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로 1000번의 공연을 누벼온 이은미가 데뷔 30주년을 맞았다.

‘영원한 맨발의 디바’ 가수 이은미는 올해 데뷔 30주년을 맞아 기념 앨범 ‘흠뻑’을 개최하고 전국투어 콘서트를 돌며 관객들과 만난다. 6일 오후 광화문 인근에서 그의 데뷔 30주년 기념 기자간담회가 열려 그간의 소회를 나눴다.

지난 1989년 신촌블루스의 객원 가수로 참여해 부른 ‘그댄 바람에 안개를 날리고’로 이름을 알린 이은미는 30년간 14개의 단독 앨범을 내며 ‘애인 있어요’ ‘헤어지는 중입니다’ ‘녹턴’ 등을 통해 호소력 짙은 보컬로 한국 대표 가수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공연으로도 정평이 나 있다. 맨발로 무대를 누비는 이은미는 ‘맨발의 디바’로서 30년 동안 1000회의 공연 횟수를 기록하며 놀라움을 자아낸다.

이날 이은미는 30년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그는 “세월이 쌓여 30년이 됐다. 수월하진 않았고 기적 같은 순간도 있었다. 올해 ‘진짜 열심히 해야겠구나‘ 정말 많이 생각하고 있다. 무게감도 느끼고 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30주년은) 놀라운 경험이다. 이런 감정을 느낄 거라 생각지 못했다. 처음 느끼는 감정이다. 음악을 처음 시작할 때처럼 설레고 두렵다”라고 설명했다.

이은미를 대표하는 키워드는 콘서트다. 2012년 ‘나는 가수다’에 출연하기 전까지 그가 방송 출연을 자제했던 이유는 바로 라이브를 하기 미흡했던 방송 시스템에 있었다. 그는 가수에게 립싱크를 시키는 당시 시스템을 비판한 적도 있고 이에 따라 라이브에 최적화된 공연을 통해 관객들과 소통해왔다.

시간이 흘러 변화한 현재 방송환경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이은미는 “다행히 요즘은 립싱크 하는 분들이 많이 없다. 시끄럽게 떠들었던 효과가 있는 걸까요?”“라며 웃어 보였다. 그렇지만 음악을 시작했던 시절에 비하면 좋아진 거지, 아직 문제는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제가 시작했던 시절에 비하면 훨씬 좋아졌다. 심지어 대기실 환경도 그렇다. 공연장도 제가 처음 데뷔했던 때에 비하면 확연히 훌륭한 극장이 많이 생겼다. 문제는 우리 사회 변화처럼 음악 관련 시스템과 하드웨어에 있다“라며 ”변화에 만족스럽지는 않다. 분명히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 있다. 사고방식이나 태도 등 근본적인 문제일 거다. 세상이 변화하고 진화하고 진보하는 것처럼 서서히 변해갈 거라 생각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올해도 30주년을 기념해 전국투어 콘서트 ‘이은미 콘서트 30years 1000th, thank you'를 진행 중이다. 지난 10월 광주에서 첫 발을 뗀 콘서트는 부산, 인천, 전주 등을 거쳐 오는 11월 23일 인천, 12월 7일엔 서울에 오르고 내년 2월까지 전국 각 도시에서 계속된다. 이은미는 공연에 찾아와주며 30년간 옆에 있어와준 팬들에 대한 감사를 빼놓지 않았다.

지난 2일 열렸던 부산 공연에서 받았던 한 팬의 손편지를 언급하며 “30년 동안 묵묵히 지켜준 팬들에 감사를 전한다”라고 했다. 그는 손편지를 가지고 오려고 했는데 깜빡해 현관 앞에 두고 나왔다면서 “어릴 때 콘서트에서 ‘어떤 그리움’을 듣고 4분 동안 전율을 느꼈고, 30년이 지나며 언니가 바라본 세상을 언니의 음악으로 느끼며 나이 먹었다는 내용이었다”라고 내용을 간략히 소개했다.

그리고 “손편지 때문에 집에서 펑펑 울었다. 저 혼자 수도 없이 많은 밤을 지새우며 만든 음악들 중 성공하지 못한 음악들도 있다. 누가 알아줄까 했는데 많은 분들이 고통스럽고 아프게 만든 음악들을 공감해주셨더라. 말해주지 않았다면 몰랐을 거다”라며 히트곡 외 수많은 곡을 작업하며 혼자 힘들어했던 순간들을 이야기했다.

