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 이춘재가 자신의 소행이라고 밝힌 화성 8차 사건으로 20년간 수감생활을 했던 윤모씨(52)가 재심을 청구했다.

윤씨는 화성 8차 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억울하게 옥살이했다고 주장하며 오늘(13일) 법원에 정식으로 재심을 청구했다. 윤씨의 재심을 돕는 박준영 변호사와 법무법인 다산 김칠준·이주희 변호사는 이날 오전 10시 경기 수원시 영통구 경기중앙지방변호사회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용의자 이춘재를 법정에 소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연합뉴스

박준영 변호사는 "이 사건에서는 30년 전 윤씨의 자백과 최근 이춘재의 자백 중 어느 것을 믿을 것인지가 쟁점이 된다"라고 했다. 박 변호사는 형사소송법 420조가 규정한 7가지의 재심사유 중 제5호 ‘새롭고 명백한 무죄 증거’, 제7호 ‘수사기관의 직무상 범죄’를 재심청구 이유로 들었다.

먼저 박 변호사는 사유 중 새롭고 명백한 무죄 증거로 화성 사건의 피의자로 입건된 이춘재가 피해자의 집의 대문 위치, 방 구조 등을 그려가며 침입 경로를 자세히 진술한 점을 첫 번째로 꼽았다. 또 윤씨가 범인으로 검거된 주요 증거였던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감정서가 취약한 과학적 근거에 기반했고 주관이 개입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과수의 방사성 동위원소 검토 결과에 대해 여러 전문가가 오류 가능성을 제시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이어 박 변호사는 수사기관의 직무상 범죄에 대해 당시 경찰이 소아마비 장애인인 윤씨를 불법 체포하고 감금했으며 구타와 가혹행위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이어 초등학교 3학년을 중퇴해 맞춤법을 잘 모르는 윤씨에게 진술서 내용을 불러 받아적게 하는 등 강제했다고 설명했다.

박 변호사는 "재심 청구를 통해 20년 동안 억울한 옥살이를 겪은 윤 씨의 무죄를 밝히고, 사법 관행을 바로 잡는 계기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며 "인권 수사, 과학수사 원칙, 무죄 추정 원칙, 증거재판에 관한 원칙 등이 좀 더 명확하게 개선돼야 하고, 재심의 엄격함을 보다 완화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말했다.

화성 8차 사건은 1988년 9월 16일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 박모(당시 13세)양의 집에서 박양이 성폭행당하고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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