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에 이어서...

이전에 강렬한 캐릭터들을 많이 맡아왔던 공유에게 ‘82년생 김지영’ 대현 역은 신선함으로 다가온다. 평범한 가족의 남편이자 아빠를 보여주기 위해 푸근한 인상을 만들었고 장난기 가득한 모습까지 보여주면서 대현 캐릭터를 소화해냈다. 대중이 지금까지 봐왔던 공유의 모습에서 새로운 걸 발견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아닐 수 없다.

“살을 일부러 찌울 필요는 없었어요. 이게 와전된 것 같은데 대현이란 캐릭터를 위해 꼭 살을 찌워하는 건 아니었어요. 대현의 인상이 좀 푸근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었지 제가 얼마를 찌워야겠다고 목적을 가진 증량하지 않았어요. 예를 들어 ‘조커’ 호아킨 피닉스가 역할을 위해 몇 키로를 빼고 하는 이런 마인드가 아니었다는 거죠. 솔직히 대현 역을 위해 마음껏 먹을 수 있어서 편했던 건 사실이에요.(웃음) 그리고 지영(정유미)과 대현이 신혼부부 시절 침대에서 장난치는 장면이 있는데 제가 너무 코믹하게 연기했더니 기술 시사때 전부 소리를 지르더라고요. 자칫하면 12세 관람가가 15세 관람가로 바귈 뻔 했죠.”

“대현의 사투리 설정은 탁월한 선택이었어요. 대현이란 캐릭터에 입체감을 주는 듯 했죠. 저는 예전부터 사투리 연기를 하고 싶었거든요. 김도영 감독님이 제가 부산 출신인지 모르고 먼저 제안해주시더라고요. 사투리 연기를 처음 해보는 거라 걱정도 됐지만 리딩할 때 자연스럽게 나와서 정말 재미있었어요. 정유미씨도 부산 출신이고 대현의 가족으로 등장하는 배우분들도 매형 빼고는 다 경상도 출신이셨어요. 그래서 연기가 자연스러웠죠. 나중에는 관객분들이 못 알아들으실 정도의 심한 사투리를 구사하는 역할도 해보고 싶어요.”

‘82년생 김지영’에서 공유가 연기한 대현은 지영의 복잡한 감정을 이해하고 그녀를 위해 할 수 있느 건 모든지 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원작보다 대현이 착하게 나오는 것에 공유는 걱정스러운 부분이 있었지만 현실적으로 생각했을 때 대현의 이러한 성격이 맞다는 걸 촬영하면서 느꼈다. 공유가 그리는 대현이란 캐릭터가 과연 관객들에게 공감을 이끌어내고 위로를 줄지 궁금해진다.

“저는 대현의 문제적인 대사들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대현이 정말 착하잖아요. 저의 이미지와 결부돼 너무 스윗하고 자상해보이면 이상하지 않을까 싶었죠. 하지만 감독님이 대현이 어떤 캐릭터인지 잘 설명해주셔서 이해할 수 있었죠. 지영과 대현이 극과 극 성격을 가졌다면 오히려 비현실적이란 걸 깨달았죠.”

“대현이 식탁에 앉아 지영을 보며 우는 장면은 영화에서 짧게 나왔지만 실제로는 길게 촬영했어요. 편집된 걸 보니 길지 않아서 좋더라고요. 연기할 때 지문에 ‘그동안 속내를 드러내지 않던 대현이 아내앞에서 고백하며서 아이처럼 운다’라고 쓰여진 것에 충실했죠. 막상 촬영에 들어가고 눈물을 흘리고 나니 고개를 못 들겠는거예요. 제가 마치 대현이 된 듯 지영을 바라보기가 미안했죠. 그 장면은 대현의 하이라이트 장면이라고 할 수 있어요.”

공유는 스스로 부정적이며 자기비판적인 사람이고 말한다. 그런 공유가 ‘82년생 김지영’을 보고는 눈물을 흘렸다. 그만큼 ‘82년생 김지영’이 자신에게 와닿았기 때문이다. 수많은 논란이 지금도 현재진행 중인 ‘82년생 김지영’이지만 공유는 이 모든 것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가 바라는 건 관객에게 메시지를 제대로 전달하는 것, 자신의 연기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었다.

“예전에는 명분과 의미를 얻고 싶고 뭔가 성취감을 이루고 싶은 욕심이 있었죠. 한때는 저 스스로 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데 인색했어요. 지금은 흥망이 주가 아닌 제가 진심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대중에게 전하면서 나이들어가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82년생 김지영’이 바로 제가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고 있었죠. 하지만 대외적인 시선을 무시할 순 없죠. ‘도깨비’의 성공이 제가 가져도 될 정도의 행복인가라고 생각할 정도로 기뻤지만 한편으론 부담되기도 했죠. 이게 독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어요. 누군가는 제 필모그래피를 보고 들쑥날쑥하다고 했어요. 그냥 제 마음가는대로 했을 뿐인데 말이죠. 전략, 계획은 없어요. 그런 마음 가짐이라면 작품을 제대로 바라볼 수 없겠죠.”

“‘82년생 김지영’은 물론 영화 한편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저는 그저 동참하고 싶은 이야기 속에 들어가 배우 일을 충실히 하는 것 뿐이에요. 그 이후에 일어나는 것들은 제가 함부로 판단할 게 아니죠. ‘도가니’ 경우 영화 개봉 이후 많은 일이 있었잖아요. 정말 감사한 일들이 생겼지만 그순간만이 아닌 지속성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이번 영화를 통해 바라는 건 관객분들의 인식 개선 정도? 저는 이 영화로 주변 사람, 엄마 생각이 났어요. 관객분들이 한번쯤 그 마음을 헤아려주시는 것도 욕심이자 희망이에요.”

사진=매니지먼트 숲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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