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 '미생' '오빠생각' 등에서 착하고 성실한 모범생 이미지를 쌓아 왔던 임시완이 '사기계 샛별'로 돌아왔다. 영화 '원라인'(3월 29일 개봉)은 평범했던 대학생이 전설의 베테랑 사기꾼을 만나 은행으로부터 돈을 빼내는 범죄 사기단에 합류하여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를 통해 평범했던 대학생이 사기꾼으로 변모하는 과정을 연기한 그를 지난 24일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기가 막히게 이미지 '사기'를 친 그답게 이전과 다른 태도를 보여 이채로웠다.

 

"'원라인'은 내가 연기 스타일을 처음으로 바꿔 본 영화다. 이전까지는 최대한 대본을 많이 보고, 깊게 보고, 스케치도 꼼꼼하게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스케치만 살짝 하고 나머지는 현장에서 순발력 있게 했다. 이제까지 연기하면서 고수했던 방식이 내 살을 갉아먹는 스타일이더라. 그러다 보니 스트레스도 너무 많이 받고 또 좀 걱정도 많이 됐다. 불과 몇 년 하지도 않았는데 연기를 오래 못 할 것 같아 연기 스타일을 바꾸게 됐다"

작품을 끝낼 때마다 지난 연기에 대한 아쉬움 생기는 게 배우 아니겠나.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종회무진 오가며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온 임시완 또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원라인'은 연기 변신으로 고정된 이미지를 탈피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커 보였다.

"새로운 시도를 했다는 생각이 크게 들었던 부분이다. 민재가 사기를 칠 대상에게 접대를 하는 씬이다. 원래 지문은 '고민을 들어준다' 정도였는데 하다보니까 그 부분을 엄청 길게 찍게 됐다. 생각지도 못한 방식으로 찍으면서 오는 쾌감이 있었다. 그런 시도 자체가 새로웠다. 내가 기존에 하던 방식으로 연기했다면 당황해서 뭘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을 거다"

 

임시완이 연기한 민재는 가난한 집안에서 자라 돈에 대해 갈증을 느끼는 인물이다. 민재는 장과장(진구)을 만나 사기꾼 민대리로 재탄생, 은행 대출이 안되는 사람들의 신분을 조작해 은행으로부터 돈을 빼내는 '작업 대출'로 돈을 번다. 범죄 수법에 재능을 보인 민재는 '미생'의 장그래 캐릭터를 연기했을 때엔 상상도 못했던 모습을 보유했다.

"감독님이 처음 영화를 시작할 때는 장그래를 포함해서 이제까지 내가 가지고 있던 '임시완'에 대한 이미지를 똑같이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럼으로써 나중에 '아, 결국은 민재가 그런 모습마저도 사기를 치기 위한 수단이었구나'라고 비칠 수 있도록 만들자고 하더라"

연속된 불황으로 돈에 대한 고민이 많아지는 시대를 거치고 있다. '원라인'은 2005년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돈'이라는 키워드로 시대를 해석할 수 있다는 점에서 2017년과 통하는 부분이 있는 영화다.

"작품을 하면서 돈에 대한 생각이 변하지는 않았다. 돈이라는 게 사실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아닌가. 그렇다고 많을수록 좋은 것 같지도 않다. 촬영하면서 돈에 대해 여러 가지 생각을 많이 했다. '많은 사람이 옳지 않은 방법으로 돈을 번다고 나조차 그들처럼 버는 게 과연 옳을까' 생각을 하게 만드는 영화다. 그렇다고 교훈적이진 않지만"

 

'원라인'은 은행을 상대로 돈을 빼내는 사기극을 그린다. 범죄 소재의 케이퍼 무비는 '도둑들'이나 '검사외전' 등으로 한국에서 이미 대중성을 입증받은 장르다. 시나리오의 매력만큼이나 감독의 구애도 출연을 결정하게 하는 중요한 요인이었다.

"대본을 재밌게 봤다. 기본적으로 돈이라는 큰 공감대가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감독님과 첫 미팅을 했는데 '연기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다'며 저한테 어마어마한 칭찬들을 해주시더라. 칭찬을 듣고 기분이 좋아서 이 작품을 꼭 해야겠다 싶었다"

 

'원라인' 출연이 결정됐을 때 배우 진구로부터 '작품을 하는 동안에는 얼마든지 술을 사 주겠다'는 약속을 들었다고 말하며 둘 사이의 친분을 드러내기도 했다. 진구를 비롯해, 작품을 할 때마다 새로이 만나는 동료 배우들을 보며 많이 배운다고 고백했다.

"진구 형은 참 현장 친화적인 배우다. 형이 스태프들이랑 친하게 지내면서 촬영 현장 분위기를 편하게 풀어주는 게 인상적이었다. 병은이 형은 개그를 많이 치는데 주로 '아무말 대잔치'를 많이 한다. 촬영장이 유쾌했다. 동휘 형은 현장에서 모든 사물을 예의주시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연기할 때 살아 움직이는 것 같다. 박종환 형은 굉장히 신기했다. 대본을 봤을 때 내가 예상했던 것과 전혀 다른 식으로 연기를 하더라"

주·조연 배우뿐만 아니라 분량이 3분도 되지 않는 단역 배우들의 연기에 대한 감상도 풀어놓았다.

"감독님이 스쳐 지나갈 수 있는 단역들도 연기를 너무 잘하는 분들로만 캐스팅해 놓으셨다. 시계방에서 시계를 건네주는 분도 짧게 나왔지만 뚜렷한 캐릭터가 있었다. 손이 잘린 어머님 역을 하신 분이나, 화상 입은 사람 역할을 하신 분도 현실감 있게 연기하시더라"

연기를 대할 때는 역할의 크기를 신경쓰지 않는 그에게서 진지한 태도가 엿보였다.

 

사진 제공=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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