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가요계에 자기만의 영토를 구축했던 지성파 여성 보컬리스트 2인이 두터운 세월의 막을 열고 돌아온다. 부드러운 중저음의 정미조(67)와 청아한 목소리의 싱어송라이터 박인희(71)다

 

79년 은퇴 후 화가로 활동해온 정미조는 이달 말 신보를 발표하며 37년 만에 컴백한다. 이화여대 서양화과를 졸업한 정미조는 72년 ‘개여울'로 데뷔했다. 이후 '휘파람을 부세요' '그리운 생각' '불꽃' 등의 히트곡을 내며 스타덤에 올랐다. 세련된 스탠다드 팝 계열의 음악에 170㎝의 늘씬한 몸매와 서구적인 외모로 큰 인기를 누렸다. ’대형 가수‘ ’학사 여가수‘라는 호칭이 늘 따라다녔다.

 

하지만 화가의 꿈을 위해 프랑스 유학길에 올라 83년 프랑스 국립장식미술학교에서 석사, 92년 파리 제7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듬해부터 지난해까지 수원대 조형예술학부 서양화 교수로 재직했다.

 

재즈 색소포니스트 손성제가 앨범 작업에 참여한 신보에는 11곡의 신곡과 함께 히트곡 '개여울' '휘파람을 부세요'의 리메이크 버전이 담겼다. 정미조는 4월10일 LG아트센터에서 콘서트도 열 예정이다.

 

긴 생머리에 청바지를 입고 통기타를 치던 박인희는 35년 만에 가수로 돌아온다. 숙명여대 불문과를 졸업한 그녀는 69년 이필원과 국내 최초의 혼성듀엣 '뚜아 에 무아'로 데뷔해 '약속' '세월이 가면' 등을 불렀다.

 

72년 결혼 후 솔로로 전향, 76년까지 당시로선 보기 드문 여성 싱어송라이터 역량을 발휘하며 6장의 앨범을 발표했다. 70~80년대 대학생들의 캠프 파이어송 '모닥불'을 비롯해 '그리운 사람끼리' '끝이 없는 길' '세월이 가면' '봄이 오는 길'로 큰 인기를 누렸다. 특히 시 낭송 곡을 히트시킨 가수로도 유명하다. 시인 박인환의 '얼굴'과 '목마와 숙녀'가 대표적이다. 촉촉한 그녀의 목소리는 심야의 청춘들을 강렬하게 심장 저격했다.

 

전성기를 구가하던 중 81년 홀연히 미국으로 떠난 이후 라디오 DJ와 MC 등으로 활동했지만 무대에 서진 않았다. 그간 ‘우리 둘이는’ 등 수필집과 시집 2권을 출간하며 문인으로서 자질을 드러내기도 했다.

 

박인희는 4월30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올림픽홀 컴백콘서트를 시작으로 일산(5월8일), 수원(5월15일), 대전(5월22일) 등지로 전국투어 ‘그리운 사람끼리’에 나선다. ‘쎄시봉’ 멤버인 송창식이 힘을 싣는다. 신보는 가을께 발표할 예정이다.

 

에디터 용원중 goolis@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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