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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보통사람' 손현주 "아버지가 바라보는 세상은 서글프다" ①

배우 손현주. 그동안 '숨바꼭질' '악의 연대기' '더 폰' 스릴러 3부작으로 스크린을 내달리며 '스릴러 제왕' 칭호가 붙었지만 실은 자상한 선배이자 아버지일 뿐이었다. 지난 17일 ‘보통사람’ 개봉(3월 23일)을 앞두고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손현주를 만났다. "사람 냄새 나는 배우가 되기를 소망한다"는 톱배우에게서 친근한 보통 사람의 내음이 났다. 

 

 

군사독재의 절정기인 1987년, 상식이 통하는 세상에 살고 싶었던 이들의 투쟁을 그린 영화다. 수년 전에 '보통사람' 시나리오 초고를 받았고 재밌게 읽었다. 제목조차 제대로 정해지지 않았을 때 읽은 시나리오는 투자를 받지 못해 제작이 연거푸 지연됐다. 3년 만에 제작에 착수했을 땐 더욱 죽기살기로 찍을 수밖에 없었다. 

"크라우드 펀딩도 돌렸고,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노력 끝에 영화를 만들 수 있었다. 사람 냄새 나는 영화를 참여해보고 싶었기 때문에 2,3년 정도 기다리는 건 오래 걸리지 않았다. 물론 기다리고만 있지는 않았다. 다른 영화들도 간간이 찍다가 '보통사람' 팀이랑 만나서 회의하고, 시나리오를 수정하고, 이러면서 세월을 보냈다. 그 시간들이 재밌었다"

시나리오 초고는 1970년대의 상황이었으나 회의를 거친 결과 80년대로 시대적 배경이 바뀌게 됐다. 그럼에도 여전히 팍팍한 세상이었다. 다만 프로야구 개막이나 88올림픽을 앞둔 국민들의 흥분 등으로 조금은 풀어져 있던 그 시대의 분위기가 수정 전보다 스토리에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80년대로 바뀌었을 땐 고민이 많이 됐다. 내 기억 속 70년대는 조금 더 경직된 세상이었노라고 표현하고 싶다. 중고등학교를 다닐 때였는데, 그때는 원래 세상이 그런 건 줄 알았다. 물론 우리 영화가 80년대를 대변하는 영화는 아니다. 성진이 껍질마저 긁어먹던 바나나도 70년대에나 귀했지 80년대엔  비교적 흔히 볼 수 있지 않았나. 이런 부분은 관객들이 참고해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1987년, 세상을 바꿔나가던 보통 사람들의 단면에는 송두리째 흔들리는 삶이 존재했다. 대본을 처음 보고 이 영화는 가족 중심의 영화라고 생각했다. 다리 아픈 아들, 말 못하는 아내를 지키고자 하는 성진의 이야기. 평범하고 비루한 삶을 탈피하고자 가지 말아야 할 길을 건너가고 타협하면서 발생하는 갈등을 중점적으로 파고 들었다.

"영화에서 김상호가 외우는 대사다. '내가 나를 흔들 수 없을 때 아무도 날 흔들 수 없다'. 가정이 무너져 버렸는데 현실이나 정치 문제 따위를 따질 여력이 어딨겠나. 가정을 위해 선택을 내린 성진의 감정에 집중한 채 연기했지만, 악역인 규남(장혁) 또한 제 나름의 사정이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규남이 잘못됐다는 얘기는 못하겠다. 그저 추구하는 방향이 달랐던 거다. 보통사람의 인생을 살아가야 했지만 규남 역시 성진처럼 잘못된 선택을 했을 뿐이다"

아버지의 사랑이 그 때나 지금이나 다를 건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70~80년대 가족 중심의 사회에서 점점 핵가족화되며 환경이 많이 바뀌었다. 형제들이 기본 서너 명이 있던 시절엔 모두가 중산층이라고 얘기하고 다녔다. 지금은 중산층이 무엇이냐는 해답을 찾기가 어렵다. 혼밥, 혼술은 생각조차 못했던 그 시절과 달리 너무나도 당연해진 라이프스타일이 왠지 서글프다. 그때나 지금이나 아버지가 바라보는 세상은 언제나 서글플 테다.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모티프 삼은 영화에선 여러 번의 고문 장면이 등장한다. 누군가를 가격하는 장면, 고문 받아 숨진 친구를 바라보는 장면, 거꾸로 매달린 채 고문 받는 장면 전부를 연기한 입장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슬픈 영화였다. 특히 고문 받는 장면에선 말 못하는 성진의 아내와 다리 저는 아들이 떠올라 가슴이 멍드는 기분이었다.  

"아내와 아들을 볼 때면 '보통사람' 안에서 충분히 서글프고 애처로웠다. 아내를 안고 예쁘다며 중얼거리던 대사도 그냥 자연스럽게 나왔다. 라미란씨와 함께했던 대사들은 우리가 만들어나갔던 말이다. 그 모습이 예뻤다. 그리고 안쓰러웠다. 성진으로 인해 그 쓰러져가는 집에서 살고 있는 걸 숙명으로 받아들이잖나. 그래서 성진의 입장에선 고문 받는 것도 상관 없었다. 매 맞은 곳이 아닌, 마음이 아팠다. 잘못된 아내와 아들이 성치 않은 사람들이었기에 성진의 아픔이 배가 됐던 거다"

고문 장면을 촬영하면서 먼저 가신 분들에 대한 슬픔 또한 번져나갔다. 분단 국가에 살면서 각기 다른 생각으로 살아가는 모습들 역시 안타까웠다.

 

사진= 오퍼스픽쳐스 제공

에디터 이유나  misskendrick@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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