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세상에 공개된 ‘저수지의 개들’은 할리우드는 물론 전세계 영화계에 큰 충격을 안겼다. ‘저수지의 개들’ 오프닝 시퀀스에서 검은 슈트를 입고 거리를 활보하는 주인공들의 늠름한 모습이 마치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시대를 알리는 듯 했다. 단, 8번의 장편 연출. 그는 이 작품들 만으로도 자신이 괴짜가 아닌 ‘천재 감독’임을 증명했다. ‘쿠엔틴 타란티노 8’엔 우리가 알지 못했던 천재 감독의 비하인드 스토리도 가득했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할리우드에 발을 내딛을 때부터 주목받았다. 올리버 스톤 감독의 ‘내추럴 본 킬러’, 토니 스콧 감독의 ‘트루 로맨스’ 각본을 쓰며 존재감을 입증했다. 장르를 가리지 않는 풍부한 영화 지식으로 타란티노는 자신의 세계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그 시작이 ‘저수지의 개들’이었다. 저예산 독립영화임에도 하비 케이틀, 마이클 매드슨, 팀 로스 등 유명, 무명 배우들을 자신의 선택으로 캐스팅했다. 사람들은 그의 성공을 예상하지 못했지만 타란티노 감독은 장편데뷔작 ‘저수지의 개들’로 단숨에 할리우드의 미래가 됐다.

이후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펄프 픽션’을 만들어냈다. 타란티노 감독이 전세계 알려진 계기가 됐다. 그는 이전과 다른 연출 스타일, 촬영장 분위기로 ‘펄프픽션’이라는 걸작을 탄생시켰다. ‘쿠엔틴 타란티노 8’은 이 두 작품을 시작해 타란티노 감독과 함께 했던 제작자, 배우, 지인의 이야기를 가득 담아냈다. 관객들은 마치 타란티노 감독의 트리비아를 찾아보는 것 같은 재미를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다른 다큐멘터리들을 보면 인터뷰하는 사람들이 한 대상에 대해 많은 걸 알고 있는 듯이 이야기하곤 한다. ‘이게 사실일까?’하는 의구심이 들게 하지만 ‘쿠엔틴 타란티노 8’은 의심의 여지없이 타란티노 감독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믿음이 생기게 만든다. 타란티노 감독이 확고한 스타일을 가지고 있고 인터뷰하는 사람들과 그만큼 가깝게 지냈기 때문이다.

인터뷰에 참여한 마이클 매드슨, 사무엘 L. 잭슨, 팀 로스, 크리스토프 발츠, 조 벨 등은 타란티노 감독의 페르소나라고 할 수 있다. 여덟 작품밖에 만들지 않았지만 타란티노 감독은 자신과 함께 했던 배우들을 자주 기용하는 걸 좋아했다. 그만큼 배우들도 타란티노 감독에 대해 많은 걸 알 수밖에 없다. 타란티노 감독의 연출 스타일부터 그의 성향, 대중이 바라보는 시선, 주변 이야기 등 타란티노 팬이라면 한순간도 놓칠 수 없는 이야기들이 계속 펼쳐진다.

영화는 세 개의 파트로 나눈다. 전설의 시작, 여성 캐릭터-장르 영화, 정의(JUSTICE)가 바로 그것이다. 이는 타란티노 감독의 여덟 작품을 시기, 주제별로 나눈 것이다. 타란티노 감독이 작품을 만들 때마다 어떤 이야기를 펼치고 싶어했는지, 그가 가진 생각은 무엇인지가 이번 영화를 통해 모두 드러난다.

배우, 지인들이 말하는 타란티노 감독은 괴짜가 아닌 천재였다. 예를 들어 사무엘 L. 잭슨은 “스티브 맥퀸 감독의 ‘노예 12년’은 극찬하고 흑인 비하 대사를 쓰는 걸 용인하면서 ‘장고: 분노의 추격자’는 비판한다”고 꼬집었다. 타란티노 감독은 여성, 흑인에 대해 거침없는 욕설을 쏟아내는 대사들을 작품에 집어넣었지만 그건 그가 현실을 직시하고 있다는 걸 의미했다. 

실제로 타란티노 감독 작품들은 여성, 흑인을 위한 것이었다. ‘킬 빌’ ‘재키 브라운’ ‘데쓰 프루프’는 진취적이고 강인한 여성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장고: 분노의 추격자’는 할리우드 서부극에서 볼 수 없는, 흑인이 백인들을 물리친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쿠엔틴 타란티노 8’의 재미는 이런 부분에서 찾을 수 있다. 영화 8편의 비하인드는 물론 인간 타란티노, 그리고 그와 친했던 하비 와인스틴에 대한 이야기까지 쉴 새 없이 쏟아진다. 관객들은 ‘저수지의 개들’부터 ‘헤이트풀 8’까지, 그리고 9번째 작품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를 되돌아보는 기회를 얻게 된다.

이 영화는 타란티노 감독에게 바치는 헌사다. 타란티노 영화가 관객만을 위해 주는 재미만큼 ‘쿠엔틴 타란티노 8’도 타란티노 스타일로 관객들을 즐겁게 만들 것이다. 러닝타임 1시간 41분, 청소년 관람불가, 10월 30일 개봉.

사진=‘쿠엔틴 타란티노 8’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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