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앞자리가 바뀌면 고양이와 살고 싶었다. 계속될 내 혼삶에 귀여운 고양이가 있다면 조금 더 행복할 것 같았다. 이미 서울시 조사 결과(2018 서울 서베이와 2019 온라인 조사) 1인가구나 월세가구는 반려견보다 반려묘를 키우는 비율이 평균보다 높다는 통계가 나왔을 만큼 수많은 혼족들은 고양이와 함께하는 삶을 살고 있거나 꿈꾼다.
그렇지만 반려동물을 오래 키워본 경험이 없는 자로서 당장 한 생명체를 평생 돌보기로 결심하고 입양하긴 영 자신이 없었다. 그렇게 SNS 속 남의 고양이들을 훔쳐보고 미간을 찌푸리며 “너무 귀엽다”를 연발하는 랜선집사로만 살기를 몇 년, 내게도 기회가 생겼다.
대학동기 W는 5년 차 집사다. 임신한 채로 거리를 떠돌던 유기묘 로아와 그 배 속에서 태어난 아들 망고를 지극정성으로 돌보고 있다. 그녀의 SNS도 내 염탐지 중 하나였다. 코숏 두 마리의 아기자기한 움직임은 때로 우아하고 귀엽고 망충했고 몇 번이고 영상을 돌려보게 만들었다.
그런데 지난여름 만난 W는 고민을 하나 털어놓았다. 살던 집 계약이 만료되고 이사를 가게 됐는데, 집을 보러올 세입자들이 드나들 때 자신은 회사에 가고 없으니 이사 가기까지 한 달 정도 두 냥이들을 맡길 임시보호처를 찾고 있다는 거였다.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2인 쉐어하우스에 살고 있지만 문제되는 규정은 없었고 하우스메이트도 선뜻 허락했다. 그렇게 지난 8월 말, 대망의 집사 라이프의 문이 열렸다. 버선발로 마중나간 두 고양이 엄마 로아(4살)와 아들 망고(3살)는 경계심 가득한 눈은 마찬가지였지만 행동하는 모양새는 확연히 달랐다. 로아는 첫 만남부터 집안을 배회하며 눈도장을 찍은 후 가장 편한 자리를 찾아 배를 깔고 엎드리는 게 “역시 스트릿 출신”이라 적응력이 좋구나 싶었고 망고는 어느 구석에 숨어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겁쟁이였다.
W가 배식기와 화장실을 세팅하고 각종 주의사항을 설명한 뒤 떠난 뒤에도 냥이들은 여전히 나를 경계했다. 낚시대 장난감, 유튜브로 고양이 울음소리가 나오는 영상으로 냥이들을 유혹해보려고 했지만 잠깐 흥미를 보이다가 곧 어슬렁어슬렁 자리를 떠났다. 냥이들의 시크함에 조금 외로워지며 잠자리에 들었다. 그날부터 불면증이 시작됐다. 이유는 고양이 울음소리.
주인 아니, 원 집사가 없다는 게 서러워서인지, 공간이 바뀌었기 때문인지 설명을 해주지 않으니 도통 나는 이유를 모르겠는데 냥이들은 아울아울 늑대처럼 밤새 울어댔다. 쓰다듬어주고 이불도 내어주고 밥도 물도 배변도 확인해봤지만 사실 이유는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고양이가 OOO 하는 이유’를 검색해보면 대다수는 ‘아무 이유 없이 그럴 수 있음’이란 답변이 나오곤 하니까.
그렇게 초보 집사는 환상에서 깨어나 진짜 집사가 되어갔다. 앙앙 거리며 천진난만하게 귀여운 고양이는 액정 속에나 있고 현생 속 고양이는 사고뭉치다. 특히 고양이들은 화장실에 예민하다. 두어 번 로아는 아침에 급히 나가느라 제때 변을 정리해주지 않자 바깥에 실례를 범해 나를 경악시켰다. 그때부터 아침, 저녁으로 내 밥은 못 챙겨도 화장실은 청소해서 불상사를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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