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토를 예고하는 11월의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러시아를 소환했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이 20세기 러시아 대표 작곡가들의 작품 세계를 세계적인 연주자들과 함께 잇따라 조명한다.

지난 8일 성황리에 열린 차이콥스키 교향곡 4번(지휘 알레호 페레즈), 프로코피예프의 첼로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신포니아 콘체르탄테(협연 다니엘 뮐러쇼트)에 이어 오는 23~24일 오후 5시 롯데콘서트홀에서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과 프로코피예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을 들려준다.

러시아 레퍼토리와 후기 낭만주의 작품 해석에 탁월한 ‘러시아 피아니즘의 상징’ 피아니스트 니콜라이 루간스키는 무려 14년 만에 서울시향과 만난다. 프로코피예프 협주곡 2번을 서울시향과 협연할 루간스키는 최근 인터뷰에서 “역사상 가장 위대한 피아노 협주곡 중 하나이며 20세기 작품이지만 매우 낭만적이고 드라마틱하며 힘이 넘치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그가 연주할 1악장의 힘차고 거대한 카덴차는 객석의 열기를 후끈 지펴올릴 전망이다.

러시아 태생의 루간스키는 1998년부터 모스크바 주립 차이콥스키 음악원 교수로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소나타를 연주한 독주회 음반으로 디아파종상을, 그리그와 프로코피예프 협주곡 음반으로 그라모폰 에디터스 초이스상을 받았다. 올해 6월 러시아 연방으로부터 문화예술상을 수상했다.

포디엄에 오르는 러시아 출신 지휘자 안드레이 보레이코는 루간스키와 독일과 이탈리아 등 유럽 무대에서 여러 차례 협연했다. 서울시향과 두 사람의 만남은 유럽 이외 무대에서 호흡을 나누는 첫 공연이다.

보레코이가 서울시향을 이끌며 연주할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은 어떤 의미에서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에 비견된다. 이 곡은 쇼스타코비치를 대표하는 명곡이지만 소비에트 정권에 숙청의 위협을 느꼈던 그가 예술가의 양심과 소신, 현실에 대한 타협 사이에서 고민하며 완성한 작품이다. 모순투성이 현실을 예리하게 반영한 작품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지난 2012년부터 벨기에 국립교향악단 음악감독으로 활동한 그는 임기를 마치고 이번 시즌부터 바르샤바 교향악단 예술감독을 맡는다. 비교적 덜 알려진 명곡들을 알리는데 열정을 발휘하고 있다.

사진=서울시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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