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에 이어서...

대학교 3학년 때 일본 와세다대학에서 교환학생을 한 팔월장안 작가는 그곳에서 미국 여학생을 알게 됐고 그의 영향을 받아 인터넷에 자신의 첫 번째 소설인 ‘안녕, 옛 시절’을 올렸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그 이후 팔월장안은 단숨에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다.

”생각지도 못하게 많은 분들이 ‘안녕, 옛 시절’을 좋아해주셨습니다. 인기 순위 상위권에도 들고요. 나중에는 출판사와 손잡고 소설로 출판하게 됐죠. 이렇게 저작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제가 글을 쓰는 건 스스로를 가다듬을 수 있고, 또 타인의 인생을 변화시킬 수 있어서예요. 그들이 가장 빛나는 사람이 되는데 도움이 됐으면 하고요. 이것이 제가 글을 써나가는 의미입니다.”

영화 ‘너를 만난 여름’을 통해 웹드라마, 넷플릭스 등에 이어 한국 극장가에도 진출한 팔월장안 작가는 한국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그는 학창시절 한국 드라마를 많이 챙겨봤다.

“학창시절에 가족들과 CCTV에서 방송하던 한국 드라마를 봤어요. ‘목욕탕집 남자들’ ‘보고 또 보고’ ‘인어아가씨’ ‘거침없이 하이킥’ ‘대장금’ 등 셀 수도 없어요. 그때 본 한국 드라마가 100화는 넘을 거예요. TV에서 매일 두 회씩 방영했으니 저의 성장기를 함께 보낸 셈입니다. 한국 영화와 드라마를 굉장히 좋아하는데, 영화 중에서는 나홍진 감독의 ‘황해’를 좋아해요. 그리고 지금은 한국 드라마 러닝 타임이 짧아져 불행 중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너를 만난 여름' 촬영 현장에서 만난 팔월장안 작가, 진비우, 하람두

그에게 최근 기억에 남는 한국 작품을 물었다. 돌아온 답은 ‘응답하라’ 시리즈였다. ‘응답하라’ 시리즈도 ‘너를 만난 여름’처럼 레트로 감성이 담겨있으며 학교에 다니는 남녀의 로맨스를 그린다. ‘너를 만난 여름’이 한국에서 리메이크된다면 어떤 배우가 할까? 팔월장안은 내심 가슴 속에 품고 있었던 배우 이름을 꺼냈다.

“실력 좋은 한국 젊은 배우들이 정말이지 너무 많습니다. 겅겅(하람두)은 단발머리가 잘 어울리는 김소현씨, 위화이는 음...좀 더 한국 작품들을 공부해야겠네요. ‘응답하라’ 시리즈가 중국에서 인기가 엄청납니다. 저도 물론 봤고요. ‘응답하라 1988’에서 개정팔(류준열)을 제일 좋아해요.”

‘너를 만난 여름’은 소설 ‘최호적아문’과 결말도 극 성격도 모두 다르다. 성화이난과 위화이(진비우)의 이야기도 다르고 해피 엔딩을 맞게 되는 설정도 독특했다. 팔월장안은 소설과 영화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영화도 영화 그 자체로 인정했다.

“스토리가 조금 다르다고 정말 아쉬운 것 없습니다. 제 작품들이 자의식이 넘쳐나는 ‘신보다 위대한 주인공’을 다루는 그저 달달한 소설이 아니길 바라요. 어떤 소설의 주인공이 소란을 피우다가 실수로 부딪힌 행인이 다른 소설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고요. 카메라 앵글에 담기는 대상은 이야기를 갖고 있는 너와 나 모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스토리가 ‘신처럼 완벽한’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을 구할 필요는 없잖아요. 부드러움 속에 강인함을 갖고 있는 여성이 서로를 이끌고 앞으로 전진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소설과 영화의 주인공 성격이 다르다고 해서 ‘최호적아문’과 ‘너를 만난 여름’의 결이 완전히 바뀌진 않는다고 믿습니다.”

드라마, 영화를 보면 학생들이 체육복을 자주 입고 나온다. 이를 본 한국 관객, 시청자들은 ‘이게 교복 맞다’ ‘아니다 체육복이다’라는 말을 하곤 한다. 필자도 궁금했던 이 점을 팔월장안 작가가 속 시원하게 해결해줬다.

“저는 1994~2006년 즈음에 학창시절을 보냈어요. 중국 학교들은 체육복이 교복이고, 그 둘을 구분하지 않아요. 학생 때는 한창 발육하는 시기라 키도 몸무게도 계속 변하잖아요. 교복은 몸에 잘 맞아야 예쁜데, 계속 사 입는 것도 한계가 있습니다. 근데 헐렁한 체육복은 바꾸지 않아도 되잖아요. 그리고 당시의 인구 수와 경제적 여건 때문에도 체육복을 입는 게 현실적인 선택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달라져서 중국의 많은 공립학교들이 예쁜 교복을 입습니다. 정말 아주 부러워요. 에잇!”

‘너를 만난 여름’을 통해 팔월장안이 한국 관객들에게 바라는 점은 무엇일까. 중국에선 이미 개봉했고 중국 내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팔월장안이 한국 관객을 통해 느끼는 바는 다를 것이다. 그는 ‘너를 만난 여름’으로 한국 관객과 더 어울린 다음 새로운 소설을 통해 다시 만날 날을 기대하고 있다.

“청춘과 사랑은 불가분의 관계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한국 관객분들께서 영화를 통해서 중국의 학생들의 생활상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갖고 알게 됐으면 좋겠어요. 중국 학교의 제도, 진학 스트레스, 교정의 모습 등 말이죠. 이런 것도 일종의 문화 교류겠죠? 진화고는 저의 마무리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이렇게 오랜 시간’에도 나옵니다. 책 절반은 성인이 된 이후의 스토리고요. 이 작품을 기점으로 스토리 방향이 전환기를 맞이했다고 할 수 있어요. 그리고 지금 쓰고 있는 ‘짝꿍인 나’ 제목만 보면 청춘물인 것 같지만 여자 주인공이 30대랍니다.”

사진=오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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