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세대들이 옛 노래를 찾는다. 비단 ‘응답하라’의 영향만은 아닐 것이다. 특히 김창완은 지난 몇년 동안 아이유가 리메이크한 ‘너의 의미’, ‘응답하라 1988’ OST ‘청춘’ 등으로 청춘의 플레이 리스트를 채운 ‘옛 가수’ 대표 주자다.

 

 

 

14일 오후 연남동의 한 북카페에서 만난 김창완은 산울림의 ‘역주행’에 대해 "문화를 주도하는 젊은이들이 그들의 원류를 찾아올라와 산울림을 발굴했다"고 말했다. 어느덧 62살이 된 그는 그런 젊은이들에게 하고 싶은 마음을 담아 지난 2일 첫 싱글 ‘시간’을 발표했다. 북카페에 모여 그의 이야기를 듣는 참석자들에게 "말만 하면 지루할 것 같아 준비했다"며 자신의 시간을 담은 노래를 불러줬다.

 

내 방을 흰색으로 칠해주오

 

그가 처음 들려준 곡은 23~4살 무렵 만들었다는 ‘내 방을 흰색으로 칠해주오’였다. 곡을 시작하기 전 어린 시절에 대해 이야기했다. 5살 무렵 김포 근처에 살았던 그는 버짐이 피고 배가 불러오는 영양실조를 경험했다. 그리 번화한 동네는 아니었기 때문에 주변에서 치료를 받을 수 없었고 언덕너머 독립문 근처 한약방에서 치료를 받았다.

한약방에서는 ‘이 아이에게 번데기를 사 먹이쇼’라는 처방을 내렸다. 같이 사는 사촌동생들이 행여 질투할까 집으로 돌아가는 언덕에서 매일 번데기를 한통씩 먹었다. 저녁 나절 그렇게 언덕을 걸어가다 보면 저녁거리를 준비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혹 내가 무덤에 가면 저런 것들을 내 무덤에다 걸어줬으면 싶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탄생한 곡이다"라고 밝혔다. ‘죽음’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예쁜 멜로디와 서정성의 시어로 표현한 노래는 북카페의 차분한 분위기와 어우러져 아름다웠다.

 

청춘

 

 

 

 

두 번째로 그가 들려준 곡은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을 통해 리메이크 된 ‘청춘’이었다. 젊은 세대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은 이 곡은 그가 27살 다시 한 번 시간에 대해 생각하며 써내려간 작품이다. 27살 ‘청춘’ 김창완이 사라질 청춘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 쓴 노래를 청춘을 보내고 노년에 접어든 김창완이 부르는 모습은 깊은 울림을 안겨줬다. 

 
백일홍

 

세 번째 곡은 35~6살 쯤 인생을 관조하며 꽃밭에서 만들었다는 '백일홍'이었다. ‘사라지는 건 사라지도록 잊혀지는 건 잊혀지도록’이란 가사는 피고 지는 꽃들, 오고 가는 사람, 흘러가는 시간에 대한 성찰을 담아내고 있다. 다소 생소한 곡이었지만, ‘내 방을 흰색으로 채워주오’와 ‘청춘’보다 더 깊어진 그의 사색을 느낄 수 있어 가슴에 와닿았다.   

시간

 

 

 

그가 마지막으로 불러준 노래는 지난 2일 발매한 ‘시간’. 고상지의 반도네온과 함께 어우러진 이 곡은 내레이션이 주를 이룬 독특한 형식이다. 왜 이 노래를 만들었고, 반도네온이라는 악기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물었다.

 

그는 반도네온에 대해 "할머니의 손을 만지면 차갑다. 맨질맨질하다. 습기가 없어서 마른 낙엽같다. 그런 할머니의 냄새를 가진 악기다"라며 "시간의 화자를 그려내는 데 좋은 악기였다"고 평했다.

 

또한 이 곡을 만든 이유에 대해 "누군가에게 들려주고 싶어서 만든 노래"라 밝혔지만 이내 더 깊은 이야기를 해줬다. "몇 년 동안 발표하고 있는 김창완 밴드의 노래는 ‘산울림’으로부터 도피해 자신만의 음악을 구축하고 싶어 나온 결과들"이라며 "산울림 특유의 서정성보다 김창완 밴드의 펑크적인 요소를 좇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그는 젊은 세대에게 외면당했고, 그들은 오히려 그가 마주하고 싶어하지 않은 ‘산울림’을 찾았다. 히트곡 제조 욕심에 차있었던 자신에 대한 반작용으로, 탄생한 곡이 ‘시간’이었다.

 

"작업을 시작할 땐 수많은 세션들과 함께했지만 불필요한 것들을 버렸더니 둘만 남았다"며 너스레를 떤 김창완은 산울림이 아닌 김창완의 ‘서정성’이 가득한 곡을 불렀다.

 

앙코르곡 '너의 의미'

 

 

 

 

4곡을 모두 마친 그는 여운이 남았는지 신청곡을 받았다. 당연하다는 듯 '너의 의미'가 앙코르 송으로 뽑혔다. 아이유가 리메이크해 화제가 됐던 곡이지만 원곡자이기 때문인지, 그의 시간이 담겨서인지 더 깊은 감성을 느낄 수 있었다. 노래가 끝나고 박수가 터져나왔다. 내년이면 40주년을 맞는 산울림에 대한 질문을 받은 그는 "최근 산울림이 다시 좋아지고 있으니 무언가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인턴에디터 송문선 azurebeast@naver.com

사진 지선미(라운드테이블)

영상출처: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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