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연한 봄날이다. 이번 주말 기차를 타고 먼 곳으로 떠나 봄을 만끽하고 싶을 것이다. 1박이 부담스럽다면 가벼운 배낭을 메고 서울 근교를 둘러보는 것도 좋다. 숲이 좋은 길, 계곡이 좋은 길, 전망이 좋은 길, 역사문화길 등 서울 내에도 가볼만한 산책길이 많다. 아름답고 매력적인 서울시내 산책길을 소개한다.

 

◆ 숲 아름다운 계남근린공원 자락길

계남근린공원은 구로구 고척동과 양천구 신정동 일대에 걸쳐 조성된 공원이다. 위에서 보면 나비가 날개를 펼치고 있는 형상으로 다목적운동장, 게이트볼장, 배드민턴장, 조깅트랙, 체력단련장 등 운동 시설과 소동물원, 야외무대, 약수터, 쉼터 등이 알차게 들어차 있다.

계남근린공원을 한 바퀴 돌 수 있는 ‘자락길’은 공원 명소를 콕콕 짚어 걸을 수 있는 산책길이다. 능골산의 능선을 따라 걷는 ‘계남근린공원 올레길’은 최고점이 해발 78.4m로, 자연의 생기가 가득하다. 최근 덕의근린공원에서 능골산 정상에 있는 계남근린공원 축구장을 거쳐 철쭉동산까지 이어지는 ‘무장애 숲길’도 열렸다.

덕의근린공원→축구장→능골정→계남근리공원 올레길→고덕동 철쭉동산까지 2.3㎞로 60분가량 소요된다. 지하철 1호선 개봉역 2번 출구로 나와 구로 05번 마을버스를 타고 덕의근린공원 정류장에서 하차하면 된다.

 

◆ 계곡이 좋은 수락벽운 계곡길

수락산은 계곡을 따라 걷는 산길과 다양한 능선, 암반을 고루 즐길 수 있는 아기자기한 산으로, 재미있는 바위들이 구석구석 숨어있다. 그 중 ‘수락벽운 계곡길’은 맑고 깨끗한 계곡과 숲길이 어우러져 있어 산이 주는 소소한 매력을 모두 담고 있다.

‘푸른 바위와 안개가 자욱한 계곡’이란 뜻의 벽운동계곡은 아름다운 물길을 이룬다. 계곡을 따라 올라가면 사도세자의 장인 홍봉한의 별장인 ‘우우당(友于堂)’과 ‘염불사’도 만날 수 있다. 다시 오르막길을 따라 걷으면 종착점인 ‘새광장’에 닿는다. 넓은 마당 같은 새광장에서 땀을 말리고 쉬어갈 수 있다.

수락골입구→염불사→수락산 새광장까지 2.4㎞ 구간이다. 60분가량 걸린다. 지하철 7호선 수락산역 1번 출구로 나와서 은빛마을 아파트 방향으로 10분 정도 걸어가면 수락산 입구가 나온다.

 

◆ 전망 좋은 노을공원 노을길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공원의 해발 98m 언덕에 위치한 노을공원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서울에서 가장 아름다운 저녁노을을 볼 수 있다. 넓은 잔디밭에 듬성듬성 놓여있는 의자와 정자에서 잠시 앉아 휴식을 취하고, 가족·친구들과 텐트를 들고 와 캠핑장에서 캠핑을 즐길 수도 있다. 또 파크골프장, 도시농부정원, 누에생태체험장, 반딧불이 서식지 등이 조성돼 있어 어린이들에게도 유익한 놀이터다.

‘노을길’은 노을공원의 가장자리를 한 바퀴 돌 수 있는 산책로다. 길을 걷다 보면 잔디밭에 서있는 멋진 조각품들도 만나볼 수 있다. 공원의 끝자락으로 이동하면 전망대가 나온다. 전망대에서 앞을 내다보면 한강과 서울시내의 모습을 한눈에 들어온다.

탐방객 안내소→전망대→그라스가든까지 1.73km로 50분가량 걸으면 된다. 지하철 6호선 월드컵경기장역 2번 출구로 나와 877번 버스로 환승한 후 노을공원입구 정류장에서 하차하면 된다.

 

◆ 역사 담고 있는 천상병산길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귀천’의 시인 천상병(1930~1993)은 수락산 자락(노원구 상계동)에서 8년간 지내면서 ‘수락산변’ ‘계곡흐름’ 등의 시를 지으며 왕성한 집필활동을 했다. 노원구는 천상병 시인을 기리기 위해서 수락산 등산로 초입에 ‘천상병산길’과 공원을 조성했다. 공원에는 순진무구한 웃음을 짓는 천상병의 팔에 아이들이 매달려 있는 모습의 동상이 서있고, ‘귀천정’이라 이름 붙은 정자도 설치돼 있다.

천상병산길에 들어서면 입구에 ‘아름다운 소풍 천상병산길’이라는 목판이 보인다. 계곡을 따라 천상병 시인의 시를 새긴 시판들이 쭉 늘어서 있다. 계곡의 물소리가 시와 잘 어우러진다.

천상병 동상→천상병문화마당→수락산 숲속교실까지 500m로 30분이면 걸을 수 있다. 지하철 7호선 수락산역 3번 출구로 나와 6분 정도 걸으면 천상병 동상이 나온다.

 

한편 서울시는 지난해 이런 테마 산책길을 담은 ‘서울, 테마산책길Ⅰ’에 이어 최근 ‘서울, 테마산책길Ⅱ’를 발간했다. 숲이 좋은 길 28곳, 계곡이 좋은 길 2곳, 전망이 좋은 길 5곳, 역사문화길 5곳 등 40곳을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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