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스토리’ ‘사라진 밤’ 그리고 11월 14일 개봉하는 ‘윤희에게’까지. 김희애가 다른 색깔을 내는 여성 캐릭터로 관객들과 자주 만나고 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 ‘윤희에게’는 제목처럼 딸이 있는 엄마이자 여자인 윤희의 이야기를 다룬다. 김희애는 감성 멜로 장인으로서 또 한번 관객들의 가슴을 울릴 연기를 펼친다.

‘윤희에게’는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로 장편 연출 데뷔한 임대형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연출작이다.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될 만큼 영화제에서 작품성을 인정했으며 특히 김희애의 출연으로 예비 관객들의 기대를 높였다. 관객들의 기대만큼 김희애도 ‘윤희에게’에 거는 기대가 컸다.

“‘윤희에게’ 시나리오를 보고 깜짝 놀랐어요. 이런 시나리오가 영화로 만들어질 수 있나 싶었거든요. 정말 자극적인 게 하나 없이 순수함 그 자체였어요. 대사 하나하나 소소하고 소박한, 따뜻한 마음이 느껴져서 이 영화 출연을 결정했는데 관객분들은 어떻게 보실지 궁금해요. 관객분들이 저와 같은 느낌을 받으셨으면 좋겠어요.”

“영화 스토리가 저한테 새롭게 다가왔어요. 특히 윤희의 로맨스에서요. 하지만 그것이 영화를 출연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건 아니었어요. 윤희의 로맨스는 남들과 다르지 않죠. 누구나 각자의 사랑을 하고 있고 그 사랑을 찾으려고 하잖아요. 그 과정 속에 놓인 윤희를 바라보면서 그의 세계를 그려보고 싶었죠.”

윤희는 과거 사랑했던 사람을 그리워한다. 한 통의 편지를 받고 마음이 흔들려 딸 새봄(김소혜)과 함께 일본으로 떠난다. 윤희는 자신이 그리워하는 상대를 만날 때까지 감정을 숨긴다. 이런 캐릭터의 모습을 김희애는 자신의 역량을 발휘해 관객들에게 있는 그대로 전달한다. 그리움의 대상이 눈에 보이지 않지만 김희애는 표정과 말 한마디로 복잡한 윤희의 감정을 드러낸다.

“윤희는 영화 내내 자신의 속내를 감춰요.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죠. 어느 순간 한번에 폭발하는데 저는 그 부분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보통 멜로, 로맨스 영화에서는 상대 배우와 연기를 하면서 감정을 끓어올리잖아요. 이번 영화는 윤희가 그리움의 대상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다루니 저만의 상상으로 감정을 만들어내야했죠. 그 부분이 연기하는 데 힘들었어요.”

“‘허스토리’와 비교하면, 그때는 일본어도 외워야하고 사투리도 해야해서 제가 많은 걸 공부해야했죠. 그 당시 김선영씨가 ‘언니 이렇게 하면 되겠나’ 할 정도로 제가 연습할 때 부족함을 드러냈거든요. 하지만 첫 신부터 한 테이크로 완벽하게 사투리를 소화했어요. 그게 저의 장점인가봐요.(웃음) 이번에는 일본 배경이지만 일본어를 할 필요도 없었고 사투리도 없었지만 멜로 상대를 상상하며 감정을 만드는 게 어려웠어요. 촬영 첫날 윤희가 우는 장면을 찍었는데 한번에 되더라고요. 저는 카메라 앞에서 무언가에 빙의된답니다.(웃음)”

‘윤희에게’ 배우, 스태프를 포함해 김희애는 현장 대선배였다. 임대형 감독뿐만 아니라 같이 연기한 김소혜, 성유빈 등 김희애보다 모두 어리다. 경험 많은 대선배임에도 김희애는 선후배가 아닌 작품을 만드는 동업자로서 촬영에 임했다. 그는 이번 영화를 통해 임대형 감독과 김소혜의 능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임대형 감독은 천재라고 생각해요. 동시에 작품을 대하는 자세도 정말 좋죠. 이대로만 하면 훌륭한 대가가 탄생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예요. 왜냐하면 준 역을 맡은 나카무라 유코씨도 임대형 감독이 쓴 시나리오를 보고 감동을 받았더라고요. 언어, 문화의 장벽을 넘어 남자 감독이 여성의 로맨스를, 모녀의 스토리를 이렇게 잘 그릴 수 있나 싶었어요.”

“딸 새봄으로 나온 (김)소혜는 연기 검증할 필요도 없었어요. 새봄 역은 소혜가 아니면 그 누구도 연기하지 못해요. 할리우드 스타가 와도요. 촬영장에서는 선후배가 아닌 동업자로 느껴졌어요. 소혜는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 같았죠. 풋풋한 모습이 신선하게 다가왔어요. 저처럼 오래하다보면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지만 소혜는 이제 시작하는 단계니 관객에게 보여줄 게 정말 많죠. 성향 자체도 씩씩하고 보이시하더라고요. 새봄 캐릭터에 딱 맞았어요.”

②에서 이어집니다.

사진=리틀빅픽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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