또 “워낙 재능이 부족한 사람이라 한계를 느낄 때마다 어렵고 좌절한다. 민낯이 드러나는 기분도 든다. 부족함이 순간순간 느껴져 피하고 싶고 도망가고 싶다”라며 “자신의 부족한 모습을 직관하며 사는 건 힘든 일이다”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사진=이은미 '흠뻑' 앨범 커버와 공연 포스터

그럼에도 30년간 극복해왔고 계속해서 무대에 섰다. 30주년, 3000회의 공연을 맞아 이은미는 잠시 20주년 때를 회상하기도 했다. 그는 “20주년 때 진정한 딴따라가 된 기분이었다”라며 ”매주 공연을 할 장소가 있다는 기쁨, 새로운 분들을 만나는 즐거움, 살아서 연주하고 있다는 게 어우러져 놀라웠다. ‘이제 음악가가 됐구나‘ 싶었다. 지금 느껴지는 감정도 그것과 많이 다르지 않다. 이젠 제 삶도 그렇지만 제 앞날도 노후를 맞이하며 잘 마무리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한다. 매 무대마다 마지막이라도 후회 없기를 다짐하며 무대에 올라간다“라고 말했다.

혼자 무대를 장악하는 카리스마에 한 번 그의 무대를 본 사람이라면 감탄을 금치 못하곤 한다. 세월이 흘러 50대가 된 디바는 공연을 위한 체력 관리에 대해 “체력은 타고나지 못했지만 콘서트에서 제가 전달하고픈 음악을 전달하려면 체력이 필수라 운동과 친해지기 위해 노력했다”라고 프로페셔널한 면모를 보였다. 그렇지만 ”솔직히 50대 중반에 오니 쉽지 않다“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체력의 한계를 극복하며 30년간 음악에 ‘흠뻑’ 빠져온 이은미는 이번 앨범 타이틀도 ‘흠뻑’으로 정했다. 지금도 음악에 '흠뻑' 빠져 있기 때문이다. 그는 "30년 동안 음악에 매혹당해왔다"라면서 "이렇게 흠뻑 빠져 누리면서 살았던 사람이 있을까. 음악을 바라보고 음악이 저를 바라볼 때 서로 존중하며 나이 드는 거 같다. 초반보다 지금 더 솔직해졌고 진실돼졌다. 그런 표현들을 담아내고 싶다"라고 음악 사랑을 고백했다.

그렇게 30년 동안 꾸준히 사랑하는 음악을 해온 원동력은 역시 음악이었다. "음악에 빠지는 원동력은 음악이다. 다른 사람들의 음악, 스스로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꿈꾸는 상상력 속의 음악이 결국 저를 다시 움직이게 한다. 원하는 소리를 만들려는 노력이 나를 다시 움직이게 하고 자극받고 다시 일어나게 한다. 재능의 한계를 보며 '왜 이것밖에 안되지' 하다가도 녹음실에 가는 걸 보면 그게 분명한 것 같다"라고 했다.

앨범 ‘흠뻑’을 통해 지금 공개된 2곡 ‘어제 낮'과 ‘사랑이었구나'를 비롯해 콘서트를 진행하며 나머지 6곡을 순차 발매할 예정이다. 새 음악과 리메이크 곡이 함께 포함된다.

30년을 돌아본 이은미가 그리는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그는 패티김의 인터뷰를 언급하며 자신의 길을 찾았다. “패티김 선생님이 하신 인터뷰를 보니까 얼굴이 상할까봐 투탕카멘 정자세로 주무셨고 목소리를 걱정해 와인 한 잔도 안 하셨더라”라며 선배 가수를 따라가겠다고 말하려나 싶더니 “저는 그 자신이 없다“라는 반전 대답을 내놓았다.

이은미는 “전 욕망이 가득한 사람이다. 여러분이 보시기에 제 얼굴과 목소리가 제가 서는 무대와 음악에 동떨어져 있는 삶을 살고 싶지 않다. 제 삶이 고스란히 얼굴에 스며서 주름이 되고 목소리에도 윤기를 줘서 여러분과 함께 있는 사람이길 느껴지길 바란다”라는 최종 목표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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