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대표적인 국가폭력의 현장이었던 남영동 대공분실(현 민주인권기념관)에서 고문피해자들이 직접 찍은 사진들로 구성된 사진치유전이 열린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오는 31일부터 11월 17일까지 민주인권기념관 5층 조사실에서 간첩조작사건 고문피해자가 직접 찍은 사진 200여 점으로 구성된 자기회복 사진치유전 ‘나는 간첩이 아니다-오늘을 행복하게 살아가려는 그들의 이야기’전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사진=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제공

이번 사진치유전은 과거 군사정권에 의해 조작된 74년 울릉도 간첩단 사건, 79년 삼척 고정간첩단 사건, 82년과 86년 재일교포 간첩 사건 피해당사자 5명의 치유회복 과정을 사진으로 담아낸 것이다. 이들은 3년간 외부의 도움 없이 스스로 고문 현장을 대면하며 사진 촬영 등을 통해 진실을 전하고, 자신의 감정을 회복해가는 과정을 거쳤다. 전시에 참여한 이들은 현재 모두 대법원의 무죄판결을 받았으나 지금까지도 고문에 의한 내외적 상처를 갖고 있다.

이번 전시는 하나의 사진작품을 소개하는 자리가 아니라 고문 피해당사자들이 PTSD(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스스로 극복하며 어떻게 자기치유 행위를 이뤄냈는지를 보여주고자 기획됐다. 특히 작업에 참여해왔던 김태룡 씨(1979년 삼척고정간첩단 사건 연루)가 지난해 사고로 숨지면서 나머지 참여자들이 심리적 고통을 받다가 치유 프로그램을 통해 다시 심리적 위안을 얻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번 전시는 민주인권기념관 5층 16개 수사실 중 13개 방을 전시장으로 삼아 총 네 개의 섹션으로 나누어 구성한다. 1, 2 섹션 별로 방의 문마다 피해당사자의 자화상이 전시된다.

사진=민주인권기념관 전경/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제공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지선 이사장은 “옛 남영동 대공분실 5층 조사실에서 고문피해자들을 위한 전시를 열게 되어 매우 뜻 깊게 생각한다”며 “어두운 과거의 공간을 현재의 자기극복 과정을 담는 공간으로 바꾸어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개최 소감을 말했다.

이번 과정에 참여한 고문피해자들과 만날 수 있는 오픈 행사는 11월 2일 오후 4시에 개최되며 누구나 참석 가능하다.

한편,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한국 민주주의 발전의 핵심 동력인 민주화운동 정신을 계승·발전시키기 위해 설립된 행정안전부 산하 공공기관으로 지난해 12월 경찰청 인권센터로 운영되던 옛 남영동 대공분실을 이관받아 ‘민주인권기념관’으로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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