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2월 5일 개막하는 제4회 늘푸른연극제의 라인업이 공개됐다.

지난 2016년 제1회 원로연극제를 시작으로 올해 4회를 맞이한 늘푸른연극제는 매년 대한민국 연극계에 기여한 원로 연극인들의 업적을 기리는 무대로 꾸며진다. 올해는 ‘하프라이프’ ‘의자들’ ‘나는 그녀를 사랑했네’ ‘황금 연못에 살다’ ‘이혼예찬!’ ‘노부인의 방문’ 등 총 6개 작품이 이름을 올렸다. 국내외 수작과 연극계의 역사와도 같은 원로 예술인들의 참여로 완성된 황금 라인업에 기대감이 증폭된다.

사진=늘푸른연극제 포스터

개막작 ‘하프라이프’는 캐나다의 수학 박사이자 철학자인 존 미톤의 희곡으로, 요양원에서 벌어지는 노인들의 사랑과 그로 인한 자녀와의 갈등을 중심으로 노년과 사랑에 대한 화두를 던지는 작품이다. 연출가 표재순은 ‘하프라이프’를 통해 가족이 해체된 현 시대에서 변하지 않는 가치로 남을 부모 자식의 관계, 나이 듦과 사랑 등의 메시지를 무대 위에서 구현해낼 전망이다. 

극작가 외젠 이오네스코의 대표적 부조리극 ‘의자들’은 고립된 섬에서 단둘이 살아가는 노부부가 대화를 이어가고자 하지만 외부세계와 단절된 삶에서 짙은 고독을 느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원작을 재창작한 과정을 통해 웃음과 공포를 동시에 유발하는 한편, 사회 속의 단절에 대한 이야기로 시대를 관통하는 힘 있는 통찰을 전할 것이다.

2인극 ‘의자들’에는 강원도의 연극계를 싹 틔우고 성장시켜왔던 춘천의 최고령 현역 배우 김경태와 연극 ‘맥베스’ ‘오셀로’ 등에 출연한 홍부향이 열연할 예정이며, 두 배우의 섬세한 연기로 더욱 드라마틱하게 그려질 무대에 이목이 집중된다. 

프랑스의 국민 작가 안나 가발다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연극 ‘나는 그녀를 사랑했네’는 미니멀한 무대와 2인 극으로 연극적 각색을 시도한 2018년 초연 당시 큰 호평을 받은 바 있다. 현대인의 사랑 없는 결혼과 허구성에 대한 통렬한 일침을 가한다. 작품의 연출가이자 배우로 참여하는 1세대 마임 아티스트 김동수와 ‘엄마이야기’, ‘차이메리카’ 등에 출연한 전현아가 섬세한 감정 표현으로 슬픈 사랑에 대한 아름다운 이야기를 선사할 전망이다. 

장두이 작, 연출의 ‘황금 연못에 살다’에는 2017 대한민국 예술원 상 수상의 영예에 빛나는 배우 박웅이 열연할 예정이다. ‘황금 연못에 살다’는 현대 한국 사회의 ‘가족’이란 문제와 의미를 작품 속 황혼에 접어든 노부부와 그들의 딸에게 초점을 맞추어 서로의 오해와 편견을 깨고 서서히 마음을 열어 새롭게 삶의 의미를 되짚어보는 휴먼 드라마다. 

동아연극상, 한국연극영화예술상 등을 섭렵한 대한민국 희곡의 거장 윤대성 작의 ‘이혼예찬(원제: 이혼의 조건)’은 노년에 접어든 부부의 갈등이 마침내 이혼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통해 결혼 생활뿐 아니라 삶 자체의 무의미에 대한 철학적 고찰을 담고 있다.

대한민국 연극의 살아있는 역사, 민중극단의 정진수 예술감독을 필두로 박봉서, 차유경 등의 배우가 참여하는 ‘이혼예찬’은 에피소드적 구조 속 매 장면 갈등을 겪는 등장인물들의 내면세계를 원숙한 연기로 표현함으로써 삶의 의미에 대한 깊이 있는 메시지를 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립극단의 대표 여배우 이승옥의 명연기를 만날 수 있는 ‘노부인의 방문’은 세계적인 희곡 작가 프리드리히 뒤렌마트의 작품으로, 큰 부자가 된 노부인이 30여 년 전 실연의 슬픔을 안고 떠났던 고향 도시를 찾아오면서 시작된다. 민주적인 절차를 거쳐 살인 행위가 일어나는 상황을 통해 인류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얼마나 쉽게 타락할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 

현실적인 노인들의 삶과 이 시대가 당면한 노인 문제 그리고 인간 본연에 대한 질문을 다양한 방식으로 담아낸 6편의 작품들이 공연될 제4회 늘푸른연극제-‘그 꽃, 피다.’는 12월 5일부터 22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아트원씨어터 3관,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펼쳐지며 티켓링크, 네이버 예약 사이트에서 예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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