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라인'은 평범한 대학생 이민재(임시완)가 전설의 베테랑 사기꾼 장과장(진구)을 만나 은행을 속여 돈을 빼내는 신종 범죄 사기단에 합류하여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범죄오락영화다.

'도둑들' '기술자들' '검사외전' 등 범죄사기는 충무로의 단골 소재 가운데 하나다. 이런 장르물에 익숙해진 관객을 스크린 앞으로 부르기 위해 '원라인'은 기존의 다른 범죄사기 소재 영화들과 달리 사기의 대상을 '사람'이 아닌 '은행'으로 설정했다. 이른바 '작업 대출'이다. '작업 대출'은 은행 대출이 안 되는 사람들의 신분·직업·신용 등급을 조작해 은행을 상대로 돈을 빼내는 사기를 통칭한다.

 

 

지폐가 바뀌는 시점인 2005~6년을 배경으로 한 것도 ‘작업 대출’이 그 때에 성행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양경모 감독은 2000년대 중반의 시대상을 살리기 위해 다양한 소품을 활용했다. 구권 지폐, CRT모니터, 구형 자동차, 플립폰은 물론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거리의 주소와 프랜차이즈 간판까지 그 시대 재현해 성공함으로써 ‘응답하라 2005’라고 부를 정도의 디테일을 완성했다.

케이퍼 무비에 관객들이 거는 기대 중 하나는 인물들의 완벽한 분업과 합이다. ‘원라인’은 다행히도 초반부터 속고 속이는 릴레이 배신극을 펼치며 사기범죄가 각 인물들에 의해 어떤 식으로 일어나는지를 놓치지 않고 보여준다.

순진한 대학생에서 능글맞은 사기꾼으로 변모하는 사기계의 샛별 민대리(임시완), 베테랑 사기꾼 장과장(진구), 야심 가득한 행동파 박실장(박병은), 엘리트 출신이지만 허당끼있는 송차장(이동휘), 쿨한 매력의 홍대리(김선영), 민대리의 우직한 건달 기태(박종환), 냉정한 미녀 해선(왕지원) 등이 각자의 개성으로 경쾌하게 엮이며 범죄극의 희열과 재미를 더한다. 촘촘한 디테일 위에서 생생하게 뛰어다니는 캐릭터들은 오락영화의 본분을 충실히 수행한다.

 

 

임시완의 180도 달라진 모습도 ‘원라인’을 기대하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미생’ ‘변호인’ ‘오빠생각’을 통해 착하고 순수한 인물을 연기했던 그는 기존 이미지를 연상케 하는 모범적인 대학생 민재가 넘어서는 안 될 선까지 넘보는 사기꾼으로 변모하는 도전을 감행한다. 선하고 깨끗한 얼굴에 능글맞은 사기꾼의 미소가 떠오르는 순간은 배우 임시완의 재발견이기도 하다.

박병은의 악역 연기도 주목 포인트다. 돈과 명예를 위해서라면 잔혹한 짓도 서슴지 않고 저지르는 박실장 역을 맡아 배금주의의 밑바닥을 표현한다. 한 치의 동정심도 허용하지 않으며 악의 정점을 찍는다.

그러나 영화를 다 보고 나면 감독이 표현하고 싶었던 가장 큰 악은 ‘박실장’도 ‘원라인 대출업체’도 아닌 인간의 존엄과 절박함이 돈으로 바뀌는 이 세태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다. 현재까지도 변함 없는 우리 사회구조는 극장을 나서는 발걸음에 고민을 보탠다. ‘원라인’은 끝내 해답을 보여주지는 못한다. 다만 돈과 대출 시스템이 가지고 있는 부조리함과 아이러니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을 뿐이다. 러닝타임 2시간12분. 15세 이상 관람가. 29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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