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에 이어서…

극후반부를 장식한 왕금희의 백혈병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었다. 왕금희의 백혈병 덕에 주상미 역시 길었던 한준호에 대한 외사랑을 접을 수 있었다. 이채영 역시 주상미의 변화의 가장 큰 계기로 왕금희 백혈병을 꼽았다.

“상미는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준호를 유혹할 때도 내가 필요하니까 다른 사람이 받는 고통을 생각하지 못하잖아요. 금희가 백혈병에 걸리지 않았다면 끝까지 준호에게 집착하고, 이혼하지 않았을 거에요. 상미는 몰라서 나쁜 거 같아요. 타인과의 관계가 원활했다면 배려나 눈치가 있었을텐데 그런 게 전혀 없잖아요. 백혈병은 죽음과도 연계가 되니까 그때서야 겁을 먹고 쫓아가서 확인을 하잖아요”

말은 악역이라고 하지만 주상미도 알고보면 불쌍한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준호의 껍데기는 소유했지만 마음을 얻지 못했고, 가족들조차도 그녀의 행동을 납득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채영은 이런 주상미를 냉정한 눈으로 바라봤다.

“처음에 상미를 연기할때 당당함의 끝이 없구나, 자존감과 자신감이 너무 높구나라고만 생각했어요. 그게 지나쳐서 오만한 사람이 된 거죠. 준호한테 다가설 때도 ‘같이 식사하실래요?’ 묻는게 아니라 레스토랑 예약을 잡아놓고, 왜 같이 안 가냐고 화를 내잖아요. 제가 겁을 먹으면 무너질 거 같더라고요. 주상미의 멘탈로 가다보니 그 기간동안에는 드라마 외적으로 받는 미움이나 악플에도 ‘나한테 관심잇나봐, 세상은 날 미워할 리가 없어, 난 부자고, 돈도 많고 빛나 그런데 어떻게 미워할 수 있지?’ 이렇게 자의적으로 해석을 했던 거 같아요”

결국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결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할까. 이채영은 “저는 이 결말이 마음에 들어요”라고 전했다. 모두가 또다른 출발의 기로에 설 수 있었기 때문.

“저는 이 드라마가 모든 사람이 성장하는 거라고 봤어요. 남편한테 버림받은 금희가 새 가정을 이루고, 아이가 생겼잖아요. 돈밖에 모르던 엄마가 손자가 생겨서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기도 하고요. 타인의 고통을 모르던 상미가 남의 걸 뺏는게 아니라, 자기 스스로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서 유학을 떠나기도 하고요. 뻔한 결말보다는 성장의 기회를 준 구조가 괜찮은 거 같아요”

그리고 상미에 의해 만들어진 신도 있었다. 이채영이 처음으로 연출에 대한 의견을 제시한 장면은 바로 한준호에 대한 감정의 변화를 나타내는 신이었다.

“준호, 상미 이혼이 결정됐을때 준호가 서류를 주고 관게를 정리하면 악수를 청해요. 근데 생각해보니 금희랑 이혼햇을 때도 악수를 했더라고요. 준호 이별의 시그니처 같았어요. 감독님께 ‘죄송한데 저는 악수를 못할 거 같아요’라고 말씀드렸어요. 이렇게 빠른 시간내에 이 남자를 빨리 정리할 수 없겠다 싶더라고요. 그래서 반지를 주고 나와버리거든요. 준호와 상미 엔딩에서는 길가다 우연히 마주쳤는데, 상미가 먼저 악수를 청해요. 그댄 정말 떠나보낼 수 있었던 거 같아요. 그 두 신이  저한테는 너무 좋았어요. 상미의 외형도, 눈빛도 이전과 180도 다르거든요”

‘여름아 부탁해’ 이전에 이채영은 ‘볼빨간 당신’, ‘비행소녀’ 등 예능에 출연한 바 있다. 특히나 ‘볼빨간 당신’에서는 아버지의 트로트 가수 도전기가 그려지며 남다른 부녀 케미로 화제가 됐었다. 또 예능에 도전할 마음이 있냐는 질문에 이채영은 “언제나 열려있어요”라고 밝혔다.

“사실 제가 방송에 나온거 보다 더 털털한데 예능에는 편집이 있더라고요. 제가 아빠 성격을 많이 닮았어요. 엄마, 언니는 또 결이 달라요. 보통 딸은 엄마랑 친한데 제 성격이 너무 남자같아서 아기자기한 것에 대해 공감을 못해요. 아빠랑은 여행다니면 맥주나 마시다 와요. 아빠가 되게 소년같아서 같이 있으면 재미있어요. 작품에서는 또 제 이런 모습을 못 보여드리잖아요. 악역을 맡아도 겁이 안나는게, 제가 아직 못 보여드린 모습이 많이드니까 그런거 같아요 인간이든 드라마든 반전이 있어야 하나봐요”

긴 호흡의 작품을 끝냈으니 휴식기를 가질만도 했지만 이채영은 또 다음 스탭을 준비하고 있었다. 쉬는 날이 하루라도 생긴다면 “최소 설악산으로” 단풍 구경을 가고 싶다는 모습에서 소녀같은 면모도 느껴졌다. 스스로를 자연인이라고 칭하는 이채영은 “짜증나다가도 떡볶이만 먹어도 너무 행복해요”라고 전했다. 발랄한 모습에 유튜브 도전을 권하자 기계치라고 고백했다.

“유튜브 어떻게 해야하는지도 모르고 카메라를 어떻게 다룰지도 몰라요. 연기할 때 카메라랑 또 다른 거잖아요. 저는 옛날 사람이라 다른 분들이 하시는거 즐겁게 시청만 하고 있습니다. 제가 나중에 연기를 너무 잘한다 싶어지면 유튜브를 해볼게요(웃음). 제가 원래 한번에 두가지 일을 못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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