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봄 날씨가 하늘을 반짝반짝 빛내는 가운데, 괜스레 우리네 가슴은 공허해지고 있다. ‘미녀와 야수’ ‘프리즌’ 등 신작들이 박스오피스를 질주하지만, 영화 팬들의 헛헛한 심상을 꽉 채워줄 ‘명작’ 재개봉 영화들도 하나둘 컴백을 예고했다. 본격적인 나들이철을 맞아 극장으로 발길을 옮겨 훈훈한 옛 감성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

 

1. 일 포스티노(1994)

작은 섬 칼라 디소토에 오게 된 시인 네루다(필립 느와레), 그의 도착으로 늘어난 우편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어부의 아들 마리오(마시모 트로이시)는 우체부로 고용된다. 로맨틱 시인 네루다와 가까이 지내면서 섬마을 여자들의 관심을 끌고자 한 마리오는 점점 시와 은유의 세계를 만나게 되고, 아름다운 여인 베아트리체(마리아 그라지아 쿠시노타)와 사랑을 이루게 된다.

이탈리아 명작 ‘일 포스티노’(감독 마이클 래드포드)가 23년 만에 재개봉했다. 시인 파블로 네루다의 실화를 다룬 이 작품은 ‘은유의 미덕’을 가진 영화와 시를 한데 뭉쳐 관객들을 아름다운 감상 속으로 폭 빠뜨린다. 특히 “전 사랑에 빠졌어요. 치료법이 있다고 해도 계속 아프고 말겠어요”라는 명대사는 봄날 사랑을 꿈꾸는 이들의 마음을 톡톡 건드린다. 러닝타임 1시간54분. 15세 관람가. 23일 재개봉.

 
 

2. 시간 여행자의 아내(2009)

시간여행의 운명을 지닌 남자 헨리(에릭 바나). 어릴 적 교통사고 때 시간이동을 경험한 후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시간 여행을 떠난다. 외로운 현재를 살아가는 그, 매일 쓸쓸한 아침이 익숙해져 갈 때쯤 클레어(레이첼 맥아담스)가 나타났다. 그런데 클레어는 헨리를 만난게 처음이 아니다. 과거 여섯 살이던 해, 스스로를 시간여행자라고 소개한 남자를 십여 년 간 기다려온 클레어. 스무 살이 되는 해, 드디어 그와 재회한다.

‘맥블리’ 레이첼 맥아담스의 로맨스 대표작 ‘시간 여행자의 아내’(감독 로베르트 슈벤트케)도 봄바람을 타고 재개봉했다. 언제 시간여행을 떠날지 모르고 있는 헨리와 내내 그를 기다려야 하는 클레어 사이의 애틋하고 먹먹한 감정은 따스한 햇살에 꼭 어울린다. 특히 사랑에 빠진 여인의 표정을 ‘심쿵’할 정도로 표현한 맥아담스의 연기는 멜로 감성에 방점을 찍는다. 러닝타임 1시간47분. 12세 관람가. 23일 재개봉.

  

3. 복성고조(1985)

홍콩 경찰청 강력계 소속인 철력위(성룡)와 리키(원표)는 엄청난 액수의 보석을 가로채 야쿠자와 접선하기 위해 일본으로 달아난 전직 경찰(임정영)을 체포하라는 특명을 갖고 일본으로 건너간다. 하지만 곧 수사는 벽에 부딪히고, 철력위는 지난 날 같은 고아원 출신인 자고채(홍금보)의 도움을 청한다. 그 후 자고채는 고아원 시절의 형제들을 규합, 친구 철력위를 구하기 위해 일본으로 건너가는데...

‘프로젝트 A’ ‘쾌찬차’ 등에서 명활약을 펼쳤던 성룡-홍금보 콤비의 명작 ‘복성고조’(감독 홍금보)가 32년 만에 한국 극장가로 돌아온다. 이제는 60대가 돼버렸지만 이들 전성기 시절의 코믹하면서도 눈을 뗄 수 없이 화려한 액션은 80년대를 살았던 ‘아재’들의 감성을 톡톡 자극해 훈훈함을 전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러닝타임 1시간36분. 15세 관람가. 28일 재개봉.

