬어요. 저도 30대에 접어들면서 현실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일상 연기를 해보고 싶었어요. 강렬한 작품들을 하다 보니 더 많은 요청이 오는데 성격이 청개구리라 다른 걸 해보고 싶더라고요. 누구나 공감할 만한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는데 마침 ‘버티고’와 ‘멜로가 체질’을 하게 됐어요.“
천우희가 연기한 ‘버티고’의 서영은 현시대를 응축해놓은 듯한 인물이다. 하루하루 현기증 나는 고층빌딩에서 삶을 버티고 또 견디며 관객에게 공감과 연민을 자아낸다.
“누구에게나 너무 팍팍한 현실이에요. 책임져야 하는 자리들이 너무 많잖아요. 딸로서 직장에서 한 직급으로서, 아내나 엄마로서. 여러 위치로서 역할들을 해내야 하는 게 버겁게 느껴질 때가 많죠. ‘버티고’에선 30세가 갓 넘은 계약직 여성으로 특정지어 나오지만 지금 이 사회를 사는 사람들은 압박감과 공허함을 모두 느낀다고 봐요. 많은 사람이 공감할 거예요.”
어떤 관객들에게 서영은 일견 답답한 캐릭터기도 하다. 회사에선 비밀스러운 사내연애와 언제 재계약이 불발될지 모르는 계약직 신분을 안고 눈치 보며 살아가고 남에게 싫은 소리 한 번 쉽게 하지 못한다. 천우희는 서영을 한 인간으로 바라봐도 “그럴 수 있다”고 두둔했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노련하고 능숙하게 해낼 수 있는 것들이 어려운 사람도 있어요. 예를 들어, ‘밥 먹었어요?’ 하고 인사하는 사소한 말이 어떤 사람에겐 어려울 수 있는 거죠. 서영이는 자기 딴에는 최선의 노력으로 버텨온 거 같아요. 저는 남에게 함부로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누군가가 조언을 할 때도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보지 않으면 함부로 말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아무리 힘겨워도 혼자가 아니라면, 누군가 손을 잡아준다면 버틸 수 있다고 말하는 ‘버티고’를 통해 천우희 또한 힘을 얻었다. 영화 ‘우상’의 촬영이 길어지며 기력이 소진되고 많은 일이 겹쳐 슬럼프라고 부를 법한 시기가 왔다. 그때 ‘버티고’가 찾아왔다.
“공감이라는 감정이 재밌죠. 어떤 공감은 너무 공감해서 불쾌할 때가 있고 어떤 공감은 위로나 위안을 받을 때가 있어요. 저는 아주 퀄리티 높은 작품에서 보다 저와 비슷하다고 느낄 때 공감을 느껴요. 이번 시나리오를 읽을 때는 처음 휴식을 취하고 싶다고 느끼고 1년 동안 쉴 때였어요.
‘당신은 떨어지지 않아요, 괜찮아요’라는 관우(정재광)의 대사가 저한테 하는 말 같았어요. 제가 스스로 자신 없고 의심하던 시기에 그 문장을 읽고, 또 촬영하며 느낀 건 배우는 현장에서 가장 행복하고 연기할 때 존재하는 느낌을 받는단 거였어요. 앞으로도 힘든 순간이 있어도 너무 좌절하지 말고 작품과 현장에서 에너지를 받고 해나가야겠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버티려고 버티는지 상황에 놓이니까 버티는지는 모르겠어요. 선배들한테 어떻게 지금까지 포기하지 않고 연기라는 한 가지 일을 해왔냐고 물어보곤 해요. ‘극복하고 견뎌야지, 하면 지쳐 나가떨어질 수 있고 어떻게 하다 보니 지금 자리까지 온 것 같다‘고 얘기하시더라고요.
지금까진 스스로 강하고 단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건강한 정신을 가지고 있지만, 일하다 보면 지쳐요. 그런 순간이 닥치면 너무 이겨내려고 하지 않는 게 더 좋은 거 같아요. 투정도 부리고 무너지면 주저앉아 있어도 돼요. 물론 저도 오래 일해보지 않아서 아직 찾는 과정이긴 한데, 그냥 흐름에 맡기는 게 가장 중요한 거 같네요. 아플 때는 아파하고 괜찮아지면 또 힘내서 하고.“
사진=나무엑터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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