 

4. 패왕별희(1993)

어려서 북경 경극학교에 맡겨진 두지(장국영)와 시투(장풍의)는 오력 끝에 최고의 경극배우가 된다. 고운 선 탓에 여자 역할을 맡았던 두지는 어느 순간 시투를 흠모하게 되고, 시투에게 사랑하는 여인 주샨(공리)이 생기면서 방황을 하기 시작한다. 이후 아편에 빠져사는 두지와 주샨에게 빠져 사는 시투. 이를 시작으로 두 남자는 중국의 역사처럼 파란만장한 삶을 시작하는데...

1993년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패왕별희’(감독 천카이거)가 개봉 24년 만에 재개봉 소식을 전했다. 이미 홍콩영화 팬들에게는 최고의 작품으로 손꼽히고 있다. 14년 전 4월1일 거짓말처럼 세상을 떠났던 장국영의 기일에 맞춰 3월30일 재개봉해 더욱 의미를 키우고, 아직도 그를 그리워하는 많은 국내 팬들에게 큰 위안이자 선물이 될 예정이다. 러닝타임 2시간51분. 15세 관람가. 30일 재개봉.

 

5. 아비정전(1990)

자유를 갈망하는 바람둥이 아비(장국영)는 매일 오후 3시에 매표소에서 일하는 수리진(장만옥)을 찾아가 사랑을 전한다. 그의 구애에 마음을 연 수리진은 아비와 결혼하길 원하지만, 아비는 냉정히 그녀를 떠난다. 이후 다른 여자의 품을 전전하며 정착하지 못하는 아비는 결국 자신을 버리고 떠난 친어머니를 찾아 필리핀으로 떠나고, 그와의 기억을 가슴에 품은 수리진은 아비를 기다리는데...

왕가위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 ‘아비정전’은 ‘그리움’과 ‘허무’로 대표되는 그만의 예술 색채가 반짝반짝 빛나는 작품이다. 자신을 ‘발 없는 새’라고 표현하며 버림받지는 않을까 걱정하는 남자 아비를 연기해낸 장국영의 능력치도 관객을 설렘 속에 빠뜨린다. 담담한 독백과 흰 속옷만 입고 맘보춤을 추는 신은 팬들을 낭만으로 안내하는 명장면으로 손꼽힌다. 러닝타임 1시간40분. 15세 관람가. 30일 재개봉.

 

6.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2004)

마지막 만찬 후, 유다에게 배신당해 체포된 예수 그리스도(제임스 카비젤). 예루살렘으로 끌려와 신성모독죄로 재판을 받고, 사형을 선고 받는다. 고민하는 빌라도 앞에서 예수의 처형을 주장하는 군중들. 조롱과 힐난의 웅성임이 가득한 골고다 언덕 위에서 십자가에 못 박히는 그는 전 인류를 향한, 심지어는 자신을 비난하는 목소리를 위한 숭고한 기적을 행한다.

성서에 기록된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고난과 죽음을 그려낸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는 감독 멜 깁슨의 탄탄한 ‘준비’를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스크린에 성경을 고스란히 옮겨내 예수의 힘듦을 생생하게 묘사했다. 일각에선 ‘고문 포르노 영화’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전 세계 6억 달러의 수익을 거두며 흥행에 성공한 바 있다. 러닝타임 2시간5분. 15세 관람가. 4월13일 재개봉.

 

7.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1995)

잡지 표지에 실을 다리 사진을 찍기 위해 매디슨 카운티에 도착한 사진작가 로버트(클린트 이스트우드), 그리고 그곳에 사는 여인 프란체스카(메릴 스트립). 길에서 우연히 만난 두 사함은 서로에게 호기심을 느끼고 점점 가까워진다. 곧 떠나야 하는 로버트와 떠날 수 없는 프란체스카. 두 사람은 거부할 수 없는 감정을 공유하며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되는데...

로맨스 명작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중년의 사랑과 이별을 품격 있게 다룬 영화다. 서부극의 대명사로 불리는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메가폰을 들어 멜로에도 능력이 있음을 입증한 작품이기도 하다. 두 명품 배우의 관록이 절로 느껴지는 호흡이 감상의 풍미를 배가한다.

그리고 영화 재개봉과 더불어 오는 4월15일부터 6월18일까지 옥주현, 박은태, 박선우 등이 출연하는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도 막을 올린다. 비슷한 시기에 대중을 찾아오는 두 가지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비교하며 감상하는 재미도 느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러닝타임 2시간15분. 청소년 관람불가. 4월 재